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 최초의 1400t급 종합해양조사선 ‘온누리호’는 1992년 1월 11일 노르웨이 M&K 조선소에서 태어났다. ‘온 세상’을 뜻하는 순 우리말로 명명된 온누리호는 그 이름처럼 우리나라 주변해역은 물론 태평양 등 전 세계 대양의 심해저 탐사를 벌이고 있다.
지금은 세계의 선진해양국가들이 5000t급 규모 이상의 조사선은 물론 지구 심부를 탐사할 수 있는 시추선까지 운용하고 있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우리나라는 80t급 반월호나 16t급 올림픽 5호를 가진 게 전부였다. 때문에 온누리호의 등장은 장안의 화제였고 TV 애국가 화면에도 등장했다.
당시 한국해양연구소의 숙원 사업인 종합해양연구선의 건조사업은 1982년 나카소네 일본 총리가 우리나라를 방문해 60억달러 규모의 일본대외협력기금 차관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현실화 됐다. 이때 연구선의 규모와 설계용역을 두고 한·일간에 이해가 상반돼 갈등이 빚어지고 추진과정에서도 사업비 문제로 난관에 봉착하기도 했지만 결국 온누리호는 성공적으로 완성됐다.
온누리호는 당시 미국, 일본 등 선진 해양국들이 대양탐사용으로 보유하고 있던 3000t급 대형 연구선에 비해 그 규모는 작았지만 운동성능과 조종성능이 우수하고 내빙구조로 설계돼 지구상의 전 해역을 대상으로 조사활동을 벌일 수 있었다.
온누리호는 선박의 움직임을 전후 좌우 어떤 방향으로나 조절이 가능하도록 설계돼 공해상에서 닻을 내리지 않고도 일정한 위치에 선박을 고정시켜 정밀 조사를 할 수 있는 ‘DPS’(Dynamic Positioning System) 등 최첨단 장비도 갖추고 있었다.
비록 지금은 세월이 많이 흘러 수많은 제약을 안고 있지만 온누리호은 여전히 대양을 누비벼 심해저 자원탐사는 물론 열대해역 연구, 대수심해역 해저환경연구 등 그 이름값을 톡톡히 하고 있다. 현재 온누리호는 노후연령을 5년여 남겨두고 있다.
/economist@fnnews.com 이재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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