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정보통신

최지성 사장 ‘중저가폰 딜레마’

김성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02.17 20:28

수정 2014.11.07 12:47



삼성전자 최지성 사장이 정보통신 총괄을 맡은 지 만 1년이 지났다. 그는 지난해 직전연도보다 42%나 많은 1억6100만대의 휴대폰을 세계시장에 내다팔았다. 2위업체인 모토로라를 제쳤고 영업이익률도 10.8%로 전년도 실적인 10%를 뛰어넘었다. 물량을 늘리면서 수익성도 함께 높인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는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 그의 전략이 먹혔다는 증거다.

올해는 작년보다 25% 이상 많은 2억대 이상 팔겠다는 계획이다. 목표를 이루면 세계시장 20% 점유율을 달성하게 된다.


최 사장은 세계 3∼4위에 머물고 있던 삼성 TV를 톱 반열에 올린 신기록 메이커로 유명한 인물이다. 과연 그의 신기록 랠리는 계속될 수 있을까.

■프리미엄폰 전략으로 회귀?

최 사장이 지난해 초 휴대폰사업 사령탑을 맡으면서 내건 구호는 ‘물량 확대’였다. 노키아가 석권하고 있는 중저가폰시장을 적극 공략하라는 것. 그는 “물량 확대없이는 승산이 없다”며 직원들을 독려했다. 그 결과 이전까지 이기태 사장 체제하에서 줄곧 유지해 고가프리미엄폰 일변도 전략이 중저가시장을 향해 일대 선회하는 대 변화를 겪었다. 실제로 삼성전자가 지난해 물량을 대폭 늘리는 데는 중저가폰 전략이 톡톡히 한 몫 했다.

그랬던 그가 지난 11일 스페인 바르셀로나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08)에서 “지난해 영업이익률이 기대보다 저조했으나 올해는 이익률을 높이겠다”고 발표했다. 그는 또 “저가폰으로 승부하지 않는다”는 말도 했다. 수익성 낮은 중저가폰의 한계를 감안, 프리미엄폰(200달러 이상) 전략을 다시 강화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실제로 그는 하이엔드제품(200달러 이상)의 올해 판매 목표치를 작년에 비해 50% 많은 6000만대로 늘려 잡았다. 전 세계적으로 3G 프리미엄 폰의 업그레이드 교체가 늘 것으로 예상, 올해 출시 물량을 두 배 이상 늘린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고화소 카메라폰 등 멀티미디어폰, 전면터치 스크린폰 등 고가품과 고속상향패킷접속(HSUPA)등 신기술 적용 휴대폰 등을 출시해 프리미엄시장 지배력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근 글로벌 3G전략폰으로 내놓은 ‘소울’(SOUL)이 예다.

■최 사장의 중저가폰 딜레마

반면 중가폰(175달러 이상) 판매목표치는 작년과 동일하게 잡았고 저가폰(100달러 이하) 목표치는 6000만대에서 8000만대로 소폭 올리는데 그쳤다. 게다가 삼성전자는 이머징마켓 비중도 지난해 10%가 늘어 37%에 달했으나 올해는 목표치를 40% 정도로 약간 늘려잡는데 그치고 있다.

문제는 노키아 등 경쟁사들의 중저가시장 아성이 너무 높다는 점. 노키아는 고가의 프리미엄 휴대폰은 물론이고 30달러대 저가 제품까지 가격대별 라인업을 골고루 갖추고 있다. 전 세계에 현지화돼 있는 노키아의 가격경쟁력은 아직 경쟁사의 추격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나아가 소니에릭슨도 이머징마켓에 20달러대 초저가 제품 출시를 눈 앞에 두고 있다. 카메라도 없이 흑백 액정표시장치(LCD)를 탑재한 100달러 이하 저가폰이 대부분인 이머징마켓에서 삼성전자로선 힘에 부치는 경쟁이 뻔한 것. 올해 12억3000만대 규모로 예상되는 세계 휴대폰 시장에서 이머징마켓은 전체 시장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삼성전자로서는 결코 놓칠 수 없는 큰 시장이다.
수익률과 점유율 확대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는 최 사장의 딜레마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삼성전자는 프리미엄폰 강화 전략에 대해 “작년 한해 동안 공들인 이머징마켓 진출 전략이 자리를 잡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을 내놓는다.
그러나 시장구도상 프리미엄 휴대폰 쪽으로 무게 중심을 재조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win5858@fnnews.com 김성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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