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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북] 위선덩어리 세상 통쾌하게 비웃기

노정용 기자
파이낸셜뉴스

■블랙 유머 소설 3부작-독소소설·흑소소설·괴소소설(히가시노 게이고 지음/바움)

일본에서 미스테리 작가로 명성을 날리고 있는 히가시노 게이고. 그가 이번에는 색다른 소설 3권을 들고 나타났다. 세상을 향해 딴죽을 거는 블랙 유머 소설 3부작인 ‘독소소설’ ‘흑소소설’ ‘괴소소설’을 잇따라 펴낸 것이다. 일본에서의 인기에 힘 입은 듯 국내 인터넷 서점에서도 사전 예약판매를 해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단편으로만 꾸며진 3부작 소설은 비록 우리를 당혹스럽게 만들기도 하지만 그래도 재미있다. 기발한 소재, 치밀한 전개, 유쾌한 반전이 돋보인다. 이 때문에 작품들은 우리로 하여금 웃다 놀라게 하고, 웃다 흠칫하게 하며, 웃다 등골을 서늘하게 한다. 무엇보다 결코 가볍지 않은 이야기를 한바탕 웃음으로 풀어내는 작가의 뛰어난 역량에 독자들이 작품 속으로 빨려들어가게 된다.

작가는 웃음을 소재로 하면서도 인간의 소소한 욕망과 어리석음은 물론 현대 사회가 가지고 있는 환경 문제나 지역 이기주의 등을 소설에 담아내고 있다. 이로써 유머 소설이 단순한 우스갯소리에 지나지 않는다고 폄하하는 사람들의 선입관과 편견을 단박에 깨뜨린다.

‘독소소설’에는 평소에 자신에게 아부하던 사람들의 뒷담화를 듣게 된 부인이나 AV비디오를 보려다 가족들에게 들킬 위기에 처한 교육가 할아버지, 결혼식에서 원초적 본능을 참지 못해 공개 망신을 당하게 된 마마 보이, 주목받으려는 욕심이 거짓말을 낳아 걷잡을 수 없는 난관에 빠진 노총각이 등장한다.

또 ‘흑소소설’은 우리가 현실에서 맞닥뜨리는 평범한 상황들에서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는데, 읽는 내내 편히 날려버릴 수 있는 웃음이 아니라 지독한 쓴웃음을 지어내게 만든다.

나는 집에 와서 아내에게 임포그라 이야기를 했다. 어이없는 표정으로 그런 약을 어디에 쓰겠느냐고 쏘아붙일 거라고 여겼는데, 반응이 예상과 달랐다. “흐음, 그런 약이 있어요? 재미있겠네요” “재미있다니?” “성폭행범을 교도소에 넣는 대신에 평생 그 약을 먹게 만드는 거예요. 아마 죽기보다 괴로울걸요.” “그것도 하나의 아이디어군.” 나는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역시 여자와 남자는 발상 자체가 다르다.(흑소소설 ‘임포그라’ 중에서)

‘괴소소설’은 ‘독소소설’과 ‘흑소소설’보다 인간의 욕망과 그에 연결된 사회 현상을 비꼬면서 모든 사람들의 내면에 자리하고 있는 ‘나쁜 마음’을 간질여 괴이하고 이상야릇한 웃음을 선사하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가 가장 잘 드러난 작품이다. 할머니에게 자리를 내주지 않기 위해 자는 척하는 ‘울적전차’의 남자, 연예인을 쫓아다니느라 정신없는 ‘할머니 골수팬’의 할머니, 자신의 꿈을 자식을 통해 이루려는 ‘고집불통 아버지’의 아버지, 모든 걸 자기 이론에 맞게 갖다 붙이며 억지를 부리는 ‘초 너구리 이론’의 남자, ‘하얀 들판 마을 vs 검은 언덕 마을’의 집값이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서로 시체를 가져다 버리는 두 마을 사람들이 주인공들로서 독자들에게 괴이한 웃음을 선사한다.

“너구리는 불을 내뿜습니다.” 다음 순간, ‘뭐야? 말도 안 돼!’라는 식의 얼빠진 감탄사가 스튜디오 전체를 휘감았다. 남자 사회자가 황급히 물었다. “잇페이 씨. 너구리게 불을 내뿜다니, 그게 무슨 뜻이지요?” “너구리는 체내에서 몇 종류의 가스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메탄 가스이지요. 메탄 가스는 사람의 방귀에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 가스가 항문에서 나올 때 어떤 방법으로 불을 붙이면, 화염방사기처럼 불길이 뿜어 나오는 겁니다. ” 사람들은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의 방귀에도 불이 붙는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 아닌가.(괴소소설 ‘초 너구리 이론’ 중에서)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신정아 전 동국대 교수의 부적절한 관계가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인간의 끝없는 욕망이 빚어낸 학력 위조에 연서를 주고받을 정도로 가까운 사이로 돌변한 그들의 관계를 보면서 또 한편의 블랙소설을 읽는 듯하다. 시끄럽고 메스꺼운 세상, 히가시노 게이고의 블랙 유머소설을 읽으며 ‘허허허허!’ 하고 한번 웃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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