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유통

러시아 롯데百 명품관 ‘속앓이’

이성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7.12.09 18:54

수정 2014.11.04 15:33



롯데백화점이 러시아 현지 유통업체들 때문에 애를 태우고 있다.

명품 브랜드의 운영권을 갖고 있는 현지 유통업체들이 롯데백화점 모스크바점과의 입점 계약 후에도 명품 브랜드와의 인테리어 협상 등이 여의치 않아 오픈 4개월이 지나도록 매장을 비워놓고 있는 것.

때문에 백화점 오픈 이후에도 상권이 활기를 띠지 못한데다 전체 매출까지 영향을 미쳐 입점 브랜드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9월 1층 명품 매장이 들어서지 않은 상황에서 모스크바점을 오픈했다. 당시 1층에 구성된 명품존에는 입점업체들과의 계약이 만료된 상태로 백화점측은 1∼2개월안에 명품업체들이 들어올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러나 이들은 4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입점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롯데측은 입점을 촉구하고 있지만 러시아의 경우 모든 명품의 수입 라인을 마피아가 쥐고 있어 이들과의 협상이 수월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2∼3개의 조직에서 명품을 나눠 관리하다 보니 마땅히 협상을 할 수 있는 연결 라인이 부족한 것도 롯데측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러시아 마피아들의 경우 시간을 끌다 보면 좀 더 좋은 조건으로 물건을 납품할 수 있어 느긋한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 모스크바점의 경우 국내 백화점(수수료 매장)과 달리 전체 80%가 임대 매장으로 이뤄져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상권이 살아나지 못하면서 입점업체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러시아 최대 성수기인 연말연시가 다가오면서 빠른 시일내 명품 입점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전 층까지 분위기가 확산돼 매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러시아의 경우 워낙 변수가 많아 문제 해결을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며 “롯데가 처음으로 해외에 진출한 백화점인 만큼 그룹 전체가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형 백화점에 대한 러시아인들의 인식 부족도 넘어야 할 과제다.

모스크바의 경우 국영 백화점인 ‘굼’(GUM)과 ‘춤(TsUM)’의 매장 구성은 일자형(평균 3층)으로 7층인 한국형 백화점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실정이다.

멥버십 카드, 무료 주차 등 차별화된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지만 아직은 익숙지 않는 소비자들의 마음의 문을 열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관세로 인한 높은 가격과 한국 브랜드에 대한 인지도도 턱 없이 부족하다.

현재 패션, 뷰티, 가전 등 27개의 국내 브랜드들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롯데 모스크바점에 입점해 있지만 손익분기점을 맞추기에는 턱 없이 부족하다. 초기 한국의 이색 브랜드라 관심을 가진 것이 고작인 것이 현지의 분위기다.


국내 입점업체 관계자는 “아무리 롯데가 임대 매장으로 국내와 운영방식을 달리하고 있지만 빠른 시일내에 정상 영업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연장 계약은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롯데측은 “명품브랜드 입점은 시간이 다소 걸릴 수 있지만 입점에는 문제가 없다”며 “러시아인들이 이러한 분위기의 백화점에 익숙해지려면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롯데 모스크바점은 연말까지 580억원, 내년에는 1400억원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shower@fnnews.com 이성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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