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전격적이고 대폭적인 금리인하는 일단 ‘절반의 성공’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
통화정책 결정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불과 1주일여 앞두고 22일(현지시간) 단행한 0.75%포인트 금리인하가 시장 공황상태를 가라앉히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23일 월스트리트저널(WSJ)지는 폭락장세를 연출하며 공황상태로 치닫던 아시아, 유럽 증시가 버냉키 의장의 전날 전격적인 금리인하로 상승세로 돌아섰다고 전했다.
뉴욕증시 역시 비록 하락세로 마감은 했지만 오전 급락장세를 딛고 하락폭을 크게 줄이며 선방했다는 평가다. 다우지수는 이날 오전 장에서 한때 464포인트 급락하는 약세를 보였지만 장 막판 낙폭을 128.11포인트로 줄이며 1% 하락으로 장을 마쳤다.
■급한불 끄는 데 성공, 장기 효과는 미지수
전격적인 금리인하에 대해 전문가들의 평가는 엇갈린다.
가진 패를 모두 보였기 때문에 버냉키 의장의 통화정책 운신 의 폭이 매우 좁아졌다는 비판에서부터 경기침체가 불을 보듯 뻔한 상황에서 손을 놓고 있기보다는 적극적으로 대처함으로써 시장 신뢰를 가져올 수 있는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는 평가까지 다양한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FRB 고위직을 지낸 미국기업연구소(AEI)의 빈센트 레인하트는 “FRB가 시장 움직임에 지나치게 외연적인 대응을 함으로써 스스로를 위험하게 만들었다”면서 “이렇게 행동을 취한 뒤에 시장이 다시 무너지기 시작하면, 시장이 다시 공황상태에 빠지면 그때 가서 취할 수 있는 복안이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앨런 그린스펀 의장 시절 FRB 이사를 지낸 라일 그램리는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위험이 더 컸다”며 버냉키 의장의 과감한 정책을 지지했다. 그는 “경제가 하강하는 상황에서 FRB가 아무것도 하지 않게 되면 신뢰의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저널은 버냉키 의장의 주된 관심사가 “경제 재앙에 대한 투자자들의 두려움이 확대 재생산되는 것”이었다면서 이미 지난해 10월 최고치 대비 15% 빠진 주가가 하락세를 이어갈 경우 주택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쳐 집값 하락폭이 더 커지고 이는 곧바로 은행들의 대손상각 규모 확대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했다고 전했다.
저널은 이에 따라 버냉키 의장은 1주일을 더 기다리기보다 시기를 앞당겨 전격적인 금리인하를 통해 그 연결고리를 끊고자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경기부양 규모 확대될듯
저널은 이어 버냉키 의장의 전격적인 금리인하는 정책담당자들이 현 경제상황을 얼마나 위급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증표라며 미 행정부와 의회의 경기부양안도 당초 계획보다 확대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부시 대통령이 22일 의회지도자들과 만난 뒤 대나 페리노 백악관 대변인은 1450억달러로 알려진 재정정책 규모가 더 늘어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저널은 부시 대통령이 경기부양안 규모가 국내총생산(GDP)의 1% 수준이라고 발표했던 것은 이미 이 같은 규모 확대 가능성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고 해석했다. 현재 가능성 있는 추가 부양안으로는 파산자에 대한 대출규정 완화부터 연구개발(R&D)에 대한 세제지원 확대 등이 거론되고 있다고 저널은 전했다.
학교, 도로 등 기간시설에 대한 400억달러 규모의 재정지출이 이뤄지면 올 여름까지 경제에 실질적인 자금수혈이 이뤄질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또 주지사들은 주정부에 100억∼120억달러 규모의 재정지원을 해 줄 것을 요구하고 이 같은 연방정부의 지원이 이뤄지면 재정균형을 맞추기 위한 지방세 인상 등이 불필요해 질 것이라며 연방정부를 압박하고 있다고 저널은 덧붙였다.
■FRB, 0.25∼0.5%포인트 더 낮출듯
한편 선물시장에서는 오는 29∼30일 이틀 일정으로 열리는 FOMC 회의에서 버냉키 의장이 추가로 0.5%포인트 금리인하에 나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저널은 전했다.
선물시장에서는 또 미국의 기준금리가 이달 말 3.0%로 낮아진 뒤 연말까지는 추가로 1.0%포인트가 더 떨어져 2% 수준으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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