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5월이 되면 한국해양연구원 연구원들은 종합해양조사선 ‘온누리호’를 타고 태평양 망망대해로 떠난다. 하와이에서 남동쪽으로 2500㎞ 떨어진 곳에 우리나라가 독점적 개발권을 갖고 있는 단독 개발광구가 있기 때문이다. 이곳 수심 5000m 바닥에는 ‘바다의 검은 진주’라고 불리는 망간단괴가 집중적으로 분포돼 있다.
이 같은 결실을 보게 된 것은 1994년 8월 2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유엔 해양법위원회 사무국장 레비는 미국 뉴욕 소재 유엔본부 회의실에서 “대한민국에 태평양 망간단괴 광구개발권을 인정한다”는 중대한 발표를 했다.
레비는 이어 “한국이 태평양 자원개발 광구등록을 위해 제출한 모든 해양과학적 분석의 정확성과 완벽성은 앞으로 광구신청을 하는 모든 국가의 모델로 제시할 것”이라며 우리나라를 해양과학기술 수준을 한껏 칭찬했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는 태평양에 경제적 해양 영토를 개척할 수 있는 세계 7대 광구 확보국이 됐다.
우리나라 면적의 14배나 되는 138만㎢의 태평양을 조사해 확정한 이 망간단괴 개발광구는 연간 150일 이상을 태평양 해상에서 보낸 연구원들이 흘린 땀의 결실이다. 이들은 당시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금속광물자원들에 대한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공급원을 확보하기 위해 미국의 연구선 한쪽 귀퉁이에서 험한 파도와 싸우며 심해연구의 실용기술을 익혔다.
그 때만 해도 미국의 심해전문가들은 “주어진 기한 내에 한국이 태평양에 심해저 망간단괴 광구를 확보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도전”이라고 확신했다. 하지만 연구원들은 세계가 모두 인정한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꿔놨다.
그 결과 우리는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니켈, 구리, 코발트, 망간과 같은 금속광물자원의 공급원을 태평양 한가운데에서 확보했다. 자원의 부존량은 5억1000만t에 이른다. 이를 연간 300만t씩 생산할 경우 100년 이상은 생산할 수 있는 자원이다.
해양연 관계자는 “태평양 개발광구 등록은 영토 개척과 같은 쾌거였다”며 “앞으로 심해저 광물자원개발은 해양과학이 국가 미래를 준비하는 가장 큰 사업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 2002년 중미 자메이카에서 열린 국제해저기구(ISA) 제8차 총회에서 1994년 확보한 광구 가운데 7만5000㎢를 배타적 개발광구로 승인받았다. 이어 지난해 7월 배타적 개발광구 중 4만㎢를 우선 채광지역으로 선정했다. 이 지역에서 망간단괴를 캐내게 될 2015년부터 연간 2조원 이상 수입대체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conomist@fnnews.com 이재원기자
■망간단괴=검은 색의 둥글둥글한 금속광물 결집체로 산업 분야에서 핵심 소재로 쓰이는 망간뿐 아니라 구리, 니켈, 코발트와 같은 유용한 금속광물을 다량 함유한 ‘바다의 보물’이다. 니켈은 화학·정유시설, 전기제품, 자동차 관련 소재로 쓰이며 구리는 전기전자, 자동차 엔진, 건축 설비 등에 두루 쓰인다.
■사진설명=한국해양연구원 연구원들이 태평양 심해저에서 망간단괴를 끌어올리고 있다.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