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제조업체들이 개발비용 등 원가 줄이기에 골몰하고 있다. 최근 멀티미디어 등 고급기술이 대거 휴대폰에 접목되면서 플랫폼 개발비용도 눈덩이처럼 불어났기 때문. 업계는 몇 년 전 20억∼30억원이었던 휴대폰 대당 개발비용이 최근에는 50억∼150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LG전자·팬택계열 등 국내 휴대폰 제조 3사는 플랫폼 공용화 전략을 강화하고 부품 재고 등 생산·유통라인 개선에 힘을 쏟고 있다.
■휴대폰 플랫폼 공용화 전략은 대세
플랫폼 공용화는 대세로 굳어지고 있다. 노키아가 전 세계 휴대폰시장 40%를 차지하면서도 20%에 가까운 높은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는 것은 ‘원 플랫폼 멀티 프로덕트’ 전략 덕분이라는 분석 때문이다. 이 전략은 기본 틀을 만들고 그 틀을 바탕으로 조금씩 변형해 수십 가지의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는 방식이다. 외관 설계를 공용화하기 때문에 제품별 개발기간을 대폭 줄일 수 있다. 또 대량 구매로 부품과 소프트웨어 단가를 낮추기 때문에 원가 절감에 매우 효과적이다.
단일 플랫폼으로 많은 제품을 생산하는 방식은 글로벌 히트 모델을 만드는 게 핵심 전략이다. 그러나 성공 가능성이 낮아 높은 원가 부담에 시달리게 마련이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는 글로벌 전략폰 ‘소울’을 노키아 방식을 본격적으로 도입한 첫 모델로 육성할 계획이다. ‘소울’은 지난해 세계시장에서 1700만대 이상 팔렸던 울트라 에디션 시리즈의 최종판으로 노키아식 생산방식으로 개발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모범 사례가 될 것으로 삼성전자 측은 기대하고 있다.
LG전자도 최근 하나의 히트 모델을 개발하고 그 모델을 코드분할다중접속(CDMA)과 유럽식이동통신방식(GSM)시장에 모두 출시하는 ‘글로벌 플랫폼’ 전략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또 여러 국가별로 특화했던 플랫폼을 공용화함으로써 추가 개발 비용을 크게 절감하고 있다. 지난해 각각 1400만대, 400만대씩 팔린 초콜릿폰과 샤인폰 등을 중심으로 플랫폼 숫자를 2년 전 120여개에서 지난해 90여개로 25%를 줄였다. LG전자는 이에 따라 소품종 대량생산이 가능해져 불량률이 큰 폭으로 떨어지는 등 제품 수익률 향상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팬택계열도 공통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상품기획, 인력 효율화 등을 통해 개발비를 절감해 나가는 동시에 제품개발 기간을 준수함으로써 수익성을 개선하고 있다. 팬택계열 관계자는 “2006년 4·4분기부터 2007년 2·4분기까지 제품개발 기간 준수율이 80%대였으나 지난해 4·4분기엔 100%를 넘어서면서 기간이 단축됐다”고 설명했다.
■생산라인·유통공정 고도화
삼성전자는 최근 독일 보다폰 등과 협업적 기획·예측·상품 보충(CPFR))을 구축했다. CPFR는 예를 들어 독일의 경우 삼성전자 본사와 현지법인·독일 보다폰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삼성 휴대폰 판매 현황을 특정주기에 따라 지역·제품별 실시간 체크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앞으로 보다폰은 물론 유럽 내 거래선을 대상으로 CPFR 프로그램을 확대할 계획”이라며 “전 세계 공급·유통·판매정보를 공유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삼성은 소량생산 모델인 경우 일자 방식이었던 컨베이어벨트를 30여개의 생산라인을 셀방식으로 재배치한 결과 8∼9명이 하던 작업을 지금은 1∼2명이 맡고 있다. 이런 셀방식은 컨베이어벨트 위에서 여러 사람이 제품을 조립하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이 제품을 처음부터 끝까지 조립하는 ‘1인 완결 시스템’이기에 가능하다.
LG전자도 한 생산라인에서 서로 다른 제품을 생산하는 ‘공용 팔레트(휴대폰 플랫폼에 장착된 생산라인에 부품을 이송시키는 장치)’ 시스템을 강력히 추진 중이다. 지난 2005년 도입한 공용 팔레트 시스템은 각각의 휴대폰 크기에 맞춰 제작된 팔레트만 교체하면 라인 시스템 전체를 뜯어내지 않고도 모든 휴대폰 라인업을 변경할 수 있다.
재고로 인한 대기시간이 없기 때문에 제품물량에 따라서 라인을 쉬게 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라인을 돌려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실제로 공용 팔레트 시스템을 도입하고 나서 모델 교체에 1시간도 걸리지 않게 돼 5초에 1대의 제품을 생산한다”고 말했다.
/win5858@fnnews.com 김성원기자
■사진설명=국내 휴대폰 제조업계는 생산성 향상과 원가절감을 위해 글로벌 공용 플랫폼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LG전자 샤인폰 생산라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