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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두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03.04 22:25

수정 2014.11.07 11:47

외환위기 직후 국내 중소·벤처기업들의 회생 작업을 주도했던 기업구조조정전문회사(CRC) 시장이 투자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며 존망의 기로에 서게 됐다.

내년초 자본시장통합법(자통법) 시행을 앞두고 기관투자가들이 투자대상에 제한이 없고 투자처 발굴 및 투자 회수가 쉬운 사모투자펀드(PEF) 출자를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각종 세제혜택 등도 사라지면서 CRC투자에 대한 메리트도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CRC시장 돈 줄 마른다

3일 CRC시장 및 중기·벤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CRC투자실적은 전년도 대비 56% 증가한 1조1012억원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는 국민연금이 지난 2006년말 출자 약정한 펀드 투자 증가에 따른 것으로 본계정 투자는 최근 수년간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올들어 새롭게 구성된 CRC펀드는 1월과 2월 각 1건씩 총 2건(51억원 규모)에 그치고 있다.


무엇보다 개인 및 기관투자가들로부터 외면받으며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큰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말을 기점으로 ‘개인투자자들의 구조조정조합 출자금의 10% 소득공제가 폐지(조특법제16조)’되고 ‘CRC가 직접 또는 조합을 통해 취득한 주식의 양도차익 비과세 범위를 종전 100%에서 50%로 축소(법제55조제1항)’하면서 CRC시장에 돈줄이 마르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와함께 기관투자가들의 경우 자통법 시행을 앞두고 투자처 발굴과 투자회수 측면에서 유리한 PEF투자로 급선회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국민연금의 경우 지난해 CRC펀드에 대한 신규출자 약정은 없고 PEF에만 출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기관투자가들에 대한 출자 유인제도는 사실상 전무한 상황이다. 군인공제회, 지방행정공제회 등 극히 일부 기관투자가에 대해서만 2009년 말까지 구조조정대상기업에 대한 투자금 양도차익에 대한 비과세만 인정하고 있을 뿐이다.

■중기·벤처 회생 지원 공백 우려

무엇보다 중기·벤처기업들의 재무구조개선 및 기업회생 작업을 주도하던 CRC시장이 위축되면서 중소·벤처기업들의 자금 조달에도 비상이 걸렸다. CRC는 외환위기 직후 어려움을 겪던 국내 중소기업들이 투자회수가 어렵고 투자규모가 작다는 이유로 국내외 투자금융기관들로부터 외면받을 때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했던 게 사실. CRC의 역할은 이후에도 계속됐다. 지난 2000년 CRC제도가 본격 도입된 이후 투자된 총 8조원 가운데 절반 이상이 중소기업 회생을 위한 투자자금으로 쓰였으며 투자기업수로는 전체 기업 가운데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80%를 웃돌았다.


문제는 CRC 시장이 점차 사라질 경우 그 역할을 PEF가 대신할 수 있겠냐는 점이다. 중기·벤처 업계 관계자들은 이 점에 대해 상당히 회의적이다.


중기업계 한 관계자는 “투자 대상이 방대하고 투자 규모가 큰 PEF가 과연 중기·벤처 투자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질지 의문”이라며 “PEF가 CRC가 했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경우 일시적인 자금사정 악화 등으로 어려움에 처한 중기벤처기업들이 쓰러지고 축적했던 기술들도 함께 사장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dskang@fnnews.com강두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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