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가구 1펀드’ 시대가 도래하는 등 국내 펀드시장이 미국, 영국, 호주와 같은 펀드 선진국 대열에 접어들고 있다. 하지만 펀드 선진국이 되기 위해선 양적 팽창뿐만 아니라 질적 향상도 중요한 숙제로 남아 있다.
장기투자를 막고 투자자들을 유행에 민감토록 만드는 운용사들의 신상품 경쟁, 판매사들의 불완전 판매, 고가의 판매보수, 해외 운용사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해외복제펀드, 단기·몰빵투자에 익숙한 투자문화, 경직된 제도 등이 모두 질적 향상을 막는 걸림돌로 지적받고 있다.
특히 이 중에서도 전체 펀드 개수의 절반이 넘는 소형펀드들은 운용, 관리에 많은 비용을 초래하고 수익률을 깎아 먹어 결국 투자자들의 자산 형성에 직접적인 저해요인이 되고 있어 개선이 시급하다.
■펀드 대형화, 갈 길 멀다
자산운용협회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31일 현재 과거 ‘3투신’으로 불렸던 하나UBS자산운용은 공모펀드 310개 가운데 63%인 195개가 설정액 100억원 미만의 소형펀드이다.
한국투신운용도 전체 484개 펀드 가운데 100억원 이상 펀드는 고작 100개에 불과하다. 푸르덴셜자산운용 역시 245개 펀드 중 151개가 소형펀드이다.
관련법에선 수탁액 기준으로 100억원 미만을 소형펀드로 분류하고 있다. 업계에선 이보다 다소 보수적으로 주식형은 50억원 미만, 혼합형 및 채권형은 100억원 미만을 소형펀드로 각각 구분한다.
이들 소형펀드는 출시된 지 오래돼 고객들의 꾸준한 이탈로 가입고객수나 자금이 빠져나간 것이 대부분. 또 판매사들 역시 신상품이 봇물을 이루다 보니 소위 구형펀드를 투자자들에게 추천할 기회조차 갖지 못하고 있다. 자금유입 차단→자금 유출 등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것도 소형펀드가 회생할 가능성을 희박하게 만들고 있다.
이 때문에 판매사나 운용사들은 운용이나 관리의 비효율성 등의 이유로 소형펀드를 해지하는 등 노력을 기울여 왔다. 3투신운용을 자회사로 가지고 있는 증권사 가운데 하나대투증권은 지난해 136개, 총 1050억원 규모의 펀드를 해지했다.
한국투자증권 역시 2006년 206개에 이어 지난해에도 32개의 소형펀드를 없앴다. 푸르덴셜투자증권도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8차례에 걸쳐 179개의 소규모펀드를 해지했다.
하지만 소형펀드를 청산하는 데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다.
하나대투증권 상품기획부 김용진 과장은 “대상펀드 선정, 가입고객 접촉 등의 절차를 거쳐 완전히 해지가 되기까지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일례로 실명이 아닌 과거의 가입자들, 세금 우대 펀드, 혹시나 모를 분쟁 문제, 판매사들 간의 의견조정 등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이들 증권사가 지금까지 해지를 한 펀드도 자신들만 판매를 하고 있는 펀드들을 대상으로 했을 뿐이다.
또 펀드 해지가 아닌 통폐합의 경우 거쳐야 하는 수익자총회는 성사 자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소형펀드, 운용 비효율 초래 수익률 직격탄
소형펀드를 해지하지 않고 존치했을 때 나타나는 가장 큰 문제는 수익률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신영투신운용 허남권 주식운용본부장은 “통상적으로 주식형펀드는 50∼100여개 종목을 편입하는 데 펀드 규모가 작으면 편입할 수 있는 종목이 제한적이어서 변동성이 커진다”며 “또 상대적으로 대형펀드에 비해 운용자의 관심에서 벗어날 수밖에 없으며 효율성도 떨어져 결국 수익률에 나쁜 결과를 미친다”고 말했다.
채권형펀드도 마찬가지. 아이투신운용 김형호 채권운용본부장은 “채권은 거래 1단위가 보통 50억원, 100억원 정도이기 때문에 소규모 펀드에 채권을 편입할 경우에는 거래비용이 더 많이 든다”고 설명했다.
이런 이유로 소형펀드를 줄이는 것은 전체 자산운용시장 발전을 위해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라는 지적이다.
한국펀드평가 우재룡 대표는 “외국은 세제혜택이 계좌에 주어지기 때문에 관련 펀드들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는 ‘세제혜택=상품’으로 굳어져 있어 쉽지 않다”며 “또 투자자 보호장치 등을 강화해 신상품이 남발되는 것도 막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기존 펀드 가운데 수익자총회를 해야 하는 경우에도 일정기간 공시, 가입자 통보 등의 절차를 밟으면 운용사가 자체적으로 모펀드와 자펀드 형태로 펀드를 통폐합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는 것도 한 방법으로 제시되고 있다.
/bada@fnnews.com 김승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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