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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포] 제주 한경풍력발전소

김한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03.04 17:55

수정 2014.11.07 11:49



【제주시 한경면(제주특별자치도)=김한준기자】 제주도는 ‘삼다도(三多島)’라 불린다. 돌과 여자 그리고 바람이 많아서다. 그래서 제주도에선 바람개비 모양의 풍력발전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제주공항에서 차를 타고 서쪽으로 40분을 달리면 나오는 한경면도 이런 곳이다. 제주도 내에서도 바람이 강하게 불어 풍력발전기들이 무리를 이루고 있다.

지난달 29일 찾은 한경면은 예상대로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었다.
바람의 속도는 초속 9m. 입고 있는 코트가 흔들렸다. 한 지역주민은 “이 정도는 아무 것도 아니다”면서 “바람이 세게 불 때는 성인이 균형을 잡고 있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한경면에는 총 11개의 풍력발전기가 있다. 이 중 9개가 한국남부발전이 운영하는 한경풍력발전소의 발전기다.

멀리서 보면 조그맣게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그 크기에 놀라게 된다. 발전기를 지탱하는 타워의 높이는 80m, 빙글빙글 돌고 있는 날개(블레이드)의 길이는 44m에 이른다. 무리지어 있는 발전기들을 보고 있으니 마치 거대한 풍차 군락에 와 있는 것 같았다.

지난해 초까지 한경풍력발전소의 발전기는 4개뿐이었다. 나머지 5개의 발전기는 신재생에너지를 활성화한다는 정부 방침에 따라 올해 초 세워진 것이다.

새 발전기는 여러 가지 기록을 갖고 있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이 발전기당 3㎿인 단위용량이다. 3㎿는 연간 200가구가 전기를 쓸 수 있는 양. 발전기 한 기당 해마다 약 5000t 정도의 석탄을 절약할 수 있다.

지금까지 국내에 건설된 풍력발전기의 단위용량은 모두 2㎿다. 아시아권에서 3㎿의 풍력발전설비가 지어진 것은 이곳이 처음이다. 국내 발전회사에서 추진하는 풍력사업으로는 최초로 ‘청정개발체제(CDM) 사업’을 ‘국제연합 기후변화협약(UN FCCC)’에 공식등록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CDM사업은 국내에서 온실가스를 줄이기보다 다른 나라에 투자해 온실가스를 줄인 뒤 이 감축분을 자국의 삭감 실적으로 가져오는 제도다. 한경면이 국내 신재생에너지 개발의 중심지가 될 수 있는 발판을 마련된 셈이다.

새로운 발전기 5개는 아시아 최대 용량인 만큼 덩치도 커졌다.
그간 한경발전소가 갖고 있던 발전기의 용량은 1.5㎿. 타워 높이는 62m, 날개(블레이드) 길이가 35m 정도였다.

이곳을 관리하는 남제주화력 한림발전소 한지헌 과장은 “새 발전기는 기자재 구입에 50억원, 건설비에 20억원 등 한기당 총 70억원을 들여 완성한 것”이라면서 “보통 풍력발전소의 손익분기점은 12년 정도지만 한경면은 바람이 강해 10년 이내에 투자비용 대비 흑자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star@fnnews.com김한준기자

■사진설명=제주시 한경면 해안가에 자리잡고 있는 한국남부발전 한경풍력발전소의 발전기들이 웅장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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