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대변인실은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 후 1주일을 “현장 중심의 업무처리와 ‘실용’을 기반으로 한 ‘격식 파괴’ 의전, 효율성과 내실을 강조한 회의”로 요약했다.
청와대 실무진의 이런 평가는 이 대통령이 ‘창조적 실용’을 말뿐이 아니라 직접 실천하는 ‘솔선수범’에 기반을 두고 있다.
■몸으로 직접 보여준 실용주의
‘이명박 표’ 실용주의는 ‘격식파괴’로 이어진다. 실용을 위해 불필요한 과거 관례를 깬 것이다.
‘3·1절’ 휴일인 지난 3월 1일. 청와대 수석 비서관들이 이른 아침부터 부부동반으로 청와대에 속속 들어섰다. 아침 8시에 열리는 임명장 수여식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수여식에서 이 대통령은 “휴일 아침 8시에 임명장 수여하는 것도 기록이다. 하지만 기록은 깨지기 위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1시간 가까이 부부동반으로 조찬을 함께 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임명장 수여는 부부동반으로 하라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3·1절 기념식에서도 실용을 바탕으로 한 ‘파격 행보’를 이어갔다.
이 대통령 부부는 김국주 광복회장을 위시한 독립유공자들과 나란히 단상에 입장했고 참석자들은 자리에 앉은 채 박수로 환영했다. 과거 대통령 부부 앞에 놓였던 꽃장식이 올려진 전용탁자도 사라졌다.
특히 이 대통령은 이날 훈·포장을 수여하면서 ‘상을 받는 사람이 주인공’이라는 이유로 수상자가 관객석을 바라보도록 서게 하고 자신은 관객들에게 뒤통수를 보이는 방향으로 섰다.
지난달 28일 이 대통령이 참석한 학군 장교 임관식은 ‘이명박표’ 실용주의가 국민들에게 첫 선을 보인 행사로 꼽힌다. 군 통수권자인 이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 참석한 이날 행사에서 당초 김윤옥 여사도 단상 아래 자리가 만들어졌다. 그러나 국방부에서 ‘단 아래에 내려가는 것은 관례에 어긋난다’며 강력하게 주장을 해 단상에 대통령과 함께 있는 것으로 결정이 됐을 정도다.
■본격적인 실용주의는 이제부터
취임 1주일 동안 보여진 ‘이명박표’ 실용주의는 향후 보다 구체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의 발언을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이를 잘 알 수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열린 확대비서관회의에서 “앞으로 일을 해 나가는데 분야별로 비서관 중심으로 일을 할 것”이라면서 “비서관에게 하루에도 몇 번씩 전화하겠다”고 밝혔다. ‘절차’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일’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이 대통령의 실용주의 철학을 다시 한번 강조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특히 “일하는 과정에서 실천 가능한 액션 플랜을 세워 달라”면서 “추상적 업무 계획은 소용이 없다. 실천 가능한 액션 플랜 수립하는 업무를 해 달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이 대통령은 또 가급적 현장에서 업무 보고를 받겠다고 밝혔다. 청와대가 걱정하는 국민의 소리를 못 듣는 경우가 생길까 걱정해서다. 이 대통령은 또 “창의적인가, 실용적인가, 변화하고 있는가를 생각해 달라”고 주문한 뒤 “5년 이후 우리 모두 깜짝 놀랄만한 변화를 이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대통령은 향후 국무회의도 ‘실용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형식적인 안건토의와 배석인원이 지나치게 많은 것을 고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청와대는 국무회의 관련 규정을 개정해 상시 배석인원은 국무총리실장, 공정거래위원장, 금융위원장, 법제처장, 국가보훈처장, 서울특별시장 등 6명으로 줄였다. 대통령실 비서관의 국무회의 배석인원도 절반가량으로 대폭 줄여 종전의 21명에서 10여명으로 했다.
/courage@fnnews.com 전용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