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를 아시나요] 1983년 B형간염백신 개발

1983년 6월 20일. 세계 제약업계는 아시아의 작은 나라에서 B형간염 백신 개발에 성공했다는 뉴스에 놀랐다.
한국의 녹십자가 미국의 ‘MSD’와 프랑스의 파스퇴르사에 이어 세계 세번째로 B형 간염 백신 ‘헤파박스 B’를 개발한 것이다. 이 백신의 개발로 우리나라는 당시 13%에 달하던 B형간염 보균율을 절반으로 떨어뜨릴 수 있었다.
녹십자의 간염백신 개발은 일본 미도리쥬지사 제안에서 시작됐다. 당시 하버드대학 의대팀과 B형 간염 백신 개발을 추진했던 미도리쥬지사는 이것이 무산되자 연구원 명단 중 C. Y. Kim이라는 한국인으로 보이는 사람을 발견, 한국의 녹십자에 이 연구원을 찾아달라고 의뢰했다.
녹십자는 수소문 결과 C. Y. Kim이 서울대 의대 김정용 교수라는 사실을 알아냈고 1972년 11월 미도리쥬지사와 공동으로 백신 개발에 나섰다. 당시 미도리쥬지사와 김 교수는 각각 자신들이 개발한 실험백신으로 B형 간염백신을 만들자고 주장했다. 이 때 미도리쥬지사의 실험백신이 효능이 없다는 결과가 나오자 미도리쥬지사는 연구비 투입을 중단했다. 녹십자는 고심 끝에 단독 개발을 결정했다. 그 후 10여년만인 1983년 6월 녹십자는 ‘헤파박스 B’개발에 성공했다.
당시 B형 간염 백신의 허가 과정도 쉽지 않았다. 심의를 맡았던 국립보건원 전문가들이 B형 간염 백신에 대한 지식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김정례 보사부장관이 직접 나서서 해결했다. 김 장관은 B형 간명이 국민 보건과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신속한 심의를 지시했다. 하지만 허가는 외국 제품과 똑같은 절차를 거쳤다.
‘헤파박스 B’이 나오자마자 정부는 간염에 대한 국민들의 경각심을 고취시키는 한편 B형 간염을 법정전염병으로 지정하는 등 중장기 간염퇴치 계획도 내놨다.
/[email protected] 이재원기자
■사진설명=김정용 박사가 B형 간염백신 개발을 위해 실험을 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