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부동산일반

“은행직원도 가점제계산법 모른데요”

박일한 기자
파이낸셜뉴스

“은행 직원까지 모른다는데 어쩜 이럴 수 있어요. 애들 수능시험문제보다 더 어렵네.”

경기 의정부에 사는 강명숙씨(44·가명)는 17일 양주 고읍지구 신도브래뉴 108㎡(33평)를 청약하는데 5시간이나 걸렸다. 헷갈리는 것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건설사 직원이 도와준다고 해서 견본주택 현장까지 찾아갔지만 혼란스럽긴 마찬가지였다.

강씨는 “무주택기간을 언제부터 계산해야 하는지, 부양가족에 본인을 포함시켜야 하는지, 서류상 편입시키기만 하면 바로 부양가족이 되는지 미심쩍은 것이 너무나 많다”면서 “건설사 직원이 성심성의껏 알려줬지만 책임은 청약자 본인에게 있어 콜센터 측에 확인하느라 엄청나게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이날 강씨를 비롯한 고읍 신도브래뉴 청약자들은 국민은행 콜센터에 전화를 걸어 0번, 2번, 3번을 차례대로 누른 후 무주택기간과 부양가족산정방법, 잘못 입력했을 때 취소기한 등에 대해 꼼꼼히 물어봤다. 종종 콜센터측도 해결 못해 건설교통부 주택정책과 콜센터 번호를 알려주는 경우도 있었다.

한 청약자는 “국민은행이 내내 통화중이다가 겨우 연락되고 나니 건교부 콜센터를 가르쳐주더라”며 “청약하기 이렇게 힘들어서 되겠느냐”며 짜증을 부렸다.

■콜센터, 건설사, 은행창구 모두 혼란

이날 청약가점제 방식으로 처음 청약접수한 인천 ‘논현 힐스테이트’와 ‘고읍 신도브래뉴’ 견본주택 현장에는 하루 종일 전화벨이 멈추지 않았다. 부양 가족수와 무주택기간 산정 방법에 대한 간단한 질문부터 소형주택의 무주택 인정 기준, 당첨 가능 점수 등 복잡한 문의도 많았다.

현대건설의 논현 힐스테이트 김진현 분양소장은 “현재 10여개의 전화 회선을 열어두고 있는데도 계속 통화중이라고 항의하는 사람이 많을 정도”라면서 “자신의 청약 가점을 계산해 달라는 요구부터 당첨 가능 점수까지 다양한 문의가 접수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막상 청약점수를 계산하려니 건설사 직원과 은행창구 직원, 국민은행 콜센터 직원까지 모두 헷갈리기는 마찬가지였다. 신도종합건설은 청약가점제 교육을 마친 직원을 견본주택에 마련된 상담석에 배치하고 필요할 경우 인근 4개 은행으로 청약예정자와 동행해 청약을 돕도록 지원했지만 혼란은 여전했다. 건설사 관계자는 “사례가 하도 다양해 일일이 답변하기 힘들 때는 국민은행 등으로 문의해 상담하도록 하고 있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한 청약자는 “건설사가 도와 가까스로 청약을 했지만 만약 잘못 계산돼 부적격 처리되면 누가 책임을 지느냐”면서 우려를 표했다.

은행 직원들도 혼란을 겪었다. 국민은행은 가점제에 대한 세부 지침을 교육시켰지만 다른 은행은 교육이 미흡했기 때문이다.

시중 모 은행 창구 담당자 중에는 고객을 앞에 두고 건설사측에 가점제 지침을 물었고 건설사는 답을 몰라 국민은행 콜센터 전화번호를 알려 주는 ‘릴레이 연결’ 사례도 허다했다.

■건설사·창구,“적극적으로 청약 돕는 건 무리”

분양을 하는 건설사나 은행은 청약예정자들에게 적극적으로 가점 계산, 청약 대행을 해주기를 꺼리는 분위기도 역력했다. 잘못 해줬다가 나중에 부적격자로 판명날 경우 책임을 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금융결제원에서도 은행 등에서 청약에 대한 도움을 받도록 하는 사람은 노약자 등에 대해서만 한정하도록 권하고 있다”면서 “청약 가점을 잘못 입력하는 것은 전적으로 청약자의 몫이므로 건설사가 적극 돕기는 무리”라고 말했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우리나라 만큼 복잡한 청약제도를 가진 나라가 없을 것”이라며 “건설사가 가점제청약을 도와주고 싶어도 차후 법적 문제에 휘말릴 수 있어 달리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논현 힐스테이트 견본주택 현장에서 청약 상담을 하는 한 관계자는 “처음 시행하는 제도이니 만큼 가점제에 익숙해질 때까지 당분간 잘못 입력해도 수정할 기간을 늘리는 방안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동산써브 함영진 실장은 “가점제는 실수요자가 지침을 어떻게 이해하느냐에 따라 여러가지 실수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정부 주도로 무주택기간과 부양기간 등 세부항목을 클릭 몇 번으로 자동인증해주는 시스템이 있다면 편리하게 청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건설교통부는 청약예정자에게 청약 여부를 결정하는데 도움을 주고 당첨 가능성을 미리 예측해볼 수 있도록 '분양 단위'별로 가점제 대상 아파트의 당첨자 커트라인 점수를 공개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email protected] 박일한 김성환기자

■사진설명=청약가점제 적용 아파트가 첫 공급된 17일 해당 건설사 견본주택과 은행 접수창구에는 가점계산법에 혼란을 느낀 청약자들이 대거 몰려 큰 혼잡을 빚었다. 국민은행 경기 양주지점에서 한 청약예정자가 청약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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