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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는 생필품값 한풀 꺾이나

지난 1월 이마트 이경상 대표는 “밀가루, 콩, 펄프 등 원자재 가격이 크게 올라 설 명절을 지낸 뒤 3월부터 식품류 자체라벨(PL) 상품의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인상폭은 7∼8% 정도가 예견됐었다.

그러나 최근 이마트가 PL상품에 대한 가격 인상 검토를 중단했다. 홈플러스가 자체브랜드(PB) 가격을 10% 인하한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원자재 가격이 많이 올라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은 “경쟁업체가 인하하는데 올릴 수는 없지 않으냐”는 상황으로 바뀌었다.

생필품 가격의 고공행진이 홈플러스의 PB상품 가격 인하로 한풀 꺾일 것으로 예상된다.

설 연휴 이후 제조업체들의 가격 인상 요구를 긍정적으로 검토키로 했던 대형 마트들은 홈플러스의 가격 인하 이후 경쟁력 악화를 우려해 가격 인상 검토를 백지화하거나 소폭 인상하는 선에서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대통령까지 인상폭에 우려를 표명함에 따라 유통업체와 제조업체들은 당국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라면가격이 100원 오른 것을 언급하며 라면을 많이 먹는 서민들에게는 타격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마트의 동결에 이어 롯데마트는 오히려 가격 인하 여지를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홈플러스가 PB 가격을 내리겠다고 한 것에 대해 실제로 가능한 것인지에 대해 원가구조를 파악하는 등 분석에 들어갔다”며 “절감이 가능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이 있으면 우리도 가격조정이 이뤄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PB 제품의 가격이 동결되거나 인하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납품브랜드(NB) 제품들의 가격 인상폭도 제한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됐다.

농심은 공교롭게도 홈플러스가 가격 인하를 단행하고 이명박 대통령이 라면 관련 발언을 하기 직전 대형 마트와 협상을 마무리짓고 이날부터 신라면 가격을 인상했다.

하지만 신라면을 제외한 나머지 농심 라면들과 함께 삼양, 오뚜기, 한국야쿠르트 등 다른 라면 제조업체의 가격 인상폭은 제한을 받거나 인상 시기가 늦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홈플러스도 그동안 NB 제품에 대한 가격 인상을 단행했지만 가격을 내린 PB와의 가격 차이가 큰데다 인상폭이 크다는 지적이 제기됨에 따라 품목 추가 인상에는 신중을 기한다는 방침이다.

홈플러스는 PB 가격 인하를 발표하기 전 CJ세탁세제(10%), 크라운과 롯데제과 제품 중 일부(15%), 정식품, 삼육식품 두유(10%), 해태음료 오렌지, 포도, 제주도감귤주스 등 10종(평균 10%), 남부어묵, 한성기업(20%), 햄 15개품목(13%), CJ, 풀무원 두부(8%) 등 NB 제품에 대한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반대로는 국제 곡물가 인상으로 늘어난 원가부담에 시달려 온 제조업체로서는 가격 인상 시도가 난관에 봉착했다.

때문에 유통업체들의 과당경쟁으로 제조업체들이 어려움에 처하거나 질이 좋지 않은 상품이 출시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납품 업체 관계자는 “유통업체들이 브랜드가 낮은 업체와 PB 상품 제휴를 맺고 제품가격 인하에만 몰두하고 있다”며 “이는 전체 제조업체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한편 하향평준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padet80@fnnews.com박신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