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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희의 도쿄스토리] 시키의 ‘유타와 불가사의한 친구들’

정순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03.04 16:30

수정 2014.11.07 11:50

올해로 창립 55주년을 맞이하는 일본 최대의 극단 시키(四季). 지난해 많은 이슈를 던지며 막을 내린 뮤지컬 ‘라이온킹’ 한국 공연을 통해 널리 알려진 시키는 한국 팬들에게도 그렇게 낯설지만은 않다.

일본 내 9개의 전용극장과 배우 트레이닝 센터 등을 갖추고 연간 3000회에 이르는 공연을 펼치는 시키는 ‘캣츠’ ‘오페라의 유령’ ‘라이온킹’ ‘맘마미아’ ‘위키드’ 등 대형 뮤지컬을 동시에 올릴 수 있는 제작 시스템을 갖고 있는 일본 최대의 극단이다.

워낙 유명한 공연만 무대에 올리고 있어 시키의 오리지널 작품에 대해 관심을 두지 못했었는데 우연한 기회가 되어 지난 여름 시키의 오리지널 작품인 ‘유타와 불가사의한 친구들(ユタと不思議な仲間たち)’이라는 작품을 보게 됐다.

지난 2월9일부터 도쿄 무대에 다시 오르고 있는 ‘유타와 불가사의한 친구들’은 도쿄에서 토호쿠(東北) 유노하나 마을로 전학온 소년 유타와 토호쿠 지방에 전해내려 오는 어린이 정령(자시키와라시·座敷わらし)들과의 마음의 교류를 통해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과 생명의 소중함을 그린 작품이다.

각각의 사연으로 태어나기 전에 죽어버린 슬픈 과거를 지닌 어린이 정령들이 이지메를 당해 괴로워하는 유타에게 ‘살아있는 것,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좋은 것인가’를 일깨워 주는 장면 하나 하나는 토호쿠의 방언과 민요를 가미한 음악으로 따뜻하게 풀어내고 있어 그 감동을 더한다.

막이 오르면 화사한 여름 정경의 시골 마을의 작은 언덕이 눈 앞에 펼쳐진다.
작은 언덕길 옆으로 나있는 초록 나무와 돌계단, 마을 앞에 세워져 있는 큰 바위, 초록의 냄새가 풍길 것 같은 시골 풍경 등으로 관객들은 첫 장면부터 어린아이 마냥 즐거워 한다.

원형무대로 된 작은 마을은 회전을 할 때마다 색다른 풍경을 관객에게 선사한다. 도쿄에서 토호쿠 유노하나 마을로 전학온 유타가 마을아이들을 피해 도망 다니는 장면에서는 원형무대가 회전을 하며 단단해 보이는 돌계단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마을 한 켠에 조용하게 서 있던 석상이 아이들을 향해 갑자기 달려들 듯 움직여 관객을 깜짝 놀라게 한다. 벌집이 아이들 머리 위로 떨어지는 등 쫓고 쫓기는 장면에서의 다이나믹한 무대 연출과 아기자기한 무대 장치는 상상 이상의 것이다.

무대 위로 물방울이 하나 둘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한 여름의 소낙비가 무대 위로 가득 쏟아지는 장면에서는 흙 냄새가 느껴질 정도로 인상적이기까지 하다.

이외에도 유타와 어린이 정령들의 꿈 속에서의 첫 만남은 레이저 광선을 이용해 마치 우주의 블랙홀로 빠져만 들 것 같은 신비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연출은 물론 무대제작, 안무, 음악에 이르기까지 시키 자체 시스템만으로 제작된 ‘유타와 불가사의한 친구들’은 생각 이상으로 뛰어난 작품이었고 대형 라이선스 작품에만 관심을 뒀던 나에게는 신선한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공연이 끝난 후 주연배우들이 공연장 로비에서 관객 한명 한명과 다정하게 악수하며 배웅하는 모습도 무척 인상적이었다.
개인적으로 시키 공연 중 가장 좋았던 작품을 꼽으라고 한다면 주저하지 않고 이 공연을 꼽을 것 같다.

/도쿄=hide1978@hanmail.net박진희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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