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산업기술 유출,국가경제 무너진다] ② 수십년 연구성과 위협

최경환 기자
파이낸셜뉴스

세계적 수준의 우리나라 첨단기술을 빼내기 위해 경쟁국들은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산업스파이에 정보기관까지 동원하고 있다.

기술개발에 많은 인력과 자금, 시간이 소요되지만 산업스파이가 기술을 빼가는 데는 한순간이다.

기업 5곳 가운데 1곳이 산업기밀 유출의 피해를 봤다는 최근 설문결과가 말해 주듯 그 심각성이 도를 넘고 있다.

최근에는 우리나라가 세계 1위에 올라선 와이브로(Wireless Broadband)와 조선기술이 타깃이 되고 있다.

인터넷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언제 어디서나 초고속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유비쿼터스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 때문에 세계 정보기술(IT) 업계는 인터넷 기반의 차세대(4G) 핵심통신기술을 개발, 표준화함으로써 세계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혈투를 벌이고 있다.

우리나라는 바로 이 와이브로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함으로써 향후 몇십 년 동안 우리 국민을 먹여 살릴 ‘효자기술’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전혀 예상하지 못한 어느 나라에서 갑자기 이 기술을 상용화한다면 대한민국 경제의 앞날은 어떻게 될까?

올해 초 와이브로 기술이 미국으로 유출될 뻔한 아찔한 순간이 있었다.

지난 2월 국가정보원 산업기밀보호센터는 “국내 P사의 미국연구소 연구실장과 전직 연구원들이 와이브로 핵심기술을 미국으로 유출하려 한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사실 확인 결과, P사의 미국 연구소 실장인 K씨는 2006년 12월 미국 실리콘밸리에 인터넷 기술업체인 I사를 운영하던 중 P사와 불화로 지난 3월 해임되자 단말기 모뎀개발 그룹장이었던 J씨 등에게 “기술을 빼내 큰 돈을 벌자”고 제안했다.

J씨 등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P사의 사무실에서 회사에 보관된 와이브로 핵심기술자료 등을 자신의 노트북, 외장형 하드디스크와 e메일 등을 이용해 빼내기 시작했다.

이들은 I사를 미국 IT업체에 1800억원을 받고 매각하려 했을 뿐만 아니라 P사의 와이브로 사업 와해를 기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P사의 전·현직 연구원 7명을 적발, 전직 연구원인 J씨 등 3명과 현직 연구원 H씨 등 4명을 지난 5월 구속기소하고 미국에 체류 중인 공범 3명에 대해 국내 소환 절차를 밟고 있다.

와이브로 기술은 국내 S사와 P사가 각각 5000억원, 900억원을 투자해 세계 최초로 개발한 원천기술로 유출시 손실액은 15조원 상당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 기술이 미국으로 유출됐다면 한국은 인터넷 ‘기술’ 강국이 아닌 인터넷 ‘소비’ 강국으로 전락할 뻔했다. 조선 수주량 세계 1위, 세계시장 점유율 34.6%(422억달러)인 우리나라. 그러나 중국은 일본을 제치고 세계시장 점유율 26.7%(326억달러)로 2위로 올라서며 맹추격 중이다.

국내 대형 조선업체인 D사의 전직 기술팀장 Y씨는 우리 선박 조선소 건조기술을 통째로 중국에 유출하려 했다.

Y씨가 불법으로 유출한 자료는 액화천연가스 운반선, 석유정제 운반선 및 초대형 원유운반선 등 69척에 대한 완성도, 조선소 건설 및 운영 자료 등 D사의 수십 년 노하우가 망라돼 있었다.

추적 결과 Y씨는 지난해 3월 D사를 퇴사한 후 중국 선박업체 M사의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겼으며 지난 1월 M사가 벌크선 설계용역을 맡게 되자 자신이 빼돌렸던 D사의 벌크선 설계도를 넘겨 준 정황이 확인됐다. 이미 기술유출이 시작된 것이다. 또 인도·이란·브라질 등의 조선소 건설에도 참여하는 등 광범위한 기술유출이 우려됐다.

이러던 중 Y씨가 D사에서 빼돌린 자료를 가지고 7월 중국으로 출국할 예정이라는 첩보가 입수돼 검찰은 지난 7월31일 Y씨 체포,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등으로 구속했다.

D사는 Y씨가 빼돌린 자료가 중국으로 유출됐을 경우 피해액은 선박설계 비용 등 기술개발비로만 계산해도 약 5175억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또 중국 조선업체는 향후 5년간 약 35조원 상당의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을 것이며 중국과의 기술격차 역시 2∼3년 앞당겨졌을 것으로 추산했다.

대한상공회의소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 400개사 가운데 20.5%가 “회사기밀 정보의 외부 유출로 피해를 경험한 적이 있다”고 했으며 유출빈도는 평균 3.2회에 달했다.

가장 많이 유출되는 기밀정보는 생산기술정보(43.1%)인 것으로 나타났고 영업정보(21.6%), 입찰 등 시장정보(18.6%), 연구관련 정보(12.7%) 등이 뒤를 이었다.

/[email protected] 최경환기자

/도움말=국가정보원. 서울중앙지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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