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일반

말로만 “금융 선진화”…관치금융 부활하나

박승덕 기자
파이낸셜뉴스

D증권사 한 해외법인은 떠오르는 브라질 시장을 염두에 두고 파생상품을 만들었다. 브릭스(BRICs)에 투자되고 있는 펀드는 많지만 이를 구조화 시킨 파생상품은 거의 없어 이에 관한 파생상품을 만들었다. 이 구조화 상품은 연 20∼22%의 수익률을 보장하고 브라질 철강회사에 투자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하지만 이 상품을 국내에서 공모하는 것은 금지돼 있다. 다소 복잡하고 손실 위험이 크다는 이유로 금융 감독당국에서 공모 허가를 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금융 감독당국의 관치금융 부활 논란이 일고 있다.

금융감독위원회가 말로는 ‘금융선진화’를 외치면서 새로운 규제를 잇따라 도입, 지나치게 관(官)주도의 감독정책을 펼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용덕 금감위원장 겸 금감원장은 취임 이후 최근 ‘금융감독 선진화 로드맵’을 발표했다. 핵심은 규정(Rule) 중심에서 원칙(Principle) 중심으로 감독 방향을 바꾼다는 것. 큰 틀만 정해 놓고 업계의 자율성을 확대한다는 의미다. 업무 범위와 상품개발과 관련된 규제를 철폐하고 심사절차 등을 간소화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게 금융 업계의 목소리다.

지난달 31일 금융 감독당국과 증권업계에 따르면 최근 들어 금감위가 신용융자한도 등의 업계 자율 사안들을 규정이나 가이드라인으로 묶어 규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금감위는 신용융자 잔고가 7조원을 넘어서는 등 증권사의 신용공여가 급증함에 따라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업계 자율로 신용융자를 축소하도록 한 데 이어 신용융자 한도를 아예 감독규정으로 만들어 규제할 방침이다.

금감위는 또 자율 사안인 자산운용사의 의결권 행사에 대해서도 자산운용협회를 통해 가이드라인을 마련키로 했다.

금감위 김주현 감독정책2국장은 “중국증시 거품 논란과 일부 투자자들의 무리한 신용융자 등을 감안해 한시적으로 총액한도를 정하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펀드의 의결권은 이미 법에 의해 행사하도록 되어 있다”면서 “하지만 수익자에 이익이 되기 위해 어떤 기준을 어떻게 적용하는 것이 좋은지를 찾기 위해 자산운용협회가 용역을 준 것”이라고 했다.

펀드 대중화에 힘입어 자산운용사의 입김이 세진 만큼 펀드의 의결권 행사가 기업 경영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반면 의결권 행사를 위한 구체화된 기준이 없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미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상 운용사들이 자체적인 의결권 행사 기준을 마련해 공시하도록 의무화돼 있어 정부 주도의 가이드라인이 수익자 이익과는 무관하게 운용사의 자율권을 제한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업계는 지적하고 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정부가 증권사 자율성을 훼손하고 지나친 간섭을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면서 “신용융자 한도 등은 증권사 리스크 관리 시스템에 맞춰 증권사 자율에 맡겨도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자본시장에 대한 정부 개입 사례들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여파로 펀드런(펀드 대량 환매) 가능성이 제기되자 금감위 내부에서는 은행 등의 예금자 보호와 같은 펀드 수익자 보호 장치 도입 여부에 대해서도 자체 검토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펀드는 원칙적으로 실적배당 상품이어서 전세계적으로 펀드 수익자 보호를 위한 제도가 없는 것으로 확인되자 검토를 중단했다.

재정경제부도 증권선물거래소(KRX) 상장과 관련, 시장감시위원회의 인사, 예산 등을 대통령령으로 규정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또 거래소의 수수료 결정도 재경부 심의와 승인을 거치는 거래소법 개정안을 최근 입법예고해 관치금융 부활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email protected] 박승덕 김재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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