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6학년 세연이는 몇 년 전부터 만성두통으로 공부에 집중이 안됐다. 병원에서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을 해봤지만 별다른 이상이 없었다. 문제는 치아에 있었다. 치아가 비뚤비뚤하고 위아래 치아가 잘 맞물리지 않는 부정교합이라는 것이다. 턱뼈 성장에 문제가 있는 부정교합이 있으면 두통 및 안면부 통증이 나타날 수 있다.
■부정교합으로 81%가 두통 호소
교정 전문치과 센트럴치과는 서울과 수도권 소재 초등학생 4∼6학년 661명을 대상으로 ‘치아교합 이상과 이상 증상’을 조사한 결과 치아가 맞물리지 않는 부정교합이 의심되는 어린이가 78%(518명)로 나타났다고 7일 밝혔다. 이는 10명 중 8명으로 높은 비율이다.
교합은 보통 입을 다물었을 때 위, 아래 턱의 치아가 맞물리는 관계를 말한다. 주로 말하는 기능, 삼키는 기능, 호흡기능 등에 영향을 미친다.
젖니와 영구치가 같이 있는 혼합 치열기인 초등학생은 영구 치열기로 넘어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부정교합이 흔히 나타날 수 있다.
교합이 안 좋으면 씹는 힘이 한쪽 치아로 쏠리거나 힘을 많이 받게 돼 씹는 기능에 문제를 일으킨다. 또 씹는데 관여하는 근육과 목 주위의 근육이 긴장해 측두부에 조이는 듯한 느낌이 들어 긴장성 두통을 유발하는 원인이 된다.
이번 조사에서도 부정교합 어린이의 81%(415명)가 평소 두통 증세를 느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중 매일 만성화된 두통이 있다고 응답한 어린이는 26%(131명)에 달한다. 또 턱이나 목, 어깨, 안면부 통증 경험을 했다고 대답한 어린이는 58%(299명)였다.
센트럴치과 홍대점 김지영 원장은 “최근 부정교합이 많이 발생하는 것은 예전보다 무르고 부드러운 음식이 많아 씹는 기능이 약해졌기 때문”이라며 “또 서구화 되어가는 얼굴뼈의 성장 특징과 맞물려 턱이 갸름해지는 변화로 악궁(치아가 배열된 타원형태 치열)을 수용하는 잇몸 공간이 좁아진 것도 또 다른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통증으로 인해 학습효과도 떨어져
두통 유발의 또 다른 원인은 부정교합으로 인한 호흡기 질환이다. 부정교합 중에서도 입이 앞으로 튀어나온 돌출입이나 얼굴이 긴 형에서 나타나는 개교 형태일 때 많이 나타난다. 구강 구조가 이런 형태일 때 입은 잘 다물어 지지 않게 된다. 입이 벌어져 있어 주로 입으로 숨으로 쉬는 구호흡(口呼吸)을 하게 되는 셈이다. 이 경우 아데노이드나 편도, 기도 등 선조직에 영향을 미쳐 호흡기 이상이 발생한다.
비염이나 호흡기 이상이 있는 경우 산소 공급이 떨어져 두통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또 부정교합으로 인해 구호흡을 하면 아데노이드, 편도가 붓고 이로 인해 더 심한 구호흡이 유발돼 부정교합도 심해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될 수 있다.
실제 이번 조사에서도 부정교합을 갖고 있는 초등학생들은 두통이나 기타 통증으로 인해 수업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정교합 학생 중 61%(316명)가 집중력이 좋지 않다고 답했으며 이 중 19%(98명)는 산만하거나 매우 산만하다는 지적을 듣는다고 응답했다.
센트럴치과 강남점 권순용 원장은 “부정교합은 턱관절에 문제를 일으켜 턱관절에서 소리가 나거나 심각하면 턱관절 뼈가 녹아서 턱이 잘 자라지 못하는 증상까지 나타날 수 있다”며 “이 증상은 편두통과 씹는 근육 및 어깨 근육의 통증, 자세 이상까지 유발할 수 있어 혼합 치열기에는 치아가 제대로 자리를 잡고 있는지 음식을 씹을 때 힘들어 하지 않는지 특별히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1세∼13세 교정검진 필수
부정교합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부모의 세세한 관찰과 교정 검진이 필요하다. 겉으로 볼 때 이상을 발견하지 못하더라도 아이가 음식을 씹을 때 △앞니로 끊어 씹는 기능을 제대로 못하거나 △앞니나 어금니가 서로 물리지 않거나 △이를 다물면 아래앞니가 위의 앞니에 거의 가려 보이지 않는다면 부정교합을 의심해 볼 수 있다.
또 치아가 가지런하더라도 외형상 입이 너무 나와 있거나 들어가 있다면 부정교합을 의심할 수 있다.
예방 차원에서 치아의 개수와 형태, 악궁의 형태 등을 미리 검사해 보는 것도 필요하다. 교정 검진은 11∼13세가 좋다. 영구치가 나기 전 치아 형태의 이상 여부를 알게 되면 치아가 나올 자리를 확보하는 치료를 간단하게 받을 수 있다. 이미 부정교합이 나타났다면 치아 교정 계획을 세우는 것이 바람직하다. 치아 교정 중 치아 관리나 식사 불편으로 인한 성장 저하, 두통 발생 등의 우려가 크지만 실제 부정교합으로 인한 문제가 훨씬 심각하기 때문이다.
/pompom@fnnews.com 정명진기자
■사진설명=아래턱과 위턱이 딱 맞지 않은 '부정교합' 학생은 사춘기 이전에 전문가의 진단을 받고 교정 치료를 시작하면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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