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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드하임 대작 “스위니 토드” 배우 홍지민의 재발견

박하나 기자
파이낸셜뉴스

여자 나이 서른 다섯.

폐경을 노래하기엔 이른 나이다. 뮤지컬 ‘메노포즈’에서 그를 봤을 때 1973년생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출렁이는 뱃살과 넉넉한 인상. 정말 미안한 얘기지만 난 그가 ‘진짜 폐경기 아줌마’인줄 알았다.

지난 15일 개막한 뮤지컬 ‘스위니 토드’의 주인공은 경력 10년차 류정한이다. 홍지민은 그의 상대 러빗 부인 역을 맡아 열연했다.

처음엔 뭔가 좀 기울어 보였다. 류정한은 라이선스 대작의 주연급들만 꿰차며 귀족적인 이미지를 풍기는 배우 아닌가.

그에 비하면 홍지민은 낯설다. 러빗 부인 역에 ‘하이킥 여사’ 박해미가 더블 캐스팅됐기에 더 그랬다. 그는 천상 뮤지컬 ‘메노포즈’에서 폐경기 증상이나 우렁차게 뽑는 게 어울려 보였다.

홍지민은 1971년생인 류정한보다 두 살 아래다. 그렇지만 그가 류정한에게 ‘오빠’라고 부르는건 상상이 안된다. 스위니 토드와 러빗 부인의 애정 신이 어색하진 않을지 걱정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뚜껑을 여니 의외의 반응이 많다. 관객들은 홍지민을 주목했다.

그를 전혀 몰랐던 사람들은 ‘저 배우가 대체 누구냐’고 궁금해 했고 그를 알고 있던 뮤지컬 팬들은 ‘저평가된 배우가 드디어 인정받는다’며 반가워했다.

아내를 빼앗기고 추방까지 당해 복수심에 불타는 남자를 넘보는 역할. 스위니 토드 류정한이 분노로 몸을 떨 동안 러빗 부인 홍지민은 ‘이 남자 어떻게 해볼까’ 이 생각 뿐이다.

허스키한 목청이지만 성량이 대단하다. 구성지게 뽑아내는 가락에 가식이라곤 전혀 없다. 든적스럽고 뻔뻔하게 보이기 위해 몸을 사리지 않는다.

스토리 전개상 잔혹한 살인이 벌어지고 뻘건 핏물이 흐르지만 그리 불쾌하진 않다. 눈 앞에서 끔찍한 장면이 펼쳐지는데도 킥킥 웃는 관객이 있다. ‘예상보다 덜 무섭다’는 평은 극 중간중간 설치된 웃음 코드 때문이 아닐까 싶다.

사실 뮤지컬 팬들은 ‘스위니 토드’를 손꼽아 기다렸다. 거장 손드하임의 작품인데다 국내 초연, 카니발리즘이라는 엽기적인 주제 등 관심을 끌 요소가 많았다.

기존 뮤지컬들과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 생소하긴 하지만 주연 류정한이 무게중심을 꽉 잡고 있어 안정감을 준다. 초반엔 무대장치가 말썽을 일으키기도 했지만 침착하게 대응해 넘겼다. 안소니 역 임태경이나 토비아스 역 홍광호도 인기만점이다.

출연 배우 중 절반이 성악과 출신이라 노래 실력이 부족해 귀를 불편하게 할 일도 없다. 간혹 소름끼치는 파열음이 거슬린다는 팬도 있지만 그건 이 작품의 특징이라 감수해야 한다.

한가지 불만이 있다면 따라가기 힘들 정도로 빠른 가사다. 어지간한 열의가 없다면 넘버를 숙지하고 올 리 없으니 귀를 쫑긋 세우고 집중해야 겨우 들릴 게다. ‘아직은 신세대’라고 생각하는 나조차도 몇몇 부분에선 내용을 놓쳤다. 이렇게 이야기 따라잡기에 급급하다보니 주인공들의 심리 상태를 충분히 파악하기 버거운 것도 아쉬운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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