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기고

[특별기고] 수요자중심의 금융감독/주재성 금감원 총괄조정국장

파이낸셜뉴스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곧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파괴하지 않으면 안된다.

새는 神에게로 날아간다.

그 神의 이름은 아프락시스이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에 나오는 구절이다. 땅에 있는 알이 하늘을 나는 새가 되려면 딱딱하고 두꺼운 알을 깨뜨려야 한다. 사람도 기존의 사고틀, 고정 관념, 관습적인 생활을 깨지 않으면 새로운 차원의 삶을 살 수 없다는 것이다.

완벽한 하나의 세계였던 알을 깨뜨리는 산고를 감내하여 새가 된 것에 그치지 않고, 알을 깨고 나온 그 새는 또 다른 새로운 세계인 프락시스를 향해 날아간다는 말이다. 끊임없이 변화와 혁신을 요하는 우리에게 좋은 교훈을 던져주고 있다.

이러한 변화와 혁신을 위해 우리 금융감독당국도 향후 3년이 우리나라가 ‘동북아 금융허브’로 도약할 수 있는지 여부를 판가름하는 중대한 시기라는 인식 하에서 지난 10월22일 금융감독 선진화 로드맵을 발표했다.

‘세계 10대 금융강국으로의 도약’이라는 정책비전 하에 ‘금융감독 패러다임의 전환’, ‘정책수요자의 편의성 제고’, ‘금융회사의 자율성 확대’ 등의 정책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위해 향후 3년 간 추진할 100대 과제를 마련했다. 이 중 감독정책의 수요자 중 하나인 금융회사의 편의 제고를 위해 ‘인허가 처리절차 개선방안’ 및 ‘금융회사 접촉창구 일원화 방안’을 11월 중 우선적으로 마련하여 이달부터 시행하고 있다.

이번에 마련한 두 가지 방안의 핵심은 감독당국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 수요자 중심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있다. 즉 금융감독행정의 투명성과 예측가능성을 강화해 금융회사의 전략적 의사결정 및 집행을 촉진하고 금융회사의 업무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한 것이다.

감독당국은 금융회사 등 신청인이 인·허가 사전 단계부터 감독당국과 원활하게 협의할 수 있도록 신속상담제를 도입함과 아울러 금융업 영위를 위해 다수의 인·허가가 필요한 경우 주무감독부서가 관련 부서의 의견·자료 등을 취합하여 일괄 처리하는 원스톱(One-stop) 서비스제를 도입했다. 또 신청인이 감독당국의 웹사이트를 통해 인·허가 처리상황을 실시간으로 조회할 수 있도록 하여 인·허가 절차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신청인의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했다.

한편 금융회사에 대한 서비스 만족도 조사결과 감독당국의 중복자료 요구가 가장 큰 불만사항 중 하나로 제기됨에 따라 감독당국 내 자료 담당자(Central Point of Contact)를 지정하여 금융회사의 자료 관련 접촉창구를 일원화했다. 또한 제출받은 자료를 데이터베이스화하여 효율적으로 관리·활용함으로써 금융회사의 자료 작성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했다.

이번 두 가지 방안이 시행됨에 따라 심사창구 일원화에 따른 업무부담 증가와 필요 자료의 지연 등이 예상되어 감독당국 내 여러 부서로부터 일부 우려의 소리가 있었다. 그러나 감독당국이 그만큼 불편하다는 것은 금융회사가 그만큼 편해진다는 것을 의미할 때 동 제도들이 수요자 중심의 감독서비스 정착에 기여하리라 기대된다. 이와 같이 감독당국과 금융회사가 긴밀히 협력하면서 급변하는 국내외 금융환경에 대처한다면 금융산업은 보다 빠른 속도로 발전할 것이며 우리나라가 세계 10대 금융강국으로 도약하는 데 한 발 더 가까이 다가설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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