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일반

[박현주 미래에셋 10년의 신화] <중> 미래에셋을 일군 사람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7.10.24 20:00

수정 2014.11.04 21:04



미래에셋 창립 10년. 강산도 변한다는 10년 동안 미래에셋의 궤적은 세월 변화의 놀라움을 뛰어 넘는다.

미래에셋과 박현주 회장에게는 ‘최고’, ‘신화’, ‘강자’라는 수식어가 늘 따라 다닌다. 숫자로 본 미래에셋의 10년간 성적표는 화려하다 못해 경이롭다. 금융업력으로 따지면 신생사에 불과하지만 미래에셋이 거둔 성과는 여느 선발 금융사가 부럽지 않다.

9명이던 직원은 3300여명으로 늘었고 고객자산 70조원대의 국내 자본시장 강자로 부상한 데 이어 아시아 자본시장을 선도하는 글로벌 금융기업의 반열에 올라섰으니 그럴 만도 하다.



미래에셋증권, 미래에셋자산운용, 미래에셋캐피탈, 미래에셋생명보험 등 오늘날 미래에셋을 일군 각 계열사들은 저마다의 영역에서 확고하게 자리매김하고 있다.

한국 자본시장의 패러다임을 새롭게 쓰고 있는 미래에셋의 오늘은 결코 박현주 회장 혼자만의 힘으로 이뤄진 것은 아니다. 미래에셋의 대역사는 박 회장과 젊음을 함께 했고 지금도 함께 하고 있는 이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점에서 선, 선에서 면으로

미래에셋이 오늘날 금융그룹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일까.

다양한 이유가 있었겠지만 박현주 회장이 꼽는 이유중 하나는 ‘뛰어난 인재 중용’, 즉 용인술에 있다.

미래에셋의 확장전략은 13세기 세계를 호령했던 몽골제국의 영토확장 전략에서 그 일면을 찾을 수 있다. 뛰어난 소수의 인재가 몽골대제국을 세우고 150년간 이민족을 통치했던 바로 그 원리를 21세기 신생 금융리더 미래에셋이 원용했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박 회장이 터득한 원리는 점을 찍는 것이다. 최고경영자가 좋은 인재를 골라 일을 맡기면(점을 찍으면), 그 인재가 다시 점을 찍는 식으로 해서 결국 선이되고 면을 이룬다는 논리다. 박 회장은 실례로 지난 95년 강남본부장 재직시 지점장으로 발령냈던 최현만 현 증권 사장과 구재상 현 자산운용 사장을 배출한 일을 꼽는다.

그는 장수(지점장)을 뽑고 그들에게 부하(직원)를 선발할 권한을 줬다. 이런 기준으로 뽑은 10명의 지점장이 오늘날 미래에셋증권의 영업망을 일궈냈다. 당시부터 미래에셋의 철저한 책임경영, 자율경영의 토대가 쌓이기 시작한 것이다.

■‘미래에셋을 일군 사람들’

지난 97년 벤처캐피탈로 시작한 미래에셋금융그룹은 11개 계열사를 지닌 금융업계 ‘공룡’으로 변모했다. 자본금 100억원이던 미래에셋금융그룹의 현재 자기자본은 2조2000억원에 육박한다. 10년새 216배라는 기적에 가까운 성장을 일궈냈다.

바로 조직, 인재의 힘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그는 자서전에서 ‘투자회사로서 경쟁우위를 확보하려면 필수불가결한 요소가 무엇인가를 생각했고 그 결과 인재라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밝힐 만큼 인재의 중요성을 잘 안다.

박 회장과 뜻을 함께 했던 창업공신 8인. 10년이 지난 지금 회사를 떠난 이들 모두의 궤적을 좇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현재까지 박 회장과 함께 하고 있는 최현만, 구재상, 정상기, 최경주, 강일환 등 남은 창업공신들의 발자취는 되짚어 볼 수 있다.

오늘날 미래에셋금융그룹은 박현주 회장을 정점으로 동원증권 출신인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사장과 구재상 미래에셋자산운용 사장이 양대 축을 이룬다. ‘좌현만 우재상’이란 표현이 괜한 말이 아닐 만큼 미래에셋 신화창출의 주역으로 맡은 영역에서 발군의 실력을 뽐내고 있다.

정상기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 사장과 인수합병 과정에서 합류한 윤진홍 미래에셋생명 사장 또한 미래에셋 성장에 중추적으로 역할했다. 창업공신 가운데 손동식 미래에셋자산운용 부사장과 최경주 부사장(미래에셋증권 퇴직연금컨설팅1부문장), 강길환 상무보(미래에셋증권 영업부 지점장) 등도 맹활약하고 있다.

이밖에 김병윤 부사장(미래에셋증권 경영지원부문대표), 이구범 부사장(미래에셋증권 기업금융사업부대표), 서유석 상무(미래에셋증권 리테일사업부대표), 박만순 상무(미래에셋벤처캐피탈사장) 등도 미래에셋 초창기 멤버들로 꼽힌다.

■최현만과 구재상, ‘용호상박’

미래에셋을 대표하는 핵심인물 두명을 꼽으라면 단연 최현만 증권 사장과 구재상 자산운용 사장이 꼽힌다.

최현만 사장은 미래에셋자산운용 대표, 벤처캐피탈 대표 등 계열사를 두루 거친 전문경영인으로 업계 최초로 종합자산운용컨설팅회사라는 고객 지향적 모델을 선보이고 정착시켰다.

우량기업 발굴 및 상장, 장기투자 및 간접투자 문화기틀 마련, 미래에셋증권 상장과 글로벌 시장 진출 등을 이룬 것도 그다.

조직관리와 인재관리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최 사장은 박 회장의 경영철학을 가장 잘 이해하고 수행하며 박 회장의 의중을 가장 잘 읽는 인사로 정평이 나 있다.

구재상 사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투자의 달인이다. 이는 박현주 회장도 인정한다. 구 사장은 지난해 12월 미래에셋자산운용과 미래에셋투신운용이 합병한 회사의 책임자로 전격 발탁된 후 주식형펀드 투자신화를 만들어 냈다. 대표적인 펀드인 인디펜던스와 디스커버리 시리즈는 그의 역작이다.

그는 섹터 애널리스트 이상의 감각과 천부적인 분석 능력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는다. 투자종목에 대해 속속들이 꿰뚫고 있는 것은 물론 과거·현재·미래를 보는 직관력을 갖고 있어 투자하는 종목마다 성공행진이다. 박 회장은 일찍이 구 사장을 두고 ‘탁월한 직관력의 소유자’라고 평가한 바 있다.

■정상기와 윤진홍, 숨은 두 그림자

정상기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 사장은 대체상품 부문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대체상품 분야는 부동산펀드나 파생상품 등 향후 자산운용부문에서 역할이 기대되는 부문. 이렇게 중요한 분야를 맡은 까닭은 이미 2조원에 달하는 부동산 펀드를 만든 것은 물론 해외 부동산 펀드를 잇따라 선보이며 업계를 선도해 온 그의 역량이 높이 평가됐기 때문이다.

윤진홍 미래에셋생명 사장은 창업공신은 아니다. 비주류의 선두주자. 지난 2001년 미래에셋이 세종투신을 인수하면서 합류한 윤 사장은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을 거쳐 미래에셋생명 사장에 올랐다. 금융프라자, 변액보험 퇴직연금, 신탁업 등을 통해 투자전문 그룹 미래에셋의 문화를 생보업에 성공적으로 접목했다는 평가다.

■특정증권 출신·학연은 타파할 과제

미래에셋이 이처럼 강력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급성장할 수 있었던 데는 우수한 인재와 더불어 특정 증권 출신과 호남 지연과 학연이라는 끈끈한 연줄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성장동력인 동시에 해결해야 할 과제로도 지적된다.

알려진 대로 미래에셋의 수뇌부에는 동원증권 출신이 다수 포진해 있다. 동원증권 출신 인사들이 주축이 돼 태동한 한계이기도 하지만 이들은 앞서 학연과 지연으로 똘똘 뭉쳐져 있어 이들의 응집력을 강화시켜 주고 있다. 능력있는 인사를 중용한다는 원칙에도 불구, 대외인사들이 오래 버티지 못하고 퇴사하는 것도 바로 이와 무관하지 않다.


때문에 미래에셋증권은 사내 줄세우기를 철저히 금하고 있다. 대학교나 고등학교 동문회는 물론 기수도 용납되지 않는 풍토다.
사원 모집에 있어서도 지역색과 학연을 타파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sykim@fnnews.com 김시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