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골프일반

[2008 신년특집] 골프 해외투어 85명..세계주류 급성장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01.02 15:40

수정 2014.11.07 16:27



“무슨 소리, 난 이런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미국 진출에 성공했는데….”

2004년 SK텔레콤오픈 때 동반자였던 프레드 커플스(미국)가 베어 그라운드 투성인 페어웨이 컨디션에 “이런 코스 상태에서 어떻게 기량을 발휘할 수 있겠느냐”며 불만을 토로하자 ‘한국산 탱크’ 최경주(38·나이키골프)가 쏘아 붙인 일침이다. 당시 대회 개최지였던 경기도 용인의 비에이비스타CC는 물론 전국 대부분 골프장은 기록적인 한발로 코스 컨디션이 최악의 상태였다. 코스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최상의 골프 환경에서만 골프를 한 커플스로서는 어쩌면 당연한 반응이었겠지만 최경주로서는 도저히 수긍할 수 없었던 모양이다.

이 일화가 시사하는 바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제 아무리 기후적 영향이라고는 하지만 커플스의 지적대로 우리의 골프 환경이 썩 좋지 않다는 사실은 어느 정도 인정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 근본적 원인은 의심할 여지 없이 골프장에 부과된 균형 감각을 잃은 세금 때문이다. 이로 인해 경영 악화를 우려한 골프장은 연중무휴 운영이 불가피하다. 그런 상태서 코스 관리가 제대로 될 리는 만무하다. 이용객들의 경제적 부담은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한 푼이라도 더 벌어야 하는 골프장 입장에서 주니어 지원, 골프대회 유치 등 이른바 사회적 책임을 기대한다는 것 또한 무리다.

다른 하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경주, 박세리(31·CJ)를 비롯한 우리의 골프 선수들이 세계무대에서 ‘한류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는 사실이다. 1900년경 영국의 고문들이 원산세관에 6홀짜리 골프 코스를 만든 것으로 시작된 우리의 골프역사는 현재 골프인구 300만명, 개장중인 골프장 300여개 시대를 맞이 하면서 전 세계 골프시장의 주류로 떠오르고 있다. 그 중에서도 경기 부문에서 우리 선수들이 일구어낸 업적은 국가 신인도 제고면에서 엄청난 성과로 평가받고 있다.

■한국 골프의 해외 진출사

우리나라 골퍼가 해외에 첫 진출한 것은 한국프로골프 1호인 고 연덕춘이다. 1935년에 일본 관동골프협회로부터 프로 자격증을 취득한 연덕춘은 일제 강점기였던 1941년에 일본오픈에 출전해 우승을 차지함으로써 한국 골프의 가능성을 확인시켰다. 이에 반해 여자 선수의 해외대회 첫 출전은 한명현(54), 강춘자(52), 정길자(50) 등이 출전했던 1982년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 캐논 퀸스컵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것을 계기로 그 이듬해에 한명현은 일본테스트에 응시, 통과함으로써 첫 해외 진출 프로가 된다. 하지만 한국프로골퍼의 본격적 해외 진출사는 1983년 가을에 일본 프로테스트에 합격한 구옥희(52)로부터 시작된다.

구옥희는 1985년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 기분레이디스오픈에서 일본 진출 후 첫 우승을 차지한 뒤 해외에서만 통산 25승(LPGA투어 1승 포함)을 거두면서 오늘날 한국 골프 글로벌화의 산파역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 뒤 이영미, 원재숙 등 다수의 여자선수들이 일본에 진출해 이른바 ‘저팬 드림’을 실현했다.

하지만 일본은 ‘코리안 우먼 파워’에게는 너무나 좁은 무대였다. 한 마디로 일본은 ‘빅 리그’인 미국무대 진출을 위한 일종의 중간 기착지에 불과했다. 실질적으로 미국무대에 역사적인 첫 발을 내디딘 선수는 박세리다. 그 보다 훨씬 이전인 1988년 LPGA투어 터콰이즈클래식에서 우승한 구옥희와 재미교포인 펄 신의 활동이 있긴 했지만 정통 ‘한국적 골퍼’로는 박세리가 최초다. 박세리가 1998년에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루키 시즌을 보낸 뒤 우리 여자 선수들의 미국 진출은 러시를 이뤄 현재는 ‘코리안 군단’을 형성하고 있을 정도로 많은 선수들이 활동하고 있다.

여자선수들의 해외 진출 성공 사례는 남자 선수들에게도 자극제가 돼 남자 선수들의 국내무대 ‘액소더스’가 줄을 이었다. 남자의 경우도 여자와 마찬가지로 일본은 잠시 머물렀다 가는 경유지고 최종 목적지는 미국이다. 임진한(51), 김종덕(48·나노소울)이 남자 선수들의 해외 진출에 물꼬를 텄다면 최경주의 등장은 그러한 분위기에 부채질을 한 꼴이다. 먼저 1999년에 일본 무대에 진출한 최경주는 그 해에 일본프로골프(JGTO)투어에서 2승을 거두고 같은 해 12월에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퀄리파잉스쿨을 통과해 꿈에 그리던 PGA투어 풀시드를 획득해 2000년부터 무대를 미국으로 옮겨 활동하면서 해외 진출을 꿈꾸고 있는 많은 후배들의 모델이 되고 있다.

■막대한 외화 획득

지난해에 LPGA사상 최연소로 명예의 전당 회원에 헌액된 박세리는 1998년 LPGA 진출 이후 10년간 총 24승(메이저 5승 포함)을 거두면서 978만7077달러의 통산 상금을 획득했다. 박세리보다 1년 늦게 미국에 진출한 김미현(31·KTF)도 통산 8승을 일구어내면서 한국 선수로는 두번째로 많은 785만5692달러의 상금을 9년간 벌어들였다. 올 시즌 극심한 슬럼프를 벗어나지 못하고 와신상담 내년 시즌 개막만을 기다리고 있는 박지은(28·나이키골프)은 522만8650달러를 벌어들여 그 뒤를 이었다. 풀 시드권자는 물론 컨디셔널과 초청까지 합해 총 51명의 선수들이 LPGA투어에서 지난해 말까지 벌어들인 외화는 자그만치 6140만9446달러(원화 650억원)다. JLPGA투어와 아시안투어까지 합하면 여자 골프선수들이 벌어들인 외화는 약 8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해외 진출사가 여자에 비해 일천한 남자의 경우는 2000년에 풀 시드권자로 PGA투어 활약을 시작한 최경주가 7년간 1611만8197달러를 벌어들인 것을 비롯해 나상욱(26·코브라골프) 299만9131달러, 앤서니 김(23·나이키골프) 188만3261달러, 위창수(37·테일러메이드) 139만6056달러 등 PGA투어에서만 2239만6645달러(원화 237억원)를 획득했다. JGTO 역대 상금까지 포함한다면 약 260억 정도로 추정된다. 하지만 상금 규모가 해를 거듭할수록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다면 지난해보다 더 많은 선수들이 활동하게 되는 올해에는 남녀 통산 획득 상금 1100억원 돌파는 거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경승용차 1만2500대, 중형 승용차 5238대의 수출액과 맞먹는 금액이다.

■2008시즌 해외 진출은 몇 명

올해는 역대 최다 인원의 한국인 및 한국계 선수가 해외 무대에서 활동하게 된다. LPGA투어는 풀 시드권자 36명, 컨디셔널 12명 등 총 48명이 활동하게 된다. 이는 전체의 약 27%로써 마치 KLPGA투어를 방불케 하는 대약진이 아닐 수 없다. 그 중에서 올 KLPGA 상금 순위 2위를 차지한 지은희(23)의 성공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JLPGA투어도 역대 최다인 18명(컨디셔널 5명 포함)의 선수가 진출했다.

남자의 경우도 수적 면에서 전환기를 맞이했다. 우선 꿈의 무대인 PGA투어에는 기존의 최경주, 앤서니 김, 위창수, 나상욱 외에 재미교포 박진(29)과 양용은(37·테일러메이드)이 전경기 출전권을 획득하는데 성공했다. 특히 지난해 부진으로 투어 카드를 상실했던 양용은의 PGA투어 재입성은 최경주와 함께 투어를 ‘쌍끌이’ 한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JGTO진출도 역대 최다다. 기존 김종덕, 장익제(35·하이트), 허석호(35), 이동환(20) 외에 ‘괴물 루키’ 김경태(22·신한은행)를 비롯해 5명이 풀 시드권을 획득했다.
점차 그 규모가 커지고 있는 아시안투어에도 ‘신예’ 노승열(19) 등 4명이 전 경기 출전권을 획득했다. 이로써 올해 해외 투어에서 활동하게 되는 한국인 및 한국계 선수는 남여 통틀어 85명으로 늘어나게 됐다.
벌써부터 이들이 전해 올 승전보가 기다려진다.

/golf@fnnews.com 정대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