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출판

[베스트 북] 자기중심적 사고가 지닌 맹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7.11.07 16:18

수정 2014.11.04 20:12



■블라인드 스팟(매들린 반 헤케 지음/다산초당)

한 컴퓨터 전문가가 컴퓨터를 처음 이용하는 사람에게 전화로 사용법을 가르쳐주다가 프로그램 설치방법을 설명하게 되었다. 전문가는 이 사용자에게 디스켓을 삽입하려면 드라이브를 열어야 한다는 안내를 하려고 “자 이제 드라이브 문을 여세요”라고 말했다. 그러자 설명을 듣던 사용자가 자리에서 일어나 사무실 문을 열고 오는 소리가 들렸다.

“컴퓨터 드라이브를 열라는데 갑자기 사무실 문은 왜 연건지 모르겠어요. 머리를 안쓰기 때문에 그런거예요!”

그렇다면 컴퓨터 초보 사용자는 왜 그렇게 생각없이 행동했을까. 다른 시각에서 의문을 제기해보면 흥미로운 대답이 나올 수도 있다. 분별력 있는 그 사용자는 분명 바보가 아니었음에도 어떻게 그런 행동을 할 수 있었는지 밝혀내는게 이 책의 핵심 주제다.



이 책 내가 못보는 내 사고의 10가지 맹점 『블라인드 스팟』은 왜 똑똑한 사람들이 때로는 어처구니 없는 짓을 해서 자신의 우수한 재능을 엉망으로 만드는지 그 원인과 극복전략을 밝혀냈다.

기존의 심리학이 인간의 지능만을 오랫동안 연구해 왔다면 이 책은 정반대로 인간이 저지르는 실수와 편견, 멍청함에 관심을 갖고 파고들고 있다. 수많은 맹점의 사례를 콕콕 집어 제시한다.

인간은 자기 모습을 직접 볼 수 없다. 거울이나 타인의 존재를 통해서만 확인할 뿐이다. 이 책은 그런 인간의 한계점에서 출발하는 색다른 책이다. 임상심리학자인 저자는 인간심리에 있는 맹점이 인간의 사고방식에 치명적인 오류와 편견을 야기한다는 것을 깨닫고 그 맹점이 어떻게 개인과 사회, 나아가 국가에까지 영향을 미치는지 치밀하게 추적했다. 저자는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 소재 드폴대학교에서 실험심리학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대학 학부과정에서 성인 발달과정과 상담심리학과 비정상 심리학을 15년간 가르쳤다.

사고의 맹점이라는 감옥에서 풀려나 새로운 관점에서 사물을 보면 지금까지 발견하지 못했던 것을 발견해낼 수 있다. 모든 인간은 누구나 맹점을 지니고 있다. 이 책에 보면 가이듀섹 박사를 비롯한 노벨상 수상자들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그들 역시 다른 사람처럼 자기 분야의 맹점을 갖고 있었지만 다른 사람이 그 맹점을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반면에 이들은 끝없이 의문을 갖고 다른 관점으로 볼 수 있었기에 새로운 발견을 이룩할 수 있었다.

흔히 우리는 자기 관점에서 세상을 보기 때문에 타인의 사고방식을 함부로 비난하는 오류에 빠지곤 한다. 이 책에 보면 미국 시민들의 정치적 갈등을 일으키는 맹점에 대해 말하는 대목이 등장한다. 푸른 주(민주당 지지)와 붉은 주(공화당 지지)의 시민들은 서로의 맹점 때문에 서로가 가진 장점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다른 사람의 관점에서 세상을 볼 수만 있다면 편견을 극복하는데 큰 힘이 될 수 있다. 이 책에는 갇힌 사고에서 벗어나 열린 관점에서 사고하는 법을 원인과 전략으로 나눠 설명한다.

내 사고의 허점을 깨닫는 법, 내 사고의 과정을 의식하는 법, 편견의 늪에서 빠져나오는 법, 패턴안에 갇힌 사고에서 벗어나는 법, 추론적 사고법, 오류의 함정 찾는법 등 잘못된 사고의 원인을 밝히고 그것을 깨는 전략을 이어서 제시해 ‘나만 옳고 너는 틀리다’는 편견의 심리에서 빠져나오게 해준다.

이 책에서 계속 강조하고 있는 것은 타인과 더불어 사는 삶이다. 저자는 타인의 맹점을 비웃고 욕하는 행동은 이제 그만두라고 외친다. 타인의 맹점을 충고하는 것은 비판과 더불어 반드시 격려가 동반되어야 한다. 수치심을 준다면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지만 윤리적 죄의식은 씻어내기 쉽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이 책은 나도 모르게 저지르는 온갖 실수와 편견, 갈등의 원인을 “아차” 하면서 돌아보게 하는 동시에 캄캄한 맹점의 순간에 눈부신 통찰의 계기로 바꿀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준다.

/hyun@fnnews.com 박현주기자

■사진설명=우리는 종종 세상을 자기중심적으로 바라보게 되는데 그러다보니 맹점이 생기곤 한다.
이 책은 나만 옳고 너는 틀리다는 편견의 심리에서 빠져나오는 방법을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