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소기업

건강한 물 VS 깨끗한 물 ‘大戰’

양재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01.24 20:30

수정 2014.11.07 14:18



주부 강정민씨(30)는 요즘 부쩍 기력이 세지고 피부가 좋아졌음을 느낀다. 특별히 약을 먹거나 운동을 한 것도 아니지만 지난해부터 매일 하루에 두 컵 이상 정수기 물을 마신 후부터 무기력하고 늘 피곤하던 몸이 가뿐해졌기 때문이다.

강씨가 지난해 여름 구입한 교원L&C의 웰스정수기는 지난해 여름 렌털 판매가 50% 이상 상승하며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웰스정수기는 막 표면에 중공사막(中空絲幕) 필터를 채용해 수돗물에서 세균과 박테리아만 걸러내고 인체에 유익한 미네랄 등 이온물질은 그대로 배출토록했다. 또 세라믹 볼이 들어있는 웰스필터를 추가로 달아 미네랄 성분과 칼슘 등이 들어 있어 몸에 좋은 약알칼리수로 바꿔 준다.

이러한 기술력을 토대로 중공사막 정수기를 들고나온 지 5년여 만에 교원L&C 웰스정수기는 지난해에만 7만대가 판매되는 개가를 올렸다.


교원L&C측은 “몸에 좋은 물을 내세우면서 기존에 정수기를 쓰고 있던 교체수요를 적절히 공략한 것이 주효한 것 같다”면서 “정수기 시장에서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으면 올해는 10만대 판매도 가능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깨끗한 물’ vs ‘건강한 물’

국내외 정수기 업체들은 오랫동안 ‘깨끗한 물’과 ‘건강한 물’ 논쟁을 벌여왔다.

깨끗한 물이란 수돗물을 가장 미세한 필터인 역삼투압 방식으로 정수한 물을 말한다. 역삼투압 정수기란 막표면을 0.0001미크론 (사람 머리카락 굵기 100분의 1) 크기의 역삼투막을 이용해 물을 정수하는 시스템이다. 역삼투압 정수기는 수돗물을 최대로 미세한 구멍에 통과시켜 어떠한 불순물도 걸러내기 때문에 이물질이 전혀 없는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웅진코웨이·청호나이스 등 주요 정수기 업체들이 이 방식의 정수기를 생산한다.

반면 최근에 인기를 모으고 있는 중공사막 방식은 역삼투막 필터보다 구멍이 100배 이상 큰 실 모양의 중공사막 필터로 물을 거른다.

중공사막 필터란 이름 그대로 가운데가 비어 있는 실 모양의 막(필터)을 말한다. 중공사막 필터는 구멍 크기가 역삼투막보다 100배 이상 크기 때문에 수돗물이 통과하면 박테리아, 바이러스, 미립자는 거르지만 미네랄, 이온물질은 그냥 통과해 컵 속에 남게 된다. 중공사막 정수기로 거른 물이 ‘건강한 물’이라고 불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코오롱이 지난 2000년 내놓은 하이필생수기가 국내 중공사막 정수기의 효시며 웰스정수기도 중공사막 방식의 대표적인 제품이다.

■‘건강한 물’ 최근 인기몰이

10년 이상 역삼투압 방식이 대세였던 국내 정수기 시장에서도 건강한 물을 내세운 중공사막 방식이 차츰 인기를 모으고 있다.

90년대 초반 웅진코웨이가 역삼투압 방식을 도입한 이래 국내 정수기 시장은 10여년 동안 역삼투압 방식이 대세였지만 웰빙을 찾는 소비패턴이 확산되면서 지난해부터 건강한 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교원L&C에 따르면 웰스정수기 판매 대수는 최대 성수기인 지난해 6월과 8월 사이에 월평균 7600대까지 늘어났다. 이는 지난 2006년 같은 기간 월 5000대에 비해 50% 이상 성장한 수치다. 웰스정수기는 지난해 말까지도 월 6700대가량을 판매하며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다. 웰빙 추세와 더불어 웰스정수기는 ‘미네랄 꿀꺽’을 외치는 TV광고를 통해 ‘건강한 물’을 강조하며 인기 몰이를 더했다.


교원L&C측은 “정수기 시장이 포화상태인 데도 불구하고 가족 건강을 챙기려는 주부들이 믿고 찾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여기에 이온수기 업체들도 건강한 물을 내세우며 물 관련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식약청이 올 4월부터 가정용 의료기기(이온수기)에 관해 효능, 효과를 광고와 마케팅에 사용할 수 있도록 내부 지침을 바꿨기 때문이다.

/yangjae@fnnews.com 양재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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