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 회장에서 신동빈 부회장으로 경영권이 승계되는 과정에서 젊어지고 있는 롯데그룹에 유독 부사장급 대표이사가 많아 눈길을 끌고 있다.
정(正)은 참모역할을 하는 정책 브레인이고, 부(副)가 실질적인 수장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는 롯데그룹의 체제가 신 회장에서 신 부회장 체제로 바뀌고 있는데 따른 것으로 그룹을 이끌고 있는 신 부회장이 신 회장의 가신들을 우대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현상으로 보인다.
신 회장의 가신들이 주로 사장직을 맡고 있는 상황에서 신 부회장이 이들 사장들의 직급은 유지한 채 정책 브레인 역할을 맡겨 우대하고 자신이 발탁한 인사들은 부사장급에 둔 채 대표이사를 맡기고 있는 것이다.
이는 그룹 총수인 신 회장과 그룹경영의 전반을 총괄하는 신 부회장의 역할관계와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최근들어 신 부회장이 그룹을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는 가운데 신 회장은 주요 업무만 보고 받고 주로 정책조언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같은 회장-부회장간 역할 분담이 계열사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신영자 롯데쇼핑 부사장, 신동립 롯데면세점 대표이사 부사장 등 오너가를 비롯해 롯데의 간판이라고 할 수 있는 유통·석유화학·식품부문 등 주력 계열사 대표이사의 직급이 대부분 부사장이다. 부(副)가 수장인 셈이다.
지난 2006년 취임해 3년째를 맞는 김상후 롯데제과 대표이사(부사장)와 지난해 6월 말 취임한 정황 롯데칠성 대표이사(부사장), 신동립 롯데면세점 대표이사가 각각의 회사를 진두 지휘하고 있다.
또한 신영재 롯데기공 대표이사, 박광순 대홍기획 대표이사, 정기석 롯데월드 대표이사, 소진세 롯데슈퍼 대표이사, 이병구 롯데카드 대표이사 등도 모두 부사장이다.
이 같은 직급체제는 올해 임원인사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신헌 롯데쇼핑 전무가 롯데(우리)홈쇼핑 대표이사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또 허수영 롯데대산유화 전무가 케이피케미칼 대표이사 부사장에 임명됐다. 좌상봉 정책본부 전무는 호텔롯데 대표이사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롯데마트는 노병용 전무(56)가 대표이사 부사장으로 승진해 할인점 사업을 총괄하게 됐다. 김영준 롯데제과 생산본부장도 롯데삼강 대표이사 부사장으로 승진, 식품 사업을 맡게됐다.
또한 글로벌 강화를 위해 연구개발(R&D)부문을 총괄하고 있는 롯데중앙연구소장도 전무급에서 부사장급으로 격상시켰다. 김용택 중앙연구소장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 중앙연구소를 이끌다.
한편, 신 부회장의 ‘사부’로 알려져 있는 이인원 롯데쇼핑 사장(60)은 신 부회장이 본부장으로 있는 경영정책본부의 부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롯데그룹의 44개 계열사 가운데 롯데백화점, 롯데건설, 호남석유화학, 롯데물산 등 4곳은 ‘대표이사 사장’ 체제이지만 14개 계열사는 ‘대표이사 부사장’ 체제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지난해와 올해 그룹 인사에서 50대가 대거 승진하면서 보다 젊어진 경영진을 주축으로 ‘책임경영’을 실현하게 됐다”며 “직급에 관계 없이 최고경영자(CEO)가 될 수 있다는 동기유발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yoon@fnnews.com윤정남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