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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종금 ‘CMA 태풍’ 계속 부나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03.03 22:21

수정 2014.11.07 11:53

“대기번호가 세상에 87번인 거예요. 사람이 꽉 차 들어갈 수도 없었어요.”

올해 대학을 갓 졸업하고 입사를 앞둔 이지영씨(24·여). 최근 종합자산관리계좌(CMA) 가입을 위해 한 증권사 영업점을 찾았다가 놀랐던 얘기를 털어놨다. 지점 안에 발 디딜 틈조차 없어 근처 편의점에 들렀다 와 보니 대기번호는 이미 100번을 훌쩍 넘어 있더라는 것이다. 그가 방문했던 증권사는 CMA의 원조 ‘동양종합금융증권’이었다.

동양종금증권이 자본시장 태풍의 눈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2004년 동양종금증권이 시장에 처음 소개한 CMA는 불과 4년 만에 계좌 수 200만개를 돌파하며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자리에 올랐다.

동양종금증권이 일으킨 CMA 열풍은 금융시장에 큰 파장을 불러왔다. 은행 보통예금에서 잠을 자던 자금들이 높은 금리를 따라 CMA로 급속히 유입됐고 독식하던 은행들은 여·수신 불균형에 비상이 걸렸다. 은행 예금에만 안주했던 직장인들이 ‘자투리 돈 재테크’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자기자본 수준 9위에 머물던 중형 증권사가 일으킨 신선한 반란이다.

■CMA, 잠든 투심을 깨우다

지난 2004년 4월. CMA라는 생소한 개념과 함께 “잠 자는 월급통장을 깨워라”라는 신선한 문구가 시장에 퍼졌다. 하루만 넣어 놔도 연 4.5%의 높은 금리를 준다는 말에 대부분 반신반의했다. 은행 일반 자유입출금 통장 금리는 연 0.1∼0.15%. 비교도 안되는 수준이었다.

2006년 CMA는 재테크의 첫 걸음으로 인식되며 폭발적으로 가입자가 늘어났다. 수많은 월급통장이 CMA로 바뀌었고 펀드와 적금에 매달 납입되는 대기 자금도 유입됐다.

동양종금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3월 47만개에 불과했던 CMA 계좌 수가 지난 2월 말 기준 210만개로 4배 넘게 늘었다. 지난해 3월 기준 1조5000억원에 못 미쳤던 CMA 잔고는 지난달 29일 기준 6조8600억원까지 불어났다. CMA 전체 잔고(26조원)의 27%를 차지하며 증권사 중 단독 1위다. 웬만한 대형 사의 3배에 달한다. 펀드 열풍의 주역 미래에셋증권(2조6600억원)도 CMA에선 동양에 뒤처졌다.

이 열풍으로 동양의 지점 수도 지난해 3월 95개에서 지난 2월 142개로 50%가량 늘어났다. 회사 관계자는 “CMA 가입자가 급증하면서 지점 인력으로 감당할 수 없었다”면서 “늘어나는 고객 수요를 분산하기 위해 급격히 지점 수를 늘리는 방법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최강자는 뭔가 다르다

고객이 동양종금증권 CMA를 선호하는 이유는 ‘예금자보호’가 되면서도 온라인 이체, 24시간 현금입출금 기능, 제휴 은행 출금 시 수수료 면제 등 각종 편리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쟁력의 원천은 동양종금증권이 가진 종금 업무에 있다. CMA는 본래 종금사 고유의 상품. 종금업무 인가를 받은 증권사만 판매가 가능하다. 현재 대부분 증권사에서 판매되는 CMA는 환매조건부채권(RP)이나 머니마켓펀드(MMF)형으로 예금자 보호는 되지 않는다. 반면 동양의 ‘CMA자산관리통장’은 종금형 연 4.5∼5.6%, RP형 5%로 고금리를 제공하면서도 최대 5000만원까지 원금이 보장된다.

동양종금증권은 이제 신규 고객유치보다는 고객 관리에 힘을 쏟고 있다.
경쟁자는 증권사가 아닌 은행. 오는 2012년 종금사 인가가 만료되면 예금자보호 기능이 사라지는 것을 대비해 고객 유지가 가장 중요한 과제다. 현재 CMA 가입 고객의 80%가 20∼30대인 만큼 잠재력은 크다.


서울 종로지점 이은주 팀장은 “CMA 가입자는 늘지만 증가율은 점차 둔화되면서 신규 고객 유치보다 기존 고객 유지에 힘쓰고 있다”면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1대 1 마케팅을 통해 적립식 펀드 등 다른 금융상품으로 유도, 영업 인프라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seilee@fnnews.com 이세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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