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클릭] 생물자원관 개관이 끝?/최경환기자

우리나라 토종만을 모아 보존, 연구하는 한국 최초의 생물자원관이 최근 개관했다. 18세기 이후 서구 유럽과 일본이 우리나라의 자생생물들을 조사해 자기 자원화한 지 200여년이 됐지만 우리는 자기네 땅의 생물 표본조차 체계적으로 관리하지 못한 것이다.
선진국은 많게는 1000여곳 적어도 수십 곳의 자원관을 갖고 있지만 우리는 이제 고작 1개를 마련했다. 늦은 김에 제대로 하자는 뜻에서 동양최대, 최첨단 시설를 갖춘 것이 그나마 위안이라면 위안이다.
그러나 생물자원관 개관은 문제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10만종으로 추정되는 토종생물 가운데 우리 학계가 파악한 것은 겨우 3만종. 훌륭한 시설을 갖췄지만 그 내용을 채울 학문적 토대가 미약한 것이다.
자원관에서는 개관을 준비하면서 60여명의 연구진을 뽑기로 했지만 현재까지 10여명의 인력을 채우 못했다 한다. 생물분류학 분야의 전문가를 찾기가 힘들다는 이야기다.
생물학 분야에서 볼 때 소위 이공계 기피현상은 배부른 이야기다. 전공자가 없어 명맥 유지도 힘든 분야가 부지기수다. 척추동물과 고등생물 쪽은 그럭저럭 전공자들이 있지만 하등생물로 갈수록 사정은 더욱 심각해진다.
분류학의 경우 전공교수가 은퇴를 하면 그 자리에 생명공학 등 소위 돈되는 학문의 교수가 자리를 차지하는 경우도 있다 한다.
대학측에서 평가 점수를 잘 받기 위해 논문 생산량이 많은 학문을 집중 육성하는 행태가 학문의 기형적 성장을 가속화하고 있다.
생물자원 확보작업은 토종 생물의 주민등록 등본을 작성하는 일에 비유될 만큼 기본 중의 기본에 속한다.
이런 토대가 없이 실용적 연구가 성과를 거두기 힘들다는 것은 두말 할 것도 없다.
정부는 생물자원관과 더불어 내년부터 30만평 규모의 국립생태원을 조성할 계획이다. 그러나 학계에서는 자원관의 60명 연구원도 구하기 힘든 마당에 300명 정도로 예상되는 생태원 연구인력을 어디서 구할지 막막해 하고 있다.
세인의 관심에서 소외된 학문분야를 하루빨리 육성하지 않는다면 화려하고 거대한 시설은 속 빈 강정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