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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텀오브더뮤지컬] 조지 엠 코핸 투나잇/ “수고했다. 임춘길”

곽인찬 기자
파이낸셜뉴스

정확히 1시간 35분 걸렸다. 임춘길은 자기 말고는 아무도 없는 무대에서 혼자 춤추고 노래하고 연기했다. 한마디로 독무대였다. 그는 이마에서 흘러내리는 땀을 연신 닦아가면서 틈틈이 물을 마셨다. 온 몸은 땀으로 범벅이 됐다. 피날레를 강렬한 탭댄스로 장식할 때 객석에서는 혹시 그가 지쳐 쓰러지면 어쩌나 은근히 걱정하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그러나 임춘길은 스텝 한번 뒤엉키는 일 없이 깔끔하게 탭댄스를 마무리 짓고 힘찬 커튼 콜 박수 속에 퇴장했다.

모노 뮤지컬은 배우에게 참 가혹한 짓이다. 벌거벗은 채 사람들 앞에 오르는 느낌이 바로 그렇지 않을까. 중요 부위를 가릴 잎사귀 한 조각 없다. 부끄럽거나 겁에 질려 뒤돌아섰다간 심한 야유를 각오해야 한다. 우정 출연해서 잠깐이라도 짬을 벌어줄 동료 배우도 없다. 임춘길은 그렇게 막간 없이 95분을 당당하게 버텼다. 춤과 노래는 차치하고 그 많은 대사를 어떻게 다 외웠는지 궁금하다.

조지 M. 코핸의 삶을 뮤지컬로 만든 작품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도대체 코핸이 누구인가 했다. 그가 20세기 전반 미국 브로드웨이를 ‘가지고 놀았던’ 만능 엔터테이너라는 사실은 뒤늦게 알았다. 1942년에 죽었으니 그를 모른다고 탓할 수도 없다. 요즘으로 치면 ‘오페라의 유령’, ‘캣츠’로 유명한 앤드류 로이드 웨버에 견줄만하다. 웨버와 마찬가지로 그는 당시 손만 대면 히트작을 내는 ‘미다스의 손’이었다.

임춘길은 코핸의 유령 역을 맡았다. 유령이 굴곡 많은 자신의 삶을 관객들에게 이야기하는 형식이다. 떠돌이 유랑극단을 거쳐 브로드웨이의 제왕으로 군림하다가 결국 암으로 세상을 떠나는 코핸의 삶이 연대기적으로 펼쳐진다. 브로드웨이 뮤지컬이 고상함의 가면을 벗어던지고 재미와 스피드로 전환한 건 전적으로 코핸의 공로다. 코핸은 특히 귀에 쏙쏙 박히는 쉬운 노래와 신나는 탭댄스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그는 고상한 척하는 평론가들의 리뷰를 경멸했다.

임춘길은 코핸의 삶을 1시간 35분 안에 농축시켰다. 시작과 끝을 힘찬 탭댄스로 장식한 건 뛰어난 춤꾼이었던 코핸의 삶을 돌아볼 때 당연한 일이다. 50편이 넘는 코핸의 작품에서 가려 뽑은 넘버들도 쉴 새 없이 불러야 한다. 격렬한 몸놀림과 노래가 이어질 때는 보는 사람조차 숨이 가쁘다. 대사도 폭포수처럼 쏟아내야 한다. 목을 축이며 임춘길이 익살을 떤다. “유령도 숨이 차거든요.”

임춘길은 약간의 워밍업이 필요한 배우처럼 보인다. 시간이 흐를수록 춤, 노래, 연기가 좋아졌다. 특히 노래는 초반에 힘이 달리는 듯해 약간 실망이었으나 곧 제자리를 찾았다. 공연이 막바지로 치달을 때 임춘길은 코핸과 하나가 되는 모습을 보였다. 마치 임춘길이 코핸이고, 코핸이 임춘길인 듯 했다. 영원히 무대 위에서 살고자 했던 선배 배우 코핸의 유령이 후배 임춘길의 마음속으로 들어간 걸까.

원 맨 쇼는 힘들고 외로운 일이다. 춤과 노래, 연기를 도맡는 모노 뮤지컬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유일한 위안은 관객들의 박수가 아닐까. 임춘길에게 힘찬 박수를 보낸다.

사족 하나. ‘조지 엠 코핸 투나잇’은 세 명이 번갈아 나오는 트리플 캐스팅이다. 원 맨 쇼인 만큼 다른 두 사람(민영기·고영빈)은 임춘길과 다른 맛을 보여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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