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번째 상황은 투자자들이 정상 가격에서 사기를 거부하는 때이다. 경제 펀더멘털에 대한 자신의 의심 때문이 아니라 다른 이들이 패닉에 빠져들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어서 모든 이에게 급매 가격으로 팔 것을 강요하게 된다. 이 단계에서 치유법은 현금 지불 상황에 놓인 은행과 기타 금융기관들이 다른 금융기관이나 중앙은행에서 자신들이 필요로 하는 유동성을 공급받을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이다
이는 (19세기 영국 은행가인) 월터 바게홋이 이미 100여년 전에 만들어 놓은 원칙이다.
두번째 형태는 자산 가격이 결코 도달하기 어려운 상태까지 올랐다는 점을, 또는 향후 생산성 증가 속도가 떨어지는 반면 금리는 오를 것이라는 점을 투자자들이 깨닫게 되면서 가격이 떨어지는 상황이다. 어떤 원인이건 간에 당시의 자산가치는 더 이상 보장받을 수 없게 된다.
이런 종류의 위기는 단순히 지급 능력이 있는 이들에게 대출을 보장한다고 해서 해결될 성질의 것이 아니다. 은행들 자체가 시중 금리 상태로는 지급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바게홋 법칙을 적용해서는 안된다. 문제는 유동성이 아니라 시중금리 상태에서 지급 불능이라는 점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중앙은행이 금리를 내리고 미래에도 금리를 낮은 상태에서 유지할 것이라는 점을 확신시키면 자산 가격은 오르게 된다. 따라서 저금리가 문제를 해결하게 된다.
세번째 상황은 두번째와 흡사하다. 거품 붕괴 또는 미래 생산성이나 금리에 대한 뉴스가 자산 가격 하락을 부르는 상황이다. 그러나 두번째보다 하강 폭이 더 크다. 이런 종류의 위기는 통화정책 완화로 해결되지 않는다. 금리를 적당히 내리더라도 금융기관의 지급 능력이 회복될 정도로 자산 가격이 충분히 오르지 않기 때문이다.
이 같은 위기가 닥쳤을 경우 정부가 택할 수 있는 옵션은 두 가지다. 첫번째 방안은 그저 파산한 금융기관을 국유화하고 재무부가 상황을 정리토록 하는 것이다. 그리고 나서 가능한한 빨리 기능과 지급 능력이 있는 부분을 다시 민영화하는 것이다.
두번째 방안은 인플레이션이다. 물론 금융시스템이 지급 불능 상태에 있기는 하지만 명목 채권도 갖고 있으며 금융기관 자신 또는 돈을 빌린 이들이 일부 실질적인 자산을 갖고 있다. 충분한 돈을 찍어내 가격을 충분히 끌어올리면 정부를 투자, 상업은행 영역에 끌어들이지 않고도 지급 불능이라는 문제는 날아가 버린다.
지난해 여름 이후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미 집값 거품 붕괴로 촉발된 느릿 느릿 진행되는 금융 위기 해결을 위해 노력해왔다. 초기 단계에서 FRB는 이번 금융위기가 그전 단순한 유동성 위기라고 판단했고 따라서 근본적으로 지급 능력이 있는 금융기관들에 충분한 유동성이 공급될 것이라는 점을 각인시키면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봤다.
그러나 FRB는 지난 2개월간 정책방향을 두번째 양상에 대한 대응으로 전환했다. 인플레이션 심화, 도덕적 해이 심화, 불공평한 소득 재분배를 무릅쓰고라도 더 적극적인 통화정책 완화로 방향을 튼 것이다. 그러나 아직 어떤 정책 입안자도 이번 금융위기가 세번째 양상에 치달을 것이라는 점은 고려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리=dympna@fnnews.com 송경재기자
Copyright: Project Syndicate,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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