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국내총생산(GDP)의 1% 수준인 1500억달러를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투입하기로 했지만 대책 발표 후 뉴욕증시가 하락세로 돌아서는 등 시장에서는 불안감이 여전히 남아 있다. 이에 따라 오는 29∼30일 열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의 금리 인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8일(현지시간)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이 같은 내용의 경기부양책을 제안한 지난 주말 다우, 나스닥,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 등 뉴욕증시 3대 주요지수가 이날 일제히 0.5% 안팎의 감소세를 기록했다. 더 큰 규모의 부양안을 예상했던 투자자들의 실망감이 하락장으로 연결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경기부양책에 대한 높은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오전 백악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미 경제 기초가 탄탄하기는 하지만 (하강 위험에 대한) 실질적 우려 역시 있다"면서 GDP의 1% 수준인 1500억달러 규모의 경기 부양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미 행정부는 이번 경기 부양안을 통해 50만개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구체적인 내용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1인당 800달러. 가구당 1600달러의 세금 환급을 통한 소비진작이 주요 내용으로 알려졌다.
AP통신은 세금환급을 통한 경기부양책이 지난 2001년에도 톡톡히 효과를 발휘했다며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이 많을수록 신속한 소비가 이뤄져 소비지출 증대와 원하던 경기부양 효과가 나타난다고 밝혔다.
AP는 "세금환급액의 3분의 2가 환급 6개월 내에 소비로 연결됐다"고 전했다. AP는 이어 당시 경기부양안이 경기침체를 완만하게 만들었다면서 "당시 9·11 사태까지 겹쳤지만 미국의 경기침체는 3월에 시작해 11월에 끝났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경기부양안이 의회를 통과하려면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부시 대통령이 모든 소득계층에 대한 세금환급을 주장하고 있지만 민주당은 저소득층에게만 세금을 되돌려 줄 것을 주장하고 있고 부시 대통령의 법인세 감면 요구에 대해서도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고소득층에 세금을 환급해 줘 봐야 이 돈은 곧바로 소비로 연결되지 않기 때문에 소비활성화를 통한 경기진작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반대하고 있다.
저널은 "지난 2001년 경기부양안에 대해 대다수 이코노미스트들이 미국 납세자들에게 발송됐던 세금환급 수표가 소비지출을 끌어올리는 데 성공적인 역할을 한 반면 2001∼2004년 적용됐던 일부 법인세 감면은 그 효과가 크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AP는 무디스 닷컴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마크 잰디의 보고서를 인용해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이 경기부양 효과가 더 크다고 지적했다. 가장 효과가 큰 것은 '실업수당 연장'으로 실업수당을 받을 수 있는 기간을 더 늘리는 것이 소비진작에 큰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연구에 따르면 실업수당 연장에 1달러가 투입되면 소비증가 규모는 1.73달러에 이른다.
잰디는 "실업수당을 연장하면 자신감을 북돋워 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며 "실업수당이나 혜택 기간이 다 되면 소비를 급격하게 줄이게 되고 이는 주변 인물들도 소비를 줄이도록 하는 악영향을 준다"고 지적했다.
잰디의 연구에서는 그러나 고소득층에 대한 세금환급은 경기부양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잰디는 저소득층에 대한 세금환급을 포함한 지원이 환급규모보다 더 큰 소비로 이어지는 이른바 '승수효과'를 나타냈지만 고소득층에 대한 세금환급이나 자본이득세 감면 등은 시행 1년 동안 비용이 이득보다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은 그러나 법인세 감면을 포함해 포괄적인 감세안을 주장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경기부양안은 광범위한 감세에 기초해야 한다"며 "이같은 감세는 경제성장에 직접 영향을 주어야 하며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이 거의 없는 지출확대 계획이 돼서는 안 된다"고 민주당을 겨냥한 발언을 했다.
헨리 폴슨 재무장관은 "대통령이 수년간 적용되는 법인세 감면 구상을 갖고 있다"면서 "이를 통해 직접적인 기업투자를 이끌어내기를 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유럽연합(EU)이 이번주 브뤼셀에서 유로존(15개국)과 27개 회원국 전체 재무장관 회의를 잇달아 열어 세계경제 위기로 확산되고 있는 미국발 신용위기 대처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이번 회의는 정례회의이지만 미국의 경기침체 위기감이 세계경제 전체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열리는 것이어서 미국의 경기침체 위기가 유럽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한 긴급 대책이 논의될 전망이다.
앞서 프랑스, 영국, 독일, 이탈리아 등 유럽 4개국 재무장관들은 지난 17일 프랑스 파리에서 모임을 갖고 신용위기를 차단하기 위해 은행권의 불량대출정보 신속공개, 신용평가기관의 역할 재검토, 국가 규제기관 통합, 유동성위험 관리강화 등 시장의 투명성을 크게 높이기로 했다.
재무장관들은 또 오는 2월 9일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선진 7개국(G7) 재무장관 회의를 앞두고 달러화, 엔화, 위안화 등 다른 주요국 통화와 기록적인 강세를 보이고 있는 유로화 간의 불균형을 시정하기 위한 EU 차원의 공동전략을 논의할 예정이다.
/dympna@fnnews.com 송경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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