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단행한 정부 조직 개편에 따라 거대 부처로 거듭났다. 기존 보건복지부의 모든 업무는 물론, 여성가족부와 국가청소년위원회, 기획예산처의 양극화민생대책본부까지 흡수했다. 커진 덩치에 걸맞게 ‘보건복지여성부’란 이름도 새로 받았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여성부는 명실상부한 사회중심 부처로서 새 정부 복지정책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여성, 아동, 노인 등 한 가족에 대한 복지정책을 한 부서에서 총괄해 수행할 수 있게 돼 통합적인 사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전망이다.
그러나 여성계와 정치권이 여성가족부 폐지를 강력히 반대하고 있어 통합조직이 출범하기까진 큰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통합된 부처는 공무원을 줄이겠다는 인수위의 방침도 큰 부담이 되고 있다.
■부처통합으로 위상 강화
복지부로 흡수되는 여성부와 청소년위원회의 업무 대부분은 원래 복지부의 것이었다. 복지부로선 출가했던 자녀들을 다시 맞아들이는 셈이다. 이번 개편으로 노동부와 환경부까지 거느렸던 1980년대 보건사회부 시절까지는 아니더라도 예전의 위상을 어느 정도 회복했다는 분위기다.
인력과 예산이 달라진 복지부의 위상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보건복지여성부의 인력은 복지부 630여명과 여성부 180여명, 청소년위 130여명, 기획처 양극화민생대책본부 40여명 등 본부 인력만 1000명에 이를 전망이다. 복지부 산하 26개 기관의 인원 2900여명을 합하면 4000명까지 늘어난다.
예산이 해마다 20%씩 늘어난 점을 고려하면 보건복지여성부의 예산은 30조원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전체 예산(256조1000억원)의 12%에 이르는 규모다. 부처가 13개부로 재편되는 것을 감안하면 부처 평균(19조7000억원)보다 1.7배를 웃돌 전망이다.
정부 내에서 위상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18개 부처 중 13위인 보건복지부의 정부직제 순위는 10위권 정도로 오를 것이 유력시된다. 시장경제를 중시하지만 복지분야만큼은 참여정부 이상의 정책을 펴겠다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평소 생각을 고려하면 그 이상도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부처직제 순위는 총리 유고 시 총리업무를 대행하는 순서를 나타낸다는 점에서 상징성도 크다.
업무의 효율화도 기대된다. 비슷한 업무를 하던 부처들이 통합되면서 임신과 출산, 보육을 비롯해 태아에서 노후까지 맞춤형 복지시스템을 갖출 수 있게 된 것이다. 지금까진 여성부가 6세 이하 아동의 보육업무를, 청소년위가 6∼18세 청소년을, 복지부가 전반적인 정책을 다루는 등 적지 않은 업무가 중복돼 왔다. 복지부 관계자는 “부처 통합으로 일관된 정책을 세울 수 있어 지금보다 실용적이고 품격 있는 정책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 반발 무마가 최대 과제
그러나 통합부처에 좋은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게 쌓여 있다. 말 그대로 ‘호사다마’다.
가장 시급한 과제가 여성계와 정치권의 반발을 무마시키는 일이다. 현재 여성계는 여성부 폐지 반대 범국민서명운동과 함께 국회의원들을 상대로 설득작업을 벌이고 있다.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당, 민주노동당도 여성부 폐지를 반대하고 있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심의하는 국회 행정자치위원회 전문위원실도 반대 입장을 내비쳤다. 인수위의 의도대로 보건복지여성부가 발족할 수 있을지 확신하기 힘들다는 뜻이다.
난관을 뚫고 통합부처가 출범한다해도 문제는 남는다. 통합에 따른 생존경쟁이 그것이다. 복지부는 현재 1실 4본부 13관 2단 15국 체제다. 2본부 2관 3국(5국)인 여성부가 통합되도 기존 복지부 체제에서 늘어나진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겹치는 직무는 통합된다는 얘기다. 인사, 재정, 법무, 공보, 감사, 조직 등 관리부서 인력은 감축 대상에 포함될 것이 확실시된다.
일반 업무를 하는 이들도 안전하진 않다. 인수위가 통합된 부처는 10% 정도 인원을 줄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서다. 실제로 복지부는 1000명에 이르는 통합부처의 정원을 860명가량으로 줄이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위는 빠지는 인력을 새로운 사업팀 등에 배치한다는 계획이나 남는 인원이 결정될 때까진 부처 내에서 흉흉한 분위기가 지속될 전망이다. 이런 분위기가 업무에 차질을 빚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산하기관의 통폐합 논의도 본격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새 정부의 주요 복지정책 중 하나인 건강보험제도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통합하는 방안까지 거론되고 있다.
또 현행 기초노령연금과 국민연금으로 이원화돼 있는 연금제도가 통합되면 국민연금공단에도 큰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복지부의 한 간부는 “전 국민에게 혜택을 주는 보건복지 분야의 특성상 인원을 무작정 줄이기는 힘들다”면서도 “통합 부처의 모든 업무가 원활히 이뤄지도록 철저히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star@fnnews.com 김한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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