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시·공연

뮤지컬의 거리 브로드웨이를 가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7.10.18 15:54

수정 2014.11.04 21:33



【뉴욕(미국)=정순민기자】브로드웨이는 뮤지컬 마니아들의 ‘로망’이다. 공연을 썩 즐기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대형 뮤지컬 극장이 즐비한 브로드웨이는 한번쯤 가보고 싶은 ‘꿈의 여행지’다.

미국 뉴욕에서 뮤지컬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선 우선 ‘타임스퀘어’를 찾아야 한다. 삼성, LG, HSBC, 푸르덴셜, 크라이슬러, 코카콜라 등 세계적인 기업의 네온사인이 번쩍이는 타임스퀘어는 ‘현대 소비문화의 용광로’이자 ‘메트로폴리탄의 심장’이다. 테마파크를 방불케 하는 대형 장난감 체인점 토이저러스(Toys R us)와 세계에서 가장 큰 맥도날드 매장이 위용을 자랑하는 타임스퀘어는 “번쩍번쩍 신나는 것들”(뮤지컬 ‘42번가’의 노래가사)이 모두 모여 있는 뉴욕 엔터테인먼트의 시발점이다.



재미난 것들로 꽉 들어찬 타임스퀘어에서 일상의 권태로움을 찾기란 쉽지 않다. 관광객들과 팔짱을 끼고 사진을 찍어주는 스폰지 밥(만화채널 닉주니어의 애니메이션 캐릭터)이나 카우보이 모자를 쓴 반라의 카우걸(Cow Girl)이 활보하는 그곳에선 모두가 ‘즐거운 방랑자’가 된다.

뉴욕 맨해튼을 대각선 방향으로 가로지르는 브로드웨이와 42번가가 만나는 타임스퀘어는 ‘뮤지컬 여행’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디즈니의 ‘라이온 킹’을 10년째 공연 중인 뉴 암스테르담 시어터를 찾기 위해서도, 브로드웨이 뮤지컬에 새로운 해답을 제시했다는 ‘사춘기(Spring Awakening)’를 보러가기 위해서도 일단은 타임스퀘어에 발을 들여놓아야 한다. 자, 이제부터 화려한 브로드웨이 뮤지컬 속으로 상상 여행을 떠나보자!
18일 현재 브로드웨이닷컴(www.broadway.com)이 집계한 '베스트셀러 뮤지컬 10'에는 우리 관객에게도 낯익은 작품들이 많다.

'라이온 킹' '맘마미아' '오페라의 유령' 등은 국내에서도 이미 막이 올랐거나 현재 공연 중인 '세계적인' 작품들이다. 또 할리우드 영화를 원작으로 한 코미디 뮤지컬 '헤어스프레이'는 올 연말 국내 공연이 예정돼 있고, '오즈의 마법사' 이야기를 새롭게 해석한 뮤지컬 '위키드'는 서울 잠실 샤롯데극장 차기작으로 거론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오는 28일 대단원의 막을 내리는 '라이온 킹'은 아이러니하게도 브로드웨이에선 여전히 표를 구하기 힘든 공연의 하나로 꼽힌다. 지난 1997년 11월 뉴욕 42번가 뉴 암스테르담 시어터에서 초연된 '라이온 킹'은 공연장을 45번가의 민스코프 시어터로 옮긴 뒤에도 여전한 '티켓 파워'를 과시하고 있다. 전미극장주제작자연맹(LATP·League of American Theaters and Producers)에 따르면 '라이온 킹'은 지금도 주당 평균 1만4000여명의 관객을 불러들이며 매주 110만달러의 수익을 거둬들이고 있다.

브로드웨이를 점령한 마녀들의 위세도 등등하다. 지난 2003년 10월 조지 거쉰 시어터에서 초연된 '위키드'는 그레고리 맥과이어의 동명 소설을 무대화한 작품으로 미국인들에게는 고전과도 같은 '오즈의 마법사'의 나쁜 마녀 엘파바가 사실은 마음씨 착한 여자였다는 '발칙한 상상력'으로 메가톤급 흥행을 기록하고 있다. 환상과 마법으로 가득한 '위키드'의 현대적인 선율은 '가스펠' '피핀' 같은 작품에 참여했던 스테판 슈워츠가 작사·작곡했다.

유명 가수들의 노래로 엮은 '쥬크박스 뮤지컬'은 브로드웨이에서도 통하는 '흥행 법칙'이다. '베스트셀러 뮤지컬 10' 중 쥬크박스 뮤지컬로 분류할 수 있는 작품은 아바의 노래 22곡을 뮤지컬 넘버로 사용한 '맘마미아'와 미국을 대표하는 인기 팝그룹 포시즌스의 이야기를 담은 '저지 보이즈'. 포시즌스의 프로듀서였던 밥 크루와 작곡가 겸 키보드 연주자 밥 가우디오가 제작자로 나선 '저지 보이즈'에서는 '쉐리(Sherry)', '빅 걸스 돈 크라이(Big Girls Don't Cry)' 등 포시즌스의 1960년대 히트곡을 감상할 수 있다.

전세계적으로 쥬크박스 뮤지컬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이들 작품이 모두 성공을 거둔 것은 아니다. 비치보이스의 노래를 바탕으로 한 '굿 바이브레이션(Good Vibration)'을 비롯해 엘비스 프레슬리의 히트곡을 모은 '올 슉 업(All Shook Up)', 존 레논의 음악으로 이야기를 꾸민 '레논(Lennon)' 등은 참담한 실패를 맛봐야 했다.

'할리우드와의 조우'는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설명할 수 있는 또다른 경향이자 키워드다. '대박'을 꿈꾸는 브로드웨이 뮤지컬 제작자들은 낯선 음악 보다는 귀에 익숙한 노래를, 복잡한 스토리 보다는 친숙한 이야기를 선호한다. 실험과 모험은 오프 브로드웨이나 오프오프 브로드웨이의 몫이지 브로드웨이의 것은 아니라고 그들은 생각하는 듯하다.

브로드웨이와 할리우드의 랑데부는 그래서 자연스럽다. 브로드웨이닷컴이 집계한 '베스트셀러 뮤지컬 10' 중에서도 '라이온 킹' '헤어스프레이' '메리 포핀스' '스패멀롯' '컬러 퍼플' 등 5개의 작품이 할리우드 영화와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지난 2002년 브로드웨이에 코미디 열풍을 몰고 온 '헤어스프레이'는 존 워터스 감독의 1988년작을 원작으로 했으며 '아더왕과 원탁의 기사' 이야기를 슬랩스틱 코미디로 풀어낸 '스패멀롯'은 1975년 개봉한 테리 길리엄 감독의 '몬티 파이톤과 성배'를 바탕으로 지난 2005년 첫선을 보였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1985년 내놓은 화제작을 원작으로 한 '컬러 퍼플'과 줄리 앤드류스 주연의 뮤지컬 영화를 토대로 한 '메리 포핀스' 역시 지난 2005년과 2006년 이 대열에 가세했다.

10위권 안에 이름을 올리지는 못했지만 지난 6월 토니상 최우수작품상을 거머쥐며 화제의 중심에 선 '사춘기'도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의 하나다. 여주인공 웬들라가 "엄마, 아기는 어떻게 만들어지나요"라고 묻는 도발적인 장면으로 이야기를 시작하는 '사춘기'는 독일 극작가 프랑크 베데킨트가 1891년 발표한 희곡을 각색한 작품으로 사춘기 소년들의 섹스와 폭력, 그리고 자살을 소재로 해 점잖은 브로드웨이 관객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지난해 12월 '사춘기'가 유진 오닐 시어터에서 첫선을 보였을 때 뉴욕타임스는 "이 작품으로 브로드웨이가 확 달라지게 될 것"이라는 평을 내놓았다.

브로드웨이에선 지금 이외에도 리즈 위더스푼 주연의 영화를 원작으로 한 '리걸리 브론드'(팰리스 시어터)를 비롯해 뮤지컬에 서부극과 스릴러 요소를 가미한 '커튼'(알 허쉬필드 시어터), 뮤지컬을 즐기는 뉴욕 독신남 이야기를 그린 '드라우지 샤프론'(마퀴 시어터), 영어 철자 맞추기 대회를 소재로 한 '스펠링 비'(서클 인 더 스퀘어 시어터), 오프브로드웨이에서 브로드웨이로 무대를 옮긴 '애비뉴 Q'(존 골든 시어터) 등을 절찬 공연 중이다.

/jsm64@fnnews.com 정순민기자

■사진설명=삼성, LG, HSBC, 푸르덴셜, 크라이슬러, 코카콜라 등 세계적인 기업의 네온사인이 번쩍이는 타임스퀘어는 뉴욕 엔터테인먼트의 출발점이다.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보기 위해 뉴욕을 찾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발을 들여놓게 되는 이곳에 가면 깜찍한 모습의 미국 애니메이션 주인공 스펀지 밥이 관광객을 반겨 맞는다. /사진=정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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