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쓰레기 시멘트’ 소모적 논쟁 그만] 현황·문제점

조용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7.11.14 17:00

수정 2014.11.04 19:51



“우리나라 시멘트는 쓰레기로 만든 쓰레기시멘트다.” “쓰레기시멘트는 아토피피부염과 각종 중금속질환의 주범이다.” “쓰레기시멘트로 만든 아파트에는 치명적인 중금속인 수은과 6가크롬을 비롯해 납, 카드뮴, 비소 등이 대량 용출된다.”

최근 우리나라에 ‘쓰레기시멘트’ 논란이 한창이다. 산업폐기물을 재활용해 만들어진 쓰레기는 국민들의 건강에 치명적인 위협이 되기 때문에 강력하게 규제해야 한다는 것이 골자다.

이들의 논리대로라면 우리는 쓰레기시멘트로 만들어진 댐에 고여있다가 방류되어 쓰레기시멘트로 만들어진 담수장에 장기간 보관되었던 물(수돗물)로 매일같이 세수를 하고 있는 셈이다.
중금속이 함유된 그 물을 끓여서 마시기도 한다. 또한 여름이면 쓰레기시멘트로 만들어진 수영장에 들어가 옷을 벗고 수영을 한다. 하지만 수돗물로 샤워를 하고 수영장에서 수영을 한다고 해서 아토피피부염에 걸리지는 않는다. 또한 일각의 주장대로라면 시멘트산업 종사자들 역시 중금속에 오염돼 있어야 하지만 매년 건강검진결과에서 ‘이상없음’ 판정을 받고 있다. 사실상 시멘트는 수십년 동안 실제 사람들의 사용을 통해 안전성을 검증받았다고도 할 수 있다.

현재의 쓰레기시멘트 논란은 정확한 학문적 논리에 토대를 두고 있지 않은채 무분별하게 유포돼 일반인들로 하여금 공포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같은 불안감에 정부당국 역시 무리하게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상태다. 따라서 향후 세계에서 아직 검증되지 않은 ‘쓰레기시멘트’ 논란에 대해 좀 더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협의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시멘트아토피 논란은 난센스”

우리나라가 산업폐기물을 사용해서 시멘트를 만들기 시작한 것은 지난 1970년대부터다. 제철소에서 나오는 철강슬래그는 70년대부터, 화력발전소의 석탄회는 80년대부터 시멘트제조의 원료·연료로 사용돼 왔다. 이후 폐타이어와 재생연료유 등 가연성 폐기물은 90년대부터 사용됐다.

정부당국도 이에 맞춰 폐기물관리법을 1986년에 제정했고 폐기물재활용 신고업무 처리지침을 1991년에 마련했다. 이후 1999년 시멘트 소성로를 폐기물 소각시설의 한 종류로 인정하는 것을 골자로 폐기물관리법을 개정했다. 1999년 법개정 이전 30여년 동안 시멘트공장은 폐기물을 사용해 생산해 왔던 것이다.

이에 ‘1999년 법개정 이후 지어진 아파트는 쓰레기아파트며 아토피 환자가 그때부터 2배 증가했다’는 일각의 주장은 사실관계가 왜곡된 셈이다.

아토피피부염은 알레르기 반응 중 이해하기 어렵고 유전적 특성이 있을 것으로 판단되는 일종의 정체불명의 질환이다. 아직 무기질인 시멘트와 아토피피부병과의 관련성은 전 세계에서 단 한차례도 의학적으로 검증된 바가 없다.

해외에서는 ‘시멘트-아토피 논란’에 대해 난센스라는 반응이다. 전세계 70여국에 진출해 있는 라파즈그룹의 다니엘 르마샹 환경담당 부사장은 “시멘트의 6가크롬이 아토피의 원인이라는 것은 전세계적으로 한국에서 처음 나온 이야기”라고 평가했다.

■시멘트 중금속 함유량 “안전한 정도”

시멘트에서 치명적인 중금속이 용출된다는 논리도 왜곡·과장돼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반 국민은 시멘트 제품 자체가 아닌 자갈, 모래 등과 함께 섞인 콘크리트 형태로 시멘트를 접하게 된다. 콘크리트 작업자만이 시멘트제품 자체를 접촉하는 것이 일반적인 상황이다.

굳은 콘크리트는 중금속을 자체 구성물질에 가두어 외부로 용출시키지 않는 특성이 있다. 시멘트의 6가크롬 역시 콘크리트 안에 굳어져 외부로 용출되지 않는다. 다만 실험에 따라 규제치를 월등히 하회하는 극미량(0.001∼0.01ppm)의 6가크롬이 용출되는 경우가 있을 뿐이다.

시멘트는 석회석 등 천연광물을 사용해서 만들기 때문에 일정량의 중금속을 함유하고 있다. 흙, 모래 등 모든 천연광물에는 중금속 원소가 존재하기 때문에 이를 이용해서 만든 건설재료에는 필연적으로 중금속이 함유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함유된 중금속의 양은 천연토양의 범위 내에 있다.

산업폐기물을 사용해서 시멘트를 만들더라도 이로인해 시멘트내의 중금속 함유량에는 큰 영향이 없다. 또한 각 업체별로 6가크롬 함유량 20ppm 이내의 제품이 만들어지도록 폐기물의 종류와 양을 조절하고 있다.

정부당국은 시멘트 내 6가크롬의 양을 내년에는 30ppm 이내로, 2009년부터는 20ppm 이내로 제한할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이에 각 시멘트 업체들은 자체적으로 제품에 함유된 6가크롬의 양을 수시로 검사하고 보고를 하고 있다.

지난 7월 조사한 바로는 전체 시멘트회사의 제품의 6가크롬 함유량이 20ppm 이내로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멘트 함유 6가크롬이 40ppm 이하이면 민감한 피부의 작업자가 맨손으로 수용액을 접촉하더라도 안전하다는 것이 일본 시멘트연구소 환경그룹 리더인 다카하시의 연구결과다.

■분위기 휩쓸려 과잉규제 우려

환경부는 ‘쓰레기시멘트’ 논란으로 야기된 사회적 불안감을 고려해 시멘트소성로에서 사용하는 폐기물의 기준을 제한하는 법개정안을 내놓았다. 개정안에 따르면 시멘트 제조 부원료로는 총크롬 1800ppm 이하의 철강슬래그 등 지정부산물, 소각재로 품목을 제한해 놓았다. 하지만 재생가능한 산업폐기물의 종류는 이보다 훨씬 많으며 향후에도 수십여가지가 새로 생겨날 수밖에 없다. 원료의 크롬함량 역시 1800ppm 이상이라 하더라도 생산완료된 시트 제품의 총크롬이 20ppm 이내라면 안전하다고 볼 수 있다.

또한 개정안은 보조연료 역시 발열량 3500㎉ 이상의 폐타이어, 폐목재, 폐합성고분자화합물로 지정해 놓았다. 시멘트의 보조연료는 1450도의 소성로 안에서 전소된다. 어차피 전소될 연료의 품목에 제한을 두는 것 역시 비합리적이라는 것.

유럽의 경우에는 이같은 규제가 없다.
노르웨이에서는 가장 유해한 폐기물로 알려진 인쇄회로기판(PCB)마저도 시멘트 연료로 사용되고 있으며 도시쓰레기는 물론 광우병에 걸린 소의 사체까지도 연료로 쓰고 있다. 또한 유럽의 환경단체들이 주도해서 더 많은 종류의 유해한 폐기물들을 시멘트공장에서 연료로 사용하도록 여론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현실이다.
유럽 각국의 정부 역시 산업폐기물을 사용하는 시멘트공장에 폐기물품목별로 보조금을 지급하거나 세제혜택을 주는 등 다양한 지원책을 펴고 있는 실정이다.

/yscho@fnnews.com 조용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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