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쟁이 아빠와 아르헨티나 할머니의 로맨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7.11.29 16:59

수정 2014.11.04 16:27



아직 일본사람들처럼 쿨하지 않아서 일까. 영화 ‘아르헨티나 할머니’(감독 나가오 나오키/수입 프리미어 엔터테인먼트)는 ‘그래도, 어떻게 그럴수 있을까…’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일본소설 붐을 일으킨 작가 요시토모 바나나의 소설이다.

어느날, 병석에 있던 엄마가 죽었다. 그런데 아빠도 그날 행방불명됐다. 고등학생인 딸 미츠코(호리기타 마키)는 6개월만에 아빠를 찾게 된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아빠가 있는 곳은 어릴적 무서워서 도망치던 아르헨티나 할머니집이 아닌가. 아르헨티나 할머니는 마녀처럼 부풀린 머리와 살짝 맛이갔다는 괴짜 여인이다. 석공이던 아빠는 그곳에서 ‘만다라’를 만든다며 횡설수설한다. 딸은 아빠를 이해할 수 없다.

엄마 임종도 지키지 않았고, 장례식장에도 오지 않았던 아빠. 죽은줄만 알았던 아빠는 아르헨티나 할머니집에서 달콤한 꿈에 취해 있는게 아닌가.

인생의 가장 쓴맛의 터널을 건너고 있는 딸은 아빠를 그곳에서 빼내오려고 갖은 애를 써보지만 아빠는 요지부동이다.

아빠의 여동생 고모가 찾아와 아르헨티나 할머니에게 따지자 아빠는 “내가 여기 있고 싶은 거야! 내가 반한거야, 내가 좋아한다고! 뭐 할말 있어?”라고 할머니를 두둔한다. 딸이나 고모, 동네사람에게 할머니는 남자를 홀리는 마녀다. 그러나 무책임한 아빠는 아르헨티나 할머니때문에 철이 든다. 아내의 죽음이 두려워 도망친 그는 아르헨티나 할머니에게 자유와 책임을 배우고 두려움에 맞선다.

‘실락원’, ‘쉘위댄스’에 출연했던 일본 국민배우 야큐쇼 코지가 가출한 아빠역으로, 기묘한 여인 아르헨티나 할머니는 최양일 감독의 ‘피와 뼈’에서 극악무도한 남편때문에 고통스런 인생을 사는 이영희역을 맡았던 스즈키 쿄카가 맡아 이국적인 미모를 뽐낸다.
또 겁장이 아빠때문에 마음고생을 심하게 하는 딸역을 맡은 호리키타 마키는 청순하면서 상큼한 매력을 발산한다. 풀밭에 묘하게 어우러진 3층짜리 낡은 건물 등 연극무대같은 세트가 인상적이다.


탱고음악이 흐르는 아지랑이 피는 봄날, 파스텔로 칠해진 한편의 동화책을 보는 느낌이다. 12월 13일 개봉. 12세이상 관람가.

/hyun@fnnews.com 박현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