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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저귀서 車·IT까지 ‘메이드인 재팬’ 점령

차석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03.02 22:28

수정 2014.11.07 11:56

일본의 부활은 한국 제조업의 위기다.

일본은 여전히 전자, 자동차, 석유화학 등 주요 산업에서 한국에 비해 우위에 있다. 그나마 일본과 시장 점유율에서 선두경쟁을 벌이고 있는 반도체나 액정표시장치(LCD) 등 일부 분야에서도 최근 일본은 자신감을 회복하고 타도 한국을 공공연히 추진하고 있다.

제조업에서의 적극적인 투자로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경쟁력을 회복해 부활한 일본과 가격 경쟁을 가진 중국의 거센 도전의 틈바구니 속에서 한국의 제조업은 샌드위치 현상이 더욱 심화돼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일본, 경쟁력 회복으로 독주 지속

국내 자동차산업은 도요타, 혼다, 닛산 등 일본 업체들의 벽에 막혀 성장에 브레이크가 걸려있는 상황이다. 자동차시장의 최대 격전지인 미국시장에서의 성장 정체는 심각한 문제다.
미국시장에서 거의 매년 10%의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는 일본업체들에 비해 현대·기아차의 판매량 증가세는 그리 높지 않은 수준이다. 현대차의 경우 2005년 45만5012대, 2006년 45만5520대, 2007년에는 약간 늘어 46만7009대를 팔았다. 기아차는 지난해 30만대를 갓 넘겼다. 도요타(262만대), 혼다(155만대), 닛산(106만대) 등 일본업체들에 비해 초라한 성적표다.

일본의 전자 기업들은 과거 과잉설비로 심각한 구조조정을 겪었지만 경기회복과 맞물려 신규투자와 공격적인 시장개척에 나서면서 제2도약기를 맞는 분위기다.

일본 전자정보기술산업협회(JEITA)에 따르면 지난 2005년 3년 만에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일본의 전자산업 국내생산이 2006년 20조 2815억엔으로 전년대비 6.5% 증가, 다시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섰다. 한·일 양국 대표 석유화학업체인 LG화학과 일본 미쓰비시화학의 격차는 크다.

일본 미쓰비시의 매출액(일본 결산 기준, 2006년 3월∼2007년 3월)의 경우 186억7100만달러(약 17조원 규모)로 지난해 10조7953억원을 올린 LG화학과 무려 7조원의 차이가 난다.

현재 LG화학과 미쓰비시는 전통적인 석유화학·산업재·정보전자소재부문 등 비슷한 사업구조로 곳곳에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제품군이 비슷한 양사간 근본적인 차이점은 신성장 동력사업의 투자와 성과 부문이다.

■메이드인 재팬 한국 강타

일본 생활필수품도 한국을 강타하고 있다. 일본 캐주얼 유니클로는 국내 진출 2년째인 지난해 매출 500억원을 기록하는 등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유행에 구애받지 않는 다양한 기본 아이템들을 선보여 식상하지 않고 여러 아이템과 쉽게 맞춰 입을 수 있다는 것이 유니클로의 성공 이유다. 올해는 19개로 매장을 늘리고 매출도 8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일본 제품의 위력은 기저귀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 일본산 기저귀 품질에 대한 입소문이 나면서 온라인몰에서는 품절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잇따른 품절로 온라인몰 게시판에는 재입고 문의가 쏟아지기도 했다. 기저귀 뿐 아니라 유아용품, 화장품, 외식업계에서도 일본 브랜드 열풍이 거세다.

일본청주인 사케는 국산 청주에 맛들인 국내 애주가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지난해 수입물량이 거의 100만병에 육박해 지난 2002년 12만병에 비해 8배 이상 증가했다. 올해는 매출규모가 10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 제품의 위력은 비싸더라도 믿을 수 있는 일본산을 선호하는데 있다”고 말했다.

■일본 전자시장 ‘타도 한국’ 대공세

일본의 전자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경쟁 상대인 한국을 탈락시키기 위한 대공세를 준비중이다.

샤프가 소니와 함께 10세대 LCD 패널 라인을 세계 최초로 투자하기로 최근 결정했으며 마쓰시타는 세계 최대 플라스마디스플레이패널(PDP) 공장을 올해 새로 가동할 계획이다.

소니는 아직 시장이 형성 전단계인 11인치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AM OLED) TV 시장을 삼성전자보다 먼저 선점하기 위해 세계 최초로 제품 판매에 들어갔다. 이처럼 일본업체들이 대반격을 쉽게 할 수 있는 배경에는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일본의 정보기술(IT) 생산장비 및 소재 원천기술이 든든하게 자리잡고 있다.


일본과 비교할 때 한국의 LCD 장비 기술은 3년 정도 뒤져 있다. PDP 분야도 한국의 장비 기술 수준을 100점으로 보면 일본은 127점으로 3∼4년의 차이가 있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가 세계 1, 2위인 메모리반도체 생산업체로 등극한 지 오래됐지만 핵심 생산장비의 대부분을 여전히 일본에서 수입하고 있다.

/산업1·2부, 생활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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