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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동근기자의 맛있는 일본여행] 20. 기타큐슈 모지코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01.17 15:20

수정 2014.11.07 14:57



【모지코(기타큐슈)=글·사진 송동근기자】“구루마야(車屋·인력가를 끄는 사람)상, 먼 옛날 모지코(門司港)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메이지(明治)시대나 다이쇼(大正)시대의 오래된 이야기 말이예요.”

네오 르네상스 풍으로 지어진 JR선 모지코역에 내리면 가장 먼저 역 앞 광장에 손님을 기다리고 서 있는 인력거꾼이 눈에 들어온다. 이곳을 처음 찾은 일본인들은 대부분 인력거를 타고 구석구석을 돌아보며 도시에 어린 옛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어한다.

모지코는 1889년 개항한 이래 ‘대륙항로의 현관’이라 불리며 번성해 온 작은 항구 도시다. 항구 주변에는 옛 모지세관을 비롯해 오사카상선 등 품격있는 아름다운 서양풍 건축물들이 지금도 남아 옛것을 보고 싶어하는 여행객들에게 좋은 관광자원이 돼 주고 있다. 역 주변을 걷다보면 어느새 다이쇼시대 풍에 반해 마치 그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 듯한 착각에 빠진다.

인력거꾼에게 “이곳이 처음”이라고 잘 부탁하면 깊숙한 골목안까지 안내받을 수도 있는 인정이 남아 있어 모지코 여행에 재미를 더해준다. 이런 연유에서인지 이곳에 처음 온 여행객들도 오래전부터 오고싶던 곳에 온 것 같아, 마음이 평온하게 느껴진다고 말한다. 그건 왜일까.

모지코에는 ‘레트로(retro)’란 말을 꼭 붙이는데, 이는 영어의 retrospective를 일본식으로 줄인 말로 ‘옛날을 그리워하다’ 또 ‘회고적’이란 뜻이다. 따라서 메이지시대부터 다이쇼시대 이후까지 국제무역항으로 발전해 온 발자취를 간직하며, 당시의 옛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오랜 상점과 집들이 거리에 많이 남아 있다.

이런 탓에 모지코는 레트로란 의미와 함께 오늘날의 새로운 도시모습이 잘 조화된 관광도시로 인정받아 지난 2003년에는 일본건축학회로부터 문화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역에서 조금 떨어진 여관·상가들이 늘어선 골목안으로 살짝 들어가면 이곳 사람들만의 정취가 넘치는 또다른 매력의 모지항을 발견하게 된다. 메이지시대 한창 번성했던 모습과 함께 당시 보통 사람들의 자취가 오늘날까지 짙게 남아 전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현재 모지구청 주변은 관청가로 접대용 요리집 등이 처마를 맛대고 길게 늘어서 있어 옛 정취를 더해주고 있다. 높은 돌담 위에는 품격있는 3층 목조건물의 ‘산기로’라는 요리집이 있으며, 골목끝에는 옛날 민가를 다시 고쳐 만든 찻집이나 가정스런 분위기로 손님접대를 할 수 있는 여관들이 즐비하다.

또한 예전부터 200명이 넘는 기생들이 춤연습을 하던 무대 니시키마치(錦町) 공민관은 모지항의 오랜 역사를 오늘날에 말해주는 듯하고, 다이쇼·쇼와시대부터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도 불이 나지 않은 옛 상가풍의 목조건물과 집들과 벽돌담도 인상적이다. 이것들은 지금의 여관, 목욕탕 우메노유(梅의 湯) 등과 잘 어울러 과거와 현재를 운치있게 연출하고 있다. 아울러 사카에마치 긴테가이(銀天街) 등의 아케이드도 그리운 쇼와(昭和)의 분위기를 잘 간직하고 있다. 배가 출출하면 일본에서도 유명한 복요리, 해시라이스, 그라텡풍의 야키카레를 맛보며 번성했던 옛 국제무역항 모지코를 제대로 음미해 볼 수가 있다.

모지코 레트로 주변을 돌다보면 파란색의 커다란 다리를 발견하게 된다. 이 다리(불루 윙모지)는 이곳을 찾은 여행객들에게 아름다운 표정을 더해주는 또 하나의 볼거리로 꼽힌다. 일본에서도 하나뿐인 보행자 전용 도개교(跳開橋)로 길이는 108m 정도. 배가 지날때 마다 24m의 어미다리와 14m의 새끼다리가 물위 60도 각도로 들어 올려지는데, 이곳 사람들은 라이트 업된 모지코 레트로를 다리위에서 꼭 한번 감상해 보라며 강력 추천한다. 물위 다리에서 바라보는 불켜진 밤의 모지코 레트로가 그야말로 환상적이라고.

발길을 다른 곳으로 돌리자 팔각형 옥탑으로 된 벽돌풍 타일의 건물 하나가 눈에 들어 온다. 이곳은 구 오사카상선 건물로 지난 1917년에 이곳 출신 와타세이조씨가 설계해 지어진 오사카상선 모지점을 개축한 것이다. 예전부터 ‘항구의 모지’라 불리는 건물로 지금은 갤러리와 모지항 아트촌 갤러리 등으로 꾸며져 명소처럼 돼 있다. 또 한곳은 구 모지미츠이 클럽. 이곳은 1912년 미츠이물산의 영빈관과 숙박시설로 사용됐던 곳으로 젊은 시절 아이슈타인이 노벨상을 타기전에 부부가 함께 머물렀던 곳이라 더욱 흥미롭다.

/dksong@fnnews.com

■사진설명=간몬해협에 얽힌 역사를 재현한 '해협 드라마십'. 이곳으로 난 길을 따라 인력거를 타고 돌아보는 여행객이 여유로워 보인다.

■여행메모

-항공/철도/배

서울(인천공항)에서 후쿠오카공항까지 약1시간 10분

후쿠오카공항∼JR하카타역까지 약5분

도쿄(하네다공항)에서 기타큐슈(모지코)까지 JAL,스타플라이어편으로

약1시간 40분 소요.

김해공항(부산)∼후쿠오카공항까지 약50분 소요

-신칸센(특급)으로

도쿄역에서 노조미로 기타큐슈까지(약4시간 45분소요)

신오사카역에서 히카리 레일스타로(약2시간 10분소요)

히로시마역∼기타큐슈(고쿠라역)/히카리 레일스타(약 50분)

-배로

부산항에서 하카타항까지 약2시간 55분(하카타항-JR하카타역 15분)

-여행정보

기타큐슈 관광정보코너(기타큐슈관광협회) www.kcta.or.jp/

모지코 레트로 전망실/JR모지코역에서 걸어서 5분거리

입장료:어른·고교생 300엔, 초·중교생 150엔(093)331-3103
규슈철도기념관/JR모지코역에서 도보로 3분

어른·고교생 300엔, 초·중교생 150엔(093)322-1006

기타규슈시 관광과 www.city.kitakyushu.jp/(093)582-2054

모지코 레트로 자전거 렌탈점

1회 500엔(10시부터 17시까지 자유이용) (093)321-22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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