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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형식 UCC 뜬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7.09.16 15:57

수정 2014.11.05 01:05



초고속 통신망에 적응된 ‘플로그 세대’들의 인내심의 한계는 3분으로 알려져 있다. 아무리 재미난 손수제작물(UCC)이라도 ‘3분’이 넘어가면 지겨움을 느낀다. 50글자가 넘는 댓글은 ‘너무 길어서’ 읽지 않는다. ‘플로그 세대’란 3분 이상 머물지 못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신조어로 그 이상 되면 플러그(코드)를 뽑아 버린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사실 그동안 쏟아졌던 UCC들은 대부분 3분 내에 승부해야 하는 길이의 한계 때문인지 ‘엽기’ ‘섹시’ ‘유머’ 코드의 자극적이고 과장된 이미지 파편들 뿐이었다.

하지만 최근 짧은 영상 속에 탄탄한 스토리 라인을 갖춘 ‘드라마 형식의 UCC’가 속속 등장해 인기를 누리고 있다. ‘엽기’를 벗고 ‘감동’을 입은 이들 UCC가 네티즌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는 것이다.

■네티즌이 제작한 드라마 UCC

동영상 UCC사이트 앤유의 ‘꽁초와 꼴초 할머니’, ‘어머니의 블로그’가 대표적이다.
이 UCC는 ‘후크선장’이란 닉네임으로 활동하는 네티즌이 제작한 것으로 ‘드라마 형식 UCC’의 전형을 보여준다.

‘꽁초와 꼴초 할머니’는 손자를 사랑하는 눈 먼 할머니의 사랑을 담았다. 중학교에 다니는 손자는 몸에 항상 담배 냄새가 배어 있는 눈 먼 할머니가 싫다. 할머니 주머니에서 담배꽁초까지 나오기 때문. 하지만 꽁초들은 할머니가 피운 것이 아닌, 손자의 등하교 길이 깨끗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손으로 길바닥을 더듬어 가며 주운 것들이다. 이 같은 사실을 모르는 손자는 할머니를 멀리 하지만 할머니는 그런 손자를 언제나 사랑으로 보듬는다는 이야기다.

‘어머니의 블로그’는 어머니의 지극한 사랑을 뒤늦게 깨닫게 된 아들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어머니는 매일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아들에게 인터넷을 가르쳐 달라고 부탁한다. 귀찮지만 마지못해 인터넷을 가르쳐주는 아들. 어머니는 밤을 새우는 노력 끝에 인터넷에 익숙해지지만 아들은 게임을 한다며 어머니를 밀쳐낸다. 어머니가 병으로 세상을 떠난 후 아들은 우연히 어머니의 블로그를 발견하게 된다. 어머니의 블로그는 온통 아들에 대한 글과 사진으로 가득 차 있다.

작품을 감상한 네티즌들은 “너무 감동스럽다”, “짧은 동영상이지만 속 깊은 주제를 잘 담아낸 것 같다”, “앞으로도 이런 따뜻한 작품들이 더 많이 제작되면 좋겠다”는 등 긍정적 댓글을 남기며 뜨거운 호응을 보이고 있다.

■기업 홍보용 기업손수제작물(CCC)

마케팅에 민감한 기업들도 앞다퉈 기업 홍보용 ‘드라마 형식 CCC’를 제작하고 있다. 이들 CCC는 ‘이미지’에 ‘이야기’를 덧붙여 소비자의 ‘감성’에 호소하기 때문에 효과가 상당하다. 또 이야기는 사람에게 은근한 여운을 남기기 때문에 노골적인 광고에 반감을 가지는 소비자들에게 보다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다.

롯데칠성음료가 ‘커피 칸타타’를 홍보하기 위해 만든 ‘커피 칸타타 UCC 미스터리 극장’은 미스터리 드라마 형식의 5부작 CCC다. 매일 아침 전용 냉장고에서 칸타타를 마시며 하루를 시작하는 회장님. 어느날 냉장고를 열고는 칸타타가 없어진 것을 발견하고는 회장님의 칸타타를 마신 범인을 추적하는 내용이다. 이 과정에서 커피 칸타타가 간간이 노출된다. 회사 측은 CCC 공개와 함께 파격적인 경품을 내걸고 범인을 알아 맞히는 이벤트를 진행해 네티즌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최근 네티즌 사이에 화제를 모은 ‘아버지와 아들’은 게임 아이템 거래 사이트 아이템티에서 제작한 CCC로 온라인 게임을 배우며 아들과 대화하려는 아버지의 모습을 담은 작품이다. 게임을 하고 있는 아들의 옆자리에 앉아 아들과 같은 게임을 시작한 아버지. 헤매기만 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지켜보던 아들은 게임 방법을 하나 둘씩 알려주고 함께 즐기며 부자는 급속도로 가까워진다.
부정적으로만 인식돼 온 게임을 세대간의 좋은 소통도구로 인식시키는 데 성공한 사례다.

앤유 서비스 기획을 맡고 있는 하나로드림 지은숙 팀장은 “UCC 등 소위 3분짜리 콘텐츠가 넘쳐 나면서 우리 사회에서 ‘스토리’가 종말을 고하고 있다는 비판론이 사회 일각에서 거세다.
하지만 UCC는 지금 이 순간도 끊임없이 진화를 계속하고 있기 때문에 섣부른 비판은 자제해야 한다”며 “드라마 형식 UCC의 등장은 문화 콘텐츠로서 UCC의 새로운 발전 가능성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고 말했다.

/jinnie@fnnews.com 문영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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