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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읽기] ‘이방인’ 알베르 카뮈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7.10.31 17:49

수정 2014.11.04 20:37



A. 까뮈 『이방인』

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니 어쩌면 어제. 양로원으로부터 전보를 한 통 받았다. ‘모친 사망, 명일 장례식. 경백(敬白).’ 그것만으로써는 아무런 뜻이 없다. 아마 어제였는지도 모르겠다.

소설 『이방인』의 첫 대목이다.

주인공 뫼르소는 어머니가 죽었다는 전보를 받고도 슬퍼하기는커녕 마치 남의 일처럼 말하고 있다. 『이방인』은 주인공의 비극적인 삶을 통해 낯선 세계에 내동댕이쳐진 인간의 부조리한 삶을 담담하고도 충격적으로 보여준다.

『이방인』의 줄거리는 지극히 간단하다. 북아프리카의 알제에 사는 평범한 주인공 뫼르소는 어느 날 어머니가 죽었다는 전보를 받고 양로원으로 가서 슬픔도 느끼지 않고 무덤덤하게 어머니의 장례를 치른다. 이튿날 여자친구인 마리와 해수욕을 즐기다가 희극 영화를 보면서 배꼽을 쥐는가 하면, 밤에는 마리와 사랑을 나눈다. 며칠이 지난 일요일 해변가에서 우연히 불량배의 싸움에 휘말려, 아라비아인을 별다른 이유 없이 권총으로 사살한다. 재판에 회부된 그는 바닷가의 여름 태양이 너무 눈부시기 때문에 사람을 죽였다고 말하면서 변호인의 변호는 물론 목사의 속죄의 기도를 거부하고, 자신은 과거나 현재나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처형되는 날 자신이 외롭지 않다는 것을 느끼기 위해 많은 군중이 몰려와 증오의 함성으로 자신을 맞아주었으면 한다.

이렇듯 작품에 나타난 뫼르소의 삶과 의식은 정상적인 인간의 상식에서 한참 벗어나 있다. 그는 어머니의 죽음 앞에서도 눈물을 흘리며 슬퍼하지 않고, 장례가 끝난 후에는 “이젠 좀 누워서 실컷 잘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기뻐한다. 더구나 사형 당일 죽음에 대한 공포를 느끼는 것이 아니라 많은 군중들이 자신이 처형되는 모습을 볼 것을 기대한다. 뫼르소는 현재의 욕망에 지배받고 그 욕망에 충실하게 반응하는 인물이다. 또한 사회적 존재로서의 타인과의 정상적인 삶의 관계망이 형성되어 있지 않은 인물이다. 그는 이 세계를 지배하는 인과 관계나 사실들의 논리적인 연쇄, 일상적인 윤리의 세계로부터 완전히 벗어나 있다. 일반인의 세계로부터 벗어난 완전한 ‘이방인’이다. 그는 내일에 대한 희망도, 희망도, 절망도 없이 그날그날을 살아가며, 자기 자신에게 너무도 정직하게 반응한다. 부조리한 세계에 내던져진 뫼르소로서는 부조리한 태도만이 부조리한 세계에서 살아 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이른바 부조리 문학은 이 세계가 늘 조리 있게, 인과 관계와 논리적인 연쇄로 구성되고 존재하는 곳이 아니며, 따라서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가 과연 의미 있고 진정한 세계인가라는 회의(懷疑)로부터 시작된다. 부조리 문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1·2차 대전이 유럽인들에게 가져다준 혼란과 충격을 고려해야 한다. 그동안 유럽을 지배했던 인간 이성에 대한 신뢰와 인과 관계를 통한 논리의 세계에 대한 믿음은 2차례에 걸친 대규모의 전쟁으로 인해 뿌리채 흔들리고 만다. 인간은 더 이상 존엄하지도 않으며, 부조리한 현실에 내동댕이쳐진 존재로 인식된다. 뫼르소는 재판관의 언도를 스스로 받아들이고 죽음을 맞이하는데, 이는 인과 관계를 통한 논리의 세계에 대한 저항, 즉 반항을 통해 부조리한 세계에 대항하려 했던 것이라 할 수 있다.

나는 마치 저 순간을, 내가 정당하다는 것이 증명될 저 새벽을 여태껏 기다리며 살아온 것만 같다. 아무것도 중요한 것은 없다. 나는 그 까닭을 알고 있다. 너도 그 까닭을 알고 있는 것이다.
내가 살아온 이 부조리한 생애 전체에 걸쳐, 내 미래의 저 밑바닥으로부터 항시 한 줄기 어두운 바람이, 아직도 오지 않은 세월을 거쳐서 내게로 불어 올라 오고 있다. (중략) 다른 사람의 죽음, 어머니의 사랑, 그런 것이 내게 무슨 중요성이 있단 말인가? 너의 그 하느님, 사람들이 선택하는 삶, 사람들이 선택하는 숙명, 그런 것이 내게 무슨 중요성이 있단 말인가?

『이방인』은 인간의 존재는 본질적으로 부조리하다는 전제에서 출발하여 부조리한 인간 삶의 조건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작품이다.
이 세계의 부조리성을 믿지 않는 독자들에게는 『이방인』을 읽는 것이 다소 우울한 경험일테지만 이 작품을 통해 과연 인간이란 어떤 존재이며, 부조리한 세계에서 어떤 삶이 과연 진정한 삶인지를 깨달을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 관련 기출 문제

· 제시문 (가)(까뮈, <이방인>)에 드러나는 주인공의 행위를 제시문 (나)(<맹자>)의 논거에서 비판하고, 제시문 (다)(아리스토텔레스, <니코마코스 윤리학>)의 입장에서 자신이 생각하는 바람직한 행위에 대하여 논술하시오.(2001년 부산대 논술)

- 이명우(엘림에듀 대표집필위원, 광주 종로학원 논술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