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태안주민 “이렇게 사느니..”

최경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03.04 16:56

수정 2014.11.07 11:50



태안 원유 유출사고 현장에서 방재작업에 나선 주민 상당수가 자살충동을 느끼는 등 신체 및 정신 건강에 심각한 피해를 본 것으로 조사됐다.

5개 보건의료단체로 구성된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녹색연합, 생명인권운동본부는 지난 2월 16∼17일 양일 간 태안주민 325명을 대상으로 건강영향 실태를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4일 밝혔다.

조사대상 325명 중 방제작업에 참여한 사람들(피해군)은 260명, 미참여자(대조군 65명)이며 피해군은 대체로 조사당일까지 45∼50일, 하루 7시간씩 방제작업에 참여했다.

조사 결과 피해군 가운데 61.5%가 외상후 스트레스장애(PTSD)로 고통 받는 것으로 조사됐으며 49.7%는 정신적 피해 정도가 매우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신심리설문(BSI)에서도 44%가 우울증 소견을 보였고 강박장애 39%, 불안장애 28% 등 피해군 중 60%에서 문제 소견이 나타났다.

피해군은 대조군과 비교했을 때 외상후 스트레스장애는 4.1배, 적대감이 11배, 강박장애, 불안장애가 3배 정도 높게 나왔다.


자살충동에 관한 질문에 대해서는 최근 1주일 동안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한 사람이 63명(20%)으로 이들 중 41%(65명)가 하루에 한 번 이상 자살에 대해 생각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자살충동의 이유는 대부분(89%) ‘기름유출사고 후 경제적 문제’였다. 자살생각을 한 사람 중 10%는 실제 자살시도나 계획을 했으며 이미 자살한 3명의 소식을 들었을 때 ‘나도 같이 죽고 싶다’거나 ‘이해가 간다’는 응답이 44%였다.

방제작업 참가자의 대부분은 해변에서 백사장, 바위, 자갈을 청소하거나 오염된 어류를 수거하는 등 직접 해변에서 방제작업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중 원유증기를 마셨다는 응답이 87.3%를 차지했고 맨손으로 기름을 만지거나 기름이 눈이나 입에 들어갔다는 응답도 각 24%, 26%, 20%였다.

상황이 이런데도 마스크, 장갑, 보안경 등을 착용한 사람은 조사대상 중 6∼8명에 불과했다.


방제복은 66.41%가 착용했으나 피부 가려움증, 물집, 발진 등 증상은 착용 여부와 관계없는 것으로 조사돼 방제복이 유해물질의 피부침투를 방지하지 못한 것으로 분석됐다.

증상경험 조사결과 두통이 전체 70%, 메스꺼움 58%, 어지러움 56%, 눈 따가움, 기침 각 51% 등이었다.


보건의료단체연합 등은 “태안주민들의 신체건강 및 정신적 피해의 심각함 그 자체만으로도 정부의 대응이 지금까지 매우 미흡했고 사실상 무대책으로 일관했다는 것이 명백히 드러난다”며 “이제라도 적절한 방제 및 보호장구의 지급이 이루어져야 하고 이와 관련한 주민교육 및 의료지원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khchoi@fnnews.com최경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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