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금융시장 불안과 미국 달러화 약세 영향으로 원·엔 환율이 급등했다. 2년 4개월여 만에 910원대로 올라섰다. 지난해 평균 환율보다 138원 이상 높다. 경상수지 적자 등 국내 문제가 겹치면서 엔화에 대한 원화 약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엔화, 4일간 40.10원 급등
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100엔당 원화환율은 지난 주말보다 22.40원 오른 918.00원을 기록했다.
이는 2005년 10월 23일 923.30원 이후 2년 4개월 만에 최고치다. 거래일 기준으로 4일간 40.10원 급등했고 지난 2005년 10월 23일 이후 2년 4개월여 만에 가장 높은 환율이다.
이처럼 엔화가 초강세를 보이는 것은 미국의 증시 급락과 금리인하 전망 등으로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회수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114엔선이던 엔·달러 환율은 AIG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관련 대규모 손실발표 등으로 이날 한때 102엔대로 떨어지면서 3년여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다시 말해 미국 증시의 급락 등으로 엔화를 빌려다가 다른 나라에 투자하는 이른바 ‘엔 캐리 트레이드’가 청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엔화 대출자 부담 늘 듯
2년 4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원·엔환율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달 18일로 예정된 미국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인하가 예상되고 있는 데다 무역적자와 외국인의 증시 이탈 등 원화 자체적인 약세 요인도 대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무역수지는 고유가 여파로 8억800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하면서 3개월 연속 적자를 지속했으며 증시에서 외국인은 올 들어 10조6278억원(약 113억달러)의 주식순매도를 기록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원화가 약세로 전환될 요인들이 많아 원·엔 환율이 1000원대를 향한 상승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엔화 대출자들의 이자 상환 부담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원·엔 환율 평균인 779.25원보다 138원 이상 높을 정도로 급등했기 때문이다.
올 들어서도 원·엔 환율은 870∼890원대를 유지해 왔었다. 엔화대출로 50억원을 빌린 경우 원·엔 환율이 50원 급등하면 2억8000만원가량 원금이 늘어나게 된다.
한편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는 달러화 대비 원화 약세가 나타나면서 원·달러 환이 연중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주말 대비 7.90원 급등한 946.9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미국 채권보증업체에 대한 신용등급 하향 검토 등이 국내외 증시에 악재로 작용하면서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기 때문이다.
/mirror@fnnews.com 김규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