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빌딩에서) 영어학원을 열려고 하는데, 임대료가 얼마나 되죠?”(39·여·영어학원 운영자 한 모씨)
“여기는 지금 분양 중이라 임대는 아직 안놓고 있습니다.”(분양업자)
“그럼 분양이 끝나면 임대여부를 알아봐 주시면 안될까요.”(한씨)
새 정부가 영어공교육을 대폭 강화하기로 한 가운데 영어수강생이 대폭 늘 것을 예상해 보다 넓은 학원자리를 물색중이던 한모씨는 결국 이 분양사무소에서 명함만 내놓고 발길을 돌렸다.
새 정부가 영어공교육 강화 정책을 추진하면서 서울 송파구와 노원구 상계동 일대, 강서구 내발산동 등을 중심으로 영어학원 개원 수요가 폭발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이들 지역을 중심으로 학원용 상가가 극심한 수급난을 보이면서 임대료가 급격히 치솟고 있다. 학원용 상가 수요가 크게 늘고 임대료가 급등하면서 상가 주인들이 기존 음식점이나 미용실 등을 학원용 상가로 전환하는 사례도 크게 늘고 있다.
특히 학원 개원 수요는 급증하고 있는 데 비해 상가를 공급할 수 있는 나대지나 기존 건물이 턱없이 부족해 학원용 상가 임대가격은 앞으로도 크게 오를 전망이다.
■서울 잠실 학원가 임대료 1년새 50% 급등
3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 잠실 일대의 경우 근린상가에 영어학원 개원 수요가 폭주하면서 상가마다 보증금과 임대료가 지난해 말보다 최고 50%가량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서울 송파구 잠실동 트리지움잠실(잠실주공 재건축단지)에서 삼전사거리에 이르는 잠실 일대 학원가는 요즘 학원용 상가를 찾는 사람들로 북적댄다. 대규모 재건축단지의 입주로 이 일대에는 학원 개원 바람이 불고 있기 때문이다.
이 일대에는 강남의 유명 학원들이 최근 이전한 데 이어 새 정부가 영어 공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밝히면서 수요 증가를 염두에 둔 영어학원용 사무실 신규 수요까지 겹치면서 상가 임대업자들은 즐겨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학원 1번가인 강남구 대치동 일대도 영어학원을 새로 열거나 확장하려는 사람들이 몰리면서 상가마다 임대료가 치솟고 있다.
송파구 삼전동 삼전사거리 인근에 연면적 4290㎡규모의 빌딩을 소유하고 있는 신모씨는 지난해부터 임대수입이 크게 늘었다. 트리지움잠실 입주로 이 일대가 신흥학원가로 탈바꿈했기 때문이다. 신씨는 “1년 전만 해도 5층짜리 낡은 건물만 빼곡히 들어서 있어 상권이 형성되지 않았는데 지난해부터 학원들이 서로 들어오겠다고 난리”라면서 “최근엔 영어학원 수요까지 가세해 1년새 임대료가 50%나 올랐다”고 말했다. 이 일대 학원가 임대료는 당분간 계속 오를 것으로 보인다. 새로 상가를 지을 땅이 없고 소규모 상가가 밀집, 재건축도 어려워 공급이 수요를 채워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상가 만기되면 학원으로 대체
이렇듯 학원용 상가가 턱없이 부족한 가운데 임대료가 치솟자 상가 주인들이 다른 업종의 기존 점포를 대거 학원용으로 전환하면서 기존 음식점이나 미용실 등의 업종은 임대차계약이 만료되면 퇴출당하기 일쑤다. 실제로 트리지움잠실 맞은편 D상가는 업종을 학원으로 전부 교체하고 있다. 이 상가의 주인은 지난 1월 임대 계약이 끝난 음식점과 재계약을 하지 않았다. 이런 광경은 잠실 일대에서는 보기드문 것이 아니다. 송파 삼전사거리에 있는 한 교회 건물은 지난해 8월 교회로 사용하던 1, 2층을 비우고 학원을 들였다. 인근 빌딩도 당초 병원을 유치할 계획이었으나 이를 학원으로 돌렸다.
■새 상가에는 학원개원 문의 쇄도
트리지움잠실과 레이크팰리스를 가르는 도로변에 새로 들어선 A빌딩에는 학원개원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3∼4층에는 병원을 들이고 5, 6층에 학원을 받기로 하자 학원개원 문의가 줄을 잇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소형 학원을 아예 받지 않기로 한 데다 기존 건물보다 임대료가 비싼 편이어서 아직 임대할 사람을 찾지는 못했다.
건물주인 이모씨는 “소형 학원을 여러개 입주시키면 관리가 힘들어 큰 학원으로 두개씩 채우려고 한다”면서 “임대료가 기존 건물보다 비싸서인지 계약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지만 입주가 7월로 아직 여유가 있는데다 문의가 계속 오고 있어 임대걱정은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kwkim@fnnews.com 김관웅기자
■사진설명=잠실에서는 상가 전체를 세낸 학원들을 찾아볼 수 있다. /사진=서동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