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중동 오일머니 가세,대형 프로젝트 ‘눈독’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01.08 18:00

수정 2014.11.07 15:52



이명박 새정부의 대형 프로젝트가 봇물 터지듯 진행되면서 국내 금융시장에도 사모펀드 ‘르네상스’ 시대를 맞이할 전망이다.

과거 국민의 정부 시절에는 구조조정이 필요해 해외펀드들이 물밀듯 들어왔다. 참여정부 시절에는 구조조정 완료와 신성장이 함께 맞물리면서 해외펀드의 진입이 잠시 주춤한 반면 기업 인수합병에 자금이 많이 몰렸다. 그러나 이명박 새 정부에는 사모펀드 성격이 해외 헤지펀드, 국내 사모펀드뿐 아니라 새로운 ‘큰손’으로 부상 중인 중동 오일머니가 합류한 것으로 예상된다.

■새 정부 사모펀드 ‘가치·성장 추구 프로젝트형’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및 이명박 새 정부마다 사모펀드 규모와 성격도 달리할 전망이다.



우선 김대중 ‘국민의 정부’ 시절 경제 구조는 구조조정기로 요약된다. 당시 국가 경제는 외화 부족에 따른 혹독한 유동성 경색 위기를 맞아 국운이 흔들리는 상황을 맞고 있었다. 이 같은‘국민의 정부’ 때 국내에 들어온 대표적인 헤지펀드로는 소로스의 퀀텀펀드, 뉴브리지캐피털, 칼라일, 론스타 등을 꼽을 수 있다. 부실 위기에 처한 기업들을 회생시키기 위해 이들 펀드 자금의 유입이 절실했다. 문제는 당시 상황이 급박해 투자 기간이나 지속 가능 경영, 산업 활성화 등과 상관없는 투자가 이어졌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단기투자 및 헐값 매각 시비가 일었다. 국내 사모펀드가 전무했다는 점도 이 같은 구조적 한계를 드러낸 셈이다. 따라서 김대중 정권 시절 사모펀드 성격은 ‘구조조정형’으로 불린다. 부실기업에 유동성을 지원하고 경영정상화가 되면 수익을 챙기고 빠져 나가는 전략을 구사한다.

노무현 ‘참여정부’ 시대는 구조조정을 완료하고 새로운 도약을 모색하는 시기다. 이 시기 사모펀드들은 기업 인수합병 사냥에 적극 나선다. 사모펀드 성격은 ‘성장형’으로 분류된다.

주목할 점은 김대중 정권 당시 해외 펀드들의 헐값 매입 시비가 불거지면서 토종 펀드를 육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져 국내 사모펀드(PEF) 제도가 첫 도입됐다. 대표적인 펀드로는 블랙스톤과 KKR, TPG 등을 꼽을 수 있다. 아직 구체적인 투자 행보는 보이지 않지만 한국에 관심을 둔 이상 왕성한 활동을 시작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들은 개별 기업을 인수해 회사 규모를 키운 뒤 수익을 남기는 방식이다. 노무현 정권 시절 전 세계 경기가 호황을 구가하면서 이 같은 성장형 투자 전략이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유행했다.

지난 두 정권과 달리 이명박 새 정부 경제 키워드는 ‘내부투자를 통한 성장 및 도약’이다.

지난 두 정권 시기에 기업들이 인수합병에만 매달린 결과는 설비투자 등 실질적 투자 감소와 일자리 감축이다. 인수합병에 돈을 투자하다 보니 실질적인 투자는 줄어들어 민간소비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미치지 못했다. 또한 기업 간 인수합병 과정에 일자리는 오히려 줄어드는 상황을 초래한 것.

이명박 정권은 기업 내부투자를 유도해 성장을 촉진시키고 이를 통해 일자리도 300만개 이상 창출한다는 청사진을 갖고 있다. 이를 위해 새만금 사업, 대운하 건설, 각종 공공기관의 민영화가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사모펀드 입장에서 일단 지난 5년 간 뜨겁게 달궈졌던 전세계 인수합병 시장은 줄어들고 있다. 이에 인수 대상 기업이 줄어들어 사모펀드의 투자 대상도 변화가 모색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 정권 때 사모펀드들은 대형 프로젝트와 맞물려 투자 이익을 거둬들일 수 있는 프로젝트형 투자 방식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컨설팅업체인 루터어소시에잇 엄태현 한국 대표는 “이미 국내 사모펀드와 해외 펀드들이 국내 대규모 프로젝트 가능성과 수익성에 대해 검토하는 등 사업 타당성과 투자 포트폴리오 구상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기존 두 정권과 달리 이명박 신정부에서 사모펀드는 단기 차익 대신 가치와 성장을 동시에 추구하는 프로젝트형 방식을 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토종 펀드·오일 머니·해외펀드 ‘춘추전국시대’

대형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기업 입장에서 유상증자나 차입이 절실하다. 이에 사모펀드들은 대형 사업 컨소시엄에 직접 참여하거나 사업에 참여한 기업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투자 방식을 추구할 공산이 높다. 대운하와 새만금 사업에 참여하는 건설사들을 겨냥해 증자가 필요하거나 차입이 필요한 자금 수요를 파악하는 데 일부 사모펀드의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과 각종 공공기관의 민영화 과정에서도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사모펀드의 활약이 예상된다.

새만금사업의 경우 골프장, 카지노 등 사업 모델이 쏟아질 것으로 예상돼 이를 겨냥한 사모펀드의 참여 및 신규 설립이 예견된다.

일단 지난해 말까지 금감원에 등록된 국내 사모펀드 숫자는 41개에 달한다. 이들 사모펀드의 총투자 여력은 8조5000억원이다. 그러나 이 가운데 4조원은 이미 투자가 집행돼 당장 사용할 수 있는 자금은 4조원이다. 또한 국민연금이 9000억원을 모집해 사모펀드를 설립하면 사실상 투자액 규모는 5조원대에 이를 전망이다. 따라서 당장 국내 토종 사모펀드가 투자할 수준은 매우 보수적으로 계산할 경우 10조원 정도지만 자산운용처가 마땅치 않은 금융기관의 투자은행화가 빠르게 진전돼 제2의 보고펀드 등이 나타날 경우 그 규모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커질 전망이다.

이명박 신정부 프로젝트를 염두에 둔 오일머니 투자 움직임도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최근 중동자본 2곳이 이명박 당선인 측에 한반도 대운하 사업에 대한 투자의향서(LOI)를 추가로 제출해 온 것을 비롯해 대선 기간 4곳의 투자의사를 밝힌 곳도 있어 벌써 6곳의 해외자본이 러브콜을 보내온 것이다. 특히 두바이국제금융감독센터 회장이기도 한 데이비드 엘든 경쟁력강화특위 공동위원장 등이 중동 정·재계 인맥을 가동할 경우 중동 오일머니 유입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그동안 소규모로 인수합병 등에만 투자하던 기관투자가들도 신정권 프로젝트에 관심을 가지고 물밑작업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증권 김형도 연구원은 “민영화나 대운하 사업, 대규모 인수합병에 투자하는 사모펀드에 연기금을 비롯해 시중 자금의 관심이 쏠려 있다”며 “그동안 투자처를 찾지 못했던 여유 자금에 매력적인 투자처를 제공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사모펀드나 인수합병과 관련된 국내 금융기관들의 규모나 노하우는 아직 영세한 수준”이라며 “당장에는 단독 리스크를 지고 가기보다 여러 사모펀드가 신디케이션 형태로 대운하 등 사업에 뛰어들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jjack3@fnnews.com 조창원 안상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