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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로 뻗는 글로벌 금융코리아] ⑬ 국부펀드



최근 잇따른 해외 국부펀드(Sovereign Wealth Fund)들의 거침없는 행보가 세간의 눈길을 끌고 있다.

가장 큰 규모의 국부펀드로 알려져 있는 아부다비 투자청(ADIA)이 씨티그룹에 75억달러를 투자한 것을 비롯해 싱가포르 투자청(GIC)이 스위스의 UBS은행에 97억5000만달러를 투자키로 결정했으며 싱가포르 테마섹은 메릴린치의 지분을 50억달러에 사들였다. 중국의 외환투자공사(CIC)도 모건 스탠리에 50억달러의 자금을 투입한 바 있다.

세계 유수의 금융기관들이 국부펀드의 손에 좌지우지되는 상황에 이르자 투자 대상 국가의 심기도 썩 편치만은 않다. 특히 중동 오일머니들의 적극적인 투자는 국가 안보까지 위협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에서는 성공적이라 일컬어지는 일부 국부펀드들을 벤치마킹하는데 여념이 없다.

◆국부펀드의 역사와 설립 목적

대부분의 국부 펀드들은 축적된 외환보유고의 효율적인 투자를 위해 시작됐다. 자금의 성격에 따라 국가 연금이 바탕이나 중동 국가들의 대부분처럼 막대한 오일머니, 기타 구리나 다이아몬드 등을 통한 보유자금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국부 펀드라는 이름 자체가 직접 거론되기 시작한 것은 2005년을 기점으로 하며 이후 엄청난 인기를 누리며 각국이 이에 참여하고 있다.

대부분의 국부펀드들은 21세기 들어서 만들어졌지만 일부는 몇십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최초 설립된 국부 펀드 중 하나인 키리바티 펀드는 영국 정부가 영국령이던 키리바스의 인산비료 수출에 과세를 하면서 1956년 만들어졌으며 이후 5억2000만달러 규모로 성장했다. 쿠웨이트 투자공사는 오일머니를 기반으로 1953년 만들어졌다.

2006년 말 기준으로 국부펀드에 이뤄진 투자의 규모는 1조∼7조달러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일부 조사에 따르면 국부펀드의 자본규모는 2조5000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국부펀드 특유의 불투명성과 비공개성으로 인해 정확한 수치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헤지펀드의 규모가 1조6000억달러인 것과 비교하면 엄청나게 큰 규모다.

◆오일머니 주도 속 싱가포르 약진

국부펀드 중에서도 자산이 1000억달러 이상인 7개의 슈퍼 펀드는 아부다비 투자청의 ADIA와 노르웨이의 정부 연금 펀드(GPF), 싱가포르 투자청, 쿠웨이트 투자공사(KIA), 중국 외환투자공사, 러시아 안정화기금(SFRF), 싱가포르의 테마섹 홀딩스가 해당된다. 이 중 기름이나 귀금속 등 실물 수출을 바탕으로 하는 실물펀드(Commodity Fund)가 대부분이며 비실물을 바탕으로 한 비실물 펀드(Non Commodity Fund)는 싱가포르 GIC와 중국의 CIC 정도이다.

싱가포르는 상위 10개의 국부펀드 가운데 두 개의 별도 펀드를 가진 유일한 국가이기도 하다. 또 상대적으로 이른 1970년대에 국부펀드를 형성, 한국을 비롯해서 중국, 일본 등 다른 아시아 국가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기도 했다.

국가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상대적으로 큰 규모의 펀드는 ADIA와 브루나이 투자공사, KIA, 카타르 투자공사, 싱가포르의 GIC 등이다. 그밖의 소규모 펀드로는 아제르바이잔, 트리니다드 앤 토바고, 에콰도르, 나이지리아 등이 있다.

◆국부펀드, 국가 안보의 적인가

국부펀드들의 해외 투자 약진은 순수한 상업적 목적인지 이웃 국가들에 대한 전략적 진출인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다른 국가의 국부펀드가 자국의 전략산업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상황에 놓인 만큼 결코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가 없는 것이다. 특히나 중동 오일머니의 공격을 받은 미국은 이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싱가포르의 두곳의 국부펀드가 적극적인 인수를 진행하면서 인근 국가들이 불편함을 표하자 투자 대상 기업이 그 국가의 상징적 기업일 경우 투자를 하지 않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GIC의 부회장인 토니 탄 박사는 최근 UBS에 투자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국부펀드에 대한 (불투명성의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관련 규정과 원칙을 만드는데 있어서 싱가포르는 적극적으로 참여할 계획이며 기틀 형성에 GIC도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GIC에 대한 오랜 불투명성 논란을 잠식시키려 애썼다. 그러나 국부펀드들의 대부분이 명확한 자본 규모와 수익 등을 공개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 불투명성에 대한 공격은 계속 될 전망이다.

◆다른 나라에는 선망의 대상

국부펀드의 불투명성에 대한 우려와 국가 전략산업의 침략에 대한 비난이 높아지고 있지만 이미 우위를 차지한 국부펀드에 대한 다른 국가들의 부러움은 대단하다.
싱가포르의 GIC를 본떠서 중국의 CIC가 생긴 것을 비롯하여 한국투자공사(KIC)도 이를 벤치마크한 것이다. 외환보유고가 많은 국가들은 국부펀드의 활약에 따라서 국력이 좌지우지될 것으로까지 전망하고 이의 적극 육성에 나서고 있다.

조지 메이슨 대학의 람키센 자란 교수는 “외환보유고는 많은데 (전통적인 방식을 통한) 수익은 떨어지고 있어 유동성 관리비용이 많이 든다”면서 “외환보유고가 2600억달러에 달하는 인도와 같은 나라의 경우 국부펀드를 둘러싼 논란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국부펀드를 설립하려는 적극적인 시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mchan@fnnews.com한민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