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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직업―이색 자격증] ⑧ 속옷 디자이너 “겉옷만큼 중요”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7.11.18 17:29

수정 2014.11.04 19:43



속옷도 패션으로 인식되면서 ‘속옷 디자이너’에 대한 관심도 치솟고 있다.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속옷은 패션이 아닌 생활필수품으로 치부돼 디자인보다는 소재나 가격이 더 중요시됐었다. 그러나 2000년에 접어들면서 소득수준이 높아지고 옷에 대한 관심이 커져 속옷도 골라서 맞춰 입는 패션의 일부분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현재 국내 속옷 시장의 규모는 1조2000억원으로 트라이브랜즈, 신영와코루, 남영L&F, 좋은사람들, BYC와 같은 대표적인 업체들이 전체 시장의 약 75%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 5개 업체에서 활약하고 있는 속옷 디자이너는 150여명으로 디자인이 갈수록 중요해지면서 이들의 역할과 책임도 커지고 더불어 몸값도 함께 오르고 있다.



그러나 속옷 디자인은 국내 의류관련 학과에서도 별도로 가르치지 않아 속옷 디자이너를 지망하는 학생들은 막막함을 호소하고 있다. 날이 갈수록 주목받고 있는 속옷 디자이너가 되는 길은 무엇인지 알아본다.

■속옷에 대한 관심이 필수

속옷 디자이너는 트렌드에 대한 감각과 패턴이라는 기능적 특성을 함께 갖춰야 한다. 여기에 겉옷과의 연계가 더욱 밀접해지면서 소비자를 이해할 수 있는 센스 있는 마케팅 감각도 요구된다.

겉옷과 달리 속옷은 착용하는 동안 몸에 계속 밀착돼 있기 때문에 피팅감을 결정하는 패턴뿐만 아니라 소재가 매우 중요하다. 입체 패턴을 잡은 뒤 여기에 소재를 선택하고 감각을 더해주는 디자인을 입혀야 하나의 속옷이 완성된다. 일반적으로 겉옷 디자이너들이 디자인에만 집중하는 데 반해 속옷 디자이너들의 경우 디자인에서부터 패턴, 소재, 염색까지 전 과정을 섭렵해야 하기 때문에 상당한 전문성이 요구된다. 따라서 주로 대학에서 의상학, 의류학을 전공한 경우가 많고 드물게 미술이나 디자인 전공자들이 있기도 하다.

하지만 속옷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속옷에 대한 관심이 우선돼야 한다. 현재 국내 대학의 의상학이나 의류학 과정에서 속옷이 차지하는 비율이 무척 적고 패턴에 대한 기술적인 측면을 가르치는 곳은 거의 없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학부만 졸업한 상태에서는 속옷 디자이너로 일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지속적으로 속옷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문성 강한 덕분에 직업수명 길어

전문성이 요구되는 만큼 속옷 디자이너들은 좋은 조건에서 경력을 시작할 수 있다. 겉옷 회사들이 대부분 중소기업 규모인 데 반해 국내 속옷 업체들은 직원수가 수백명에 달하고 연간 매출이 1000억원을 넘는 대기업들이기 때문에 초봉이 높고 근무 환경이 우수한 편이다.

또한 패턴이라는 기술적인 전문성은 시간이 갈수록 가치가 높아지기 때문에 다른 복종의 디자이너들에 비해 직업 수명이 무척 긴 편이라 20년 넘게 근무하는 사람도 많다. 겉옷의 경우 트렌디한 감각이 우선시되기 때문에 결혼을 하거나 아이를 낳으면 일을 그만두는 경우가 많지만 속옷 디자이너는 숙련된 기술이 요구되기 때문에 오히려 경력이 많은 사람을 선호한다.

직업의 특성상 매년 대규모 공채를 통한 채용보다는 공석이 발생할 경우 공고를 통한 수시 채용 형태가 일반적이기 때문에 속옷 디자이너 지망생들은 공고를 눈 여겨 볼 필요가 있다.
현재 업체별로 매년 4, 5명 정도 수시채용으로 선발되고 있다. 다만 전문성이 요구된다는 점 때문에 타복종으로의 이직은 불가능해서 속옷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서는 속옷에 대한 열정이 필수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padet80@fnnews.com 박신영기자

■사진설명=트라이브랜즈 란제리 디자인실에서 한 디자이너가 완성된 속옷들 디자인을 비교해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