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혁신도시 착공 서두를 일 아니다

파이낸셜뉴스

공공기관 124개를 지방으로 이전시키는 10개 혁신도시 가운데 처음으로 제주 혁신도시가 12일 서귀포시 현장에서 착공식을 가졌다. 참여정부가 2003년 6월 혁신도시 건설을 결정한 뒤 4년여 만에 본궤도에 오르는 셈이다. 이왕 시작한 것이니 만큼 지역 발전의 싹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렇더라도 몇 가지 지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문제가 되는 것은 정부가 혁신도시 건설을 무리하게 강행함으로써 대토보상법을 스스로 무력화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대토보상은 택지 개발 등 국책사업을 벌이면서 현금·채권 등 수용토지 보상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들어 땅값을 부채질하는 것을 막기 위해 ‘개발된 땅’으로 보상하는 제도다. 이런 내용을 담은 토지보상법 개정안은 국회를 통과하지도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혁신도시의 대부분은 토지 보상을 마쳤거나 보상이 진행 중이다. 그 결과 토지 보상은 현금이나 채권으로 이뤄지고 있고 풀려나간 돈이 이웃 부동산 시장을 자극하고 있다고 한다. 대토보상제도의 무력화는 정부가 수백억원의 인센티브를 줘가면서 혁신도시를 일사천리로 밀어붙인 결과라고 할 수밖에 없다.

둘째 토지 비용의 상승은 당장 기업의 투자 활동을 위축시킴으로써 국민 경제에 커다란 부담으로 남는다. 균형발전 정책 취지를 갉아먹는 것은 물론, 우리 경제에 고질적인 고비용구조를 고착화시켰다는 오명을 남기기에 충분하다. 이미 경북의 혁신도시인 김천에서는 토지 보상금이 땅값을 자극하고 이것이 지역 경제를 살릴 기업 유치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대통령 선거를 목전에 두고 혁신도시 건설을 밀어붙일 경우 정치적 시비에 말려들 수도 있다. 좋은 취지로 시작한 사업이 정치 공방의 대상이 돼 좌초될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 혁신도시는 거대한 인프라가 구축되는 도시인만큼 충분한 시간을 갖고 추진하는 게 더 바람직하다. 이것이 좋은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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