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장중 한때 1600선까지 무너지면서 펀드 투자자들의 동요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일부에선 펀드런(펀드 대량 환매사태)도 우려하고 있다. 금융감독당국 역시 펀드 대량 환매 등 시장 동향을 면밀히 관찰키로 했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장기투자를 통해 플러스 수익률을 올린 투자자들은 어느정도 차익실현에 나서는 대응전략이 나쁘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적어도 지금과 같은 침체 분위기가 1·4분기까지는 지속될 것이란 분석 때문이다.
■펀드 대량 환매 사태 발생할까
현재 증권시장이나 금융감독당국이 가장 우려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펀드런 사태다. 그동안 국내 증시의 버팀목 역할을 해 왔던 펀드가 주가 하락→펀드 수익률 하락→자금 환매→증시 침체→주가 하락 등 연쇄반응을 일으킬 경우 외국인 대량 매도와 맞물리면서 증시가 걷잡을 수 없는 늪으로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주가 하락의 골이 더욱 깊어지면서 증권사 각 지점에도 향후 시장 전망이나 펀드 환매 여부 등을 문의하는 고객들이 늘어나고 있는 모습이다.
금융감독당국도 시장의 이런 우려에 발맞춰 펀드 환매 동향과 외국인 투자가의 매매 동향 등을 실시간으로 집중 감시할 것이라고 22일 밝혔다. 또 세계 최대 뮤추얼펀드 운용사인 피델리티도 소속 펀드매니저들에게 펀드 환매에 대비, 일정비율을 현금화할 것을 지시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하지만 일부에서 우려하는 펀드런 발생 가능성은 낮을 것이라는 게 대부분 전문가들 분석이다.
삼성증권 황금단 연구위원은 “수익이 그나마 남아 있는 사람들은 시장 하락과 투자 심리 위축으로 일부 환매 가능성이 엿보이지만 대부분의 펀드 가입자들은 2005년 10월, 2006년 하반기, 지난해 하반기 등 주가 상승기에 투자했던 터라 마이너스 상태에서 환매를 선택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펀드평가회사 제로인 최상길 상무도 “과거에도 주가 급락시 펀드 대량 환매 사태가 일어나는 일은 없었는데 이는 펀드 투자자들이 주식투자자보다 호흡이 길고 시장에 둔감하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지금 시장에서 반등을 해 원금이 회복될 시점에는 다소 환매가 발생할 여지는 있다”고 내다봤다.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시장에 둔감한 적립식펀드 규모는 2006년 말 당시 전체 펀드자산의 12.1% 수준이었지만 지난해 10월에는 18.1%까지 상승했다. 주식형펀드에서 적립식이 차지하는 비중도 40%대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펀드 수익률 급락, 투자자 어떻게 대응할까
자산운용사들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예상보다 짧은 시기에 너무 큰 폭 하락해 적절한 대응전략을 세울 수 없었던 운용사들은 그동안 보유 비중을 늘렸던 현금을 통해 저가매수에 나서는 등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공격적 투자자라면 자산운용사의 전략에 동참, 적극 매수나 분할 매수전략을 펼쳐볼 만하다는 조언이다.
KB자산운용 이원기 대표는 “1월이 매도의 정점이 될 것이며 미국의 공격적 금리인하 단행 등의 효과가 발휘되는 2월 중순부터는 시장이 진정될 것으로 보여 과매도 단계에 진입한 지금이 적극 매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또 “지난해 하반기처럼 주가가 많은 오른 시장에 뛰어드는 것이 좋지 않았던 것처럼 급락장에서 환매를 하는 것 역시 같은 모습”이라며 “적립식은 투자 규모를 줄이거나 중단할 이유는 없으며 거치식투자도 공격적으로 나서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한화투신운용 김영일 주식운용본부장은 “현재의 침체국면은 1·4분기까지 지속되겠지만 중국 긴축정책 완화, 유럽 금리 인하 가능성, 애널리스트들의 기업 가치 재조정 등이 맞물리면서 2·4분기부터는 횡보하며 반등을 모색하는 시기가 될 것”이라며 “집중된 투자는 다소 분산이 필요하겠지만 주식 등 공격적 자산의 비중을 줄이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주가가 1800∼1900선까지 회복됐을 때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점검, 일부는 재조정하고 일부는 현금화해 지금과 같은 위기가 다시 왔을 때 적절히 대응하는 기회로 삼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과거 경험에 비춰볼 때 증시의 위기는 적어도 2∼3년 만에 한번씩 찾아오고 미래에도 이는 유효하기 때문이다.
/bada@fnnews.com 김승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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