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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국경이 사라진다] 서태식 회장,“사람 생명처럼 법인 존중해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7.12.10 21:59

수정 2014.11.04 15:28



서태식 회장이 삼일회계법인 회장으로 재직할 당시 회계사들에게 했던 일본 도검 이야기는 유명한 일화다.

그는 당시 회계사들이 모인 자리에서 길고 날카로운 일본 도검을 꺼내 놓았다. 그리고 “회계사로서의 윤리를 지키지 못할 바에는 차라리 이 칼로 ‘할복자살’을 하라”는 폭탄 발언을 했다. 사람의 생명이 절대적인 가치인 것처럼 법인의 생명을 존중하라는 뜻이다.

서 회장은 “산동회계법인이 대우와 함께 무너지는 과정을 지켜보며 안타까웠다”면서 “조직에 해를 끼치면 자신의 배를 가르는 일본 사무라이들의 할복 정신처럼 회계사들이 법인을 내 생명처럼 여기고 작은 것 하나도 불의에는 절대 눈감아 주지 말 것을 당부하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내년 6월이면 임기가 끝나는 서 회장은 앞으로 남은 시간을 공인회계사 위상 제고를 위해 쏟겠다고 말했다. 높은 수준의 전문성과 윤리성을 갖추고 국제적인 수준의 회계사를 키워 내겠다는 의지다.

그는 “자유무역협정(FTA)와 IFRS를 계기로 세계 각국과의 회계사 교류도 활발해질 전망”이라며 “국내 회계 전문 인력의 해외 진출에 장애가 없도록 국내 제도 역시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그가 가장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은 현재 우리나라가 갖고 있는 공인회계사 교육 과정이다. 현재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석사 학위 이상이어야 공인회계사 자격 시험에 응시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지만 우리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선진국의 경우 회계사가 기업의 언어인 ‘회계’라는 경제인프라를 제공하는 만큼 높은 수준의 전문성과 윤리성을 담보하도록 제도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공인회계사 실무 수습기간 역시 국제기준은 3년으로 의무화 돼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1년만 수습을 해도 제한된 자격으로 개업이 가능하고 또 회계법인이 아니라도 일반 기업에서 경리업무를 일정 기간 수행하면 실무 수습을 받을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는 점도 개선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현실은 거꾸로다. 오히려 매년 40시간으로 의무화된 공인회계사 연수 의무를 과잉규제라는 이유로 법에서 폐지하기로 정하는 등 국제기준에 역행하고 있다. 선진국의 경우 회계사는 3년에 한 번씩 회계사 등록 갱신을 할 때 의무교육 과정을 이수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면 갱신이 되지 않는다.

서 회장은 “연 40시간 교육과정은 새로 바뀌거나 추가된 회계사법을 업데이트하고 IFRS 관련 교육을 위해서도 중요한 일”이라며 “하지만 규제개혁 위원회에서 회계사 교육에 대한 의무화가 공인회계사회 회비 징수 수단으로 쓰인다고 생각, 풀어 달라고 지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하지만 공인회계사 시험 응시자격뿐 아니라 합격 이후 연수프로그램과 등록 갱신까지 모두 회계사법에서 정한 교육기준에서 관리되고 있는 부분이라 수정하기 어려운 점이 가장 안타깝다”고 말했다.

서 회장은 국내 공인회계사의 위상을 높이려면 정부가 직접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국의 경우 국내와 마찬가지로 영국 회계단체에서 회계사 자격증을 주지만 정부의 승인을 받는 과정이 선행된다.
미국 역시 주정부에서 직접 회계사를 관리한다. 그만큼 사회적으로 비중 있는 전문가라는 인식이 바탕에 깔려 있다는 것이다.


서 회장은 “뒤늦게 시작한 중국마저 재무부 내 회계사를 관리하는 부서가 따로 있으며 차관급 공직자를 포함, 회계업무를 처리하는 공무원만 200명”이라며 “중국은 종합대학 규모의 회계전문대학원을 세울 만큼 국가에서 비중 있게 다루는 부분임을 우리 정부도 깨달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세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