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클릭] 결국 ‘관치요금’ 회귀?/정상균기자

대선을 딱 3개월 앞둔 19일 정보통신부가 직접 나서 이동통신 요금인하를 결정, 발표했다. 지난 2000년 이후 정부 주도의 다섯 번째 요금인하다. 시민단체·정치권이 휴대폰 요금인하를 공론화한 지 4개월 만이고 청와대가 요금 합리화를 추진한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지 2주 만이다.
이번 이동통신 요금인하 대책엔 노인, 장애인, 청소년 등 사회적 약자층을 위한 요금인하책도 들어 있지만 골격은 망내 통화를 50% 인하하는 것이다. 일단 소비자들이 요금부담을 상당폭 경감받을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일견 긍정적이다.
하지만 정통부가 그동안 ‘시장자율경쟁을 통한 요금인하가 바람직하다’며 줄곧 ‘시장주의’를 주장하다가 갑자기 청와대 개입으로 관치요금정책으로 돌아섰다는 점에서 이번 대책은 정책의 후퇴이자 구태의 반복이란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당장 역풍이 거세다. 기대에 못 미치는 ‘생색내기 정책’ ‘업체에 휘둘린 판정패 정책’ 등의 비판이 그것이다. 정부가 아무리 고심하고 노력해서 결과를 내놓더라도 이런 비난을 피할 수 없다는 건 상식이다. 소비자들의 높은 기대치를 정부가 만족시키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정부가 굳이 개입했다는 점에서 ‘한건주의’ ‘생색내기’란 비난은 오히려 어울릴 수밖에 없다. 심지어 “규제의 칼을 휘둘러 온 정통부가 칼을 놓을 수 있겠느냐”는 비아냥마저 들린다.
이번 요금인하 대책을 놓고 정부는 SK텔레콤과 밀고 당기는 협상을 벌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통부가 이날 “늦게까지 사업자와 세부적으로 숫자를 놓고 협의하는 과정에서 요금인하 대책 발표가 늦어졌다”고 밝힌 대목이 그 방증이다. 정부가 민간업체와 요금인하폭을 놓고 협상한다는 건 누가 봐도 후진국형이다.
문제는 앞으로 제대로 된 정책이 추진될 것인가다. 정부가 제대로 된 정책을 세워 추진했으면서도 시장에 시간적 여유를 주지 못하고 이번처럼 정치권과 시민단체의 압력에 굴복해 개입을 반복한다면 시장자율적인 요금인하는 요원해진다.
걸핏하면 정부가 개입할 게 뻔하다면 업계도 스스로 요금을 인하하기보단 정부에 내놓을 카드로 틀어쥐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 된다. 결국 길게 볼 때 소비자 후생은 개선되는 게 아니라 후퇴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돼 버린다.
시장원리를 벗어날수록 더 강한 ‘처방전’이 필요한 법이다. 물론 이에따른 부작용도 고스란히 국민들이 감수해야 할 몫이다. 그때는 정책당국이 어떤 논리로 뭐라고 말할지 궁금해진다.
/[email protected] 정상균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