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까지 자금 ‘입도선매’ 최악 돈가뭄
국제금융시장의 리보금리가 9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상승하면서 국내 금융기관들과 기업들의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리보금리는 금융기관이 외화자금을 차입할 때 기준으로 삼는 금리로 그만큼 차입비용이 증가한다는 의미다.
돈의 수요에 비해 공급이 달리면서 금리상승 요인이 발생했고 추가 상승 여지가 많아 대외차입 여건이 점차 악화되고 있다.
4일 금융권과 산업계에 따르면 과도한 금리 상승으로 해외 차입이 사실상 중단된 금융기관들과 기업들이 국내 자본시장에서 조달에 나서면서 채권금리가 급등하는 등 국내 시장 불안도 이어지고 있다.
■리보, 9년 만에 최고치
지난 8월 시작된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에 따른 금융시장 혼란, 신용시장 경색이 갈수록 확대되면서 국제금융 시장의 기준금리인 리보금리 상승세가 멈출줄 모르고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3일(현지시간) 리보금리는 9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으며 최근 상승세 흐름을 가속화하는 분위기다.
이는 우선 은행들의 자금 사정이 넉넉하지 않다는 데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담보부증권(MBS) 등으로 큰 손실을 입은 산하 펀드들을 구제하기 위해 각 은행들이 갹출해 1000억달러짜리 펀드를 조성키로 합의한 데 따라 은행들의 여유자금이 부족해진 탓이다.
그러나 더 근본적인 원인은 이번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에 어떤 은행이 얼마나 많이 물려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는 점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손상각 처리 규모가 시시각각 커지면서 다른 은행에 돈을 빌려주는 것조차 꺼리는 시장의 위험회피 분위기가 반영된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과 관련된 은행들의 대손처리 규모가 3000억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금리가 오른다는 것은 그만큼 돈을 구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말로 접어들면서 기업들의 자금수요가 많아진 반면 은행들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대손상각과 이를 위한 펀드 조성을 위해 따로 돈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에 국제금융 시장에 자금이 마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핌코 뮌헨의 펀드매니저인 울리치 카츠는 “자금시장 상황은 매우 긴박하다”면서 “유럽중앙은행(ECB), 영국은행(BOE) 등 중앙은행들의 당면한 최우선 과제는 연말까지 충분한 유동성을 공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말자금 수요와 펀드조성 등이 겹치면서 확대된 자금난으로 외환시장에서 달러가치가 다시 오르고 있다.
달러는 지난주 16개 주요통화 가운데 12개 통화에 대해 강세를 보였다. 달러를 구하기 어려워진 기업들이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사들이고 있는 게 달러 강세의 배경으로 지적되고 있다.
소시에테 제네랄(SG) 도쿄의 외환거래 책임자인 사이토 유지는 “연말 자금수요와 맞물려 상당수 (일본) 기업들이 은행에서 달러를 빌리기 어려워지자 일부 기업이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사들이고 있다”며 “이는 최근 달러 강세 원인 가운데 하나”라고 설명했다.
■국내, 영향 덜 하지만 일부 자금난
국제금융시장 불안은 상대적으로 서브프라임 모기지와 연관성이 적은 한국 금융시장과 기업, 가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선 금융기관들의 금리 급등으로 해외 채권 발행이 사실상 불가능해지고 손쉬운 자금조달 통로인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실제 국내 금융기관과 기업들의 해외채권 발행 기준 금리로 적용되는 5년만기 한국물 크레디트디폴트스와프(CDS) 금리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이 일시 진정됐던 지난 10월31일 0.26%포인트에서 3일 현재 0.49%포인트까지 올라갔다. 이는 채권발행 때 프리미엄을 거의 2배가량 얹어줘야 한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금융기관들은 자금조달 통로를 국내로 잇따라 돌려 CD 발행에 나서면서 ‘CD금리 상승→주택담보대출·가계대출 금리 급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또 있다. 이처럼 금융시장 불안이 계속되면서 자금 사정이 우량한 기업들도 자금을 ‘입도선매’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들어 9월까지 대기업 대출 잔액은 전년말 대비 27% 늘었다. 같은 기간 중소기업대출 증가율 17.6%를 훨씬 웃도는 규모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일부 대기업이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은행 자금을 끌어들이면서 신용도가 낮은 건설 등 일부 업종은 심각한 자금난을 겪고 있다”며 “신용등급이 BBB- 이하인 기업들은 연 8%대 이상의 금리를 제공한다고 해도 자금을 구하지 못할 지경”이라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김규성 송경재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