親李 ‘이재오대표론’vs 親朴 “일부 공심위 계파적”

국회의원 선거가 아직 한 달이나 남았지만 총선 이후 차기 당권을 향한 한나라당 내부의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총선 공천을 둘러싸고 증폭되고 있는 당내 갈등도 당권경쟁의 전초전으로 비화할 조짐이다.

4일 한나라당에 따르면 당권 변화구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계파간 경쟁이 공천과정에서 치열해지면서 그동안 소강 국면이었던 친이명박계와 친박근혜 간 갈등이 재연되는 양상이다.

특히 한나라당의 텃밭인 대구·경북(TK)을 비롯한 영남지역에 대한 2차 공천 심사가 4일 시작된 가운데 친이 세력과 친박 세력이 모두 뿌리를 두고 있는 TK지역의 공천 결과에 따라 양 계파간 대립은 본격화될 전망이다.

공천 결과 친이 정치인들이 친박 인사들을 크게 앞지를 경우 친박계의 반발은 불보듯 뻔하다는 지적이다. 총선 후유증도 예상케 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당 지도부는 계파 갈등이 위험수위를 넘을 경우 여야의 화두인 ‘개혁공천’이 퇴색할 것을 우려해 사태의 확산을 막는 데 힘을 쏟고 있다.

강재섭 대표는 전날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일부 공심위원들이 지나치게 계파적 시각에서 공천심사에 임하는 분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있다”면서 “문제가 있다고 보이면 공심위원도 최고위 의결에 의해 교체할 수 있다”며 경고장을 꺼내들었다.

강 대표의 발언은 계파 나눠 먹기라는 일각의 지적에 쐐기를 박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유력한 가운데 이 대통령의 측근으로 차기 당권을 노리는 것으로 알려진 이재오 전 최고위원을 겨냥한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 전 최고위원의 당권 도전설은 이미 파열음이 터져 나오고 있는 한나라당을 더욱 시끄럽게 만들고 있다.

이 전 최고위원과 가까운 진수희 의원이 전날 라디오방송과 인터뷰에서 “이명박 정부가 전반기 국정 운영을 안정적으로 해 나가려면 의회의 협조나 여당인 한나라당의 적극적인 도움이 필요하다”면서 “이 대통령과 생각과 경험을 공유하는 분이 당을 이끌면 당·청 협조가 매끄러워지지 않겠나 하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하고 있다”며 ‘이재오 대표론’에 불을 댕긴 때문이다.

진 의원의 주장은 친박계의 즉각적인 반발로 이어졌다. 익명의 친박계 의원은 “오만의 극치”라면서 “자신들이 바라는 대로 공천이 이뤄지고 있으니까 벌써부터 작업을 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e-mail]최승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